늦가을, 커피 한잔과 ‘숲멍’ ‘불멍’으로 힐링하세요

손효주 기자

입력 2021-11-04 14:14 수정 2021-11-05 17:05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이 카페 2층에서 대화는 금물이다. 지인과 함께 갔더라도 멀찍이 떨어져 앉아야 한다. 커다란 좌식 쿠션 의자에 몸을 기댄 다음 할 일은 앞을 보는 것. 한쪽 벽면 전체에 난 통창에 서울숲의 늦가을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고요 속에서 그저 멍하게. ‘숲멍’ ‘단풍멍’하며 스트레스로 꽉 찬 마음을 조금 비워내면 된다.

서울 성동구 서울숲 입구에 위치한 카페 ‘그린랩’은 ‘숲멍’으로 유명한 공간이다. 가을이 절정인데다 10개월간 쌓인 스트레스로 머릿속이 포화 상태가 되는 11월은 ‘숲멍’에 ‘단풍멍’까지 하며 머리 식히기에 최고의 시기다. 이런 시기인 덕에 루프탑까지 총 3층인 이 카페에서도 침묵과 ‘멍’의 공간인 2층 스튜디오의 여섯 자리는 늘 만석이다.

‘멍 비용’은 1시간 반에 1만9000원. 호박팥차, 장미차 등 음료 1종류와 시집이나 에세이 등 대여용 책 한 권, 미니 생화다발, 편지지, 신발주머니, 방명록 등이 포함된 가격이다. 멍을 때리다 말고 떠오르는 생각은 라탄 바구니에 담아주는 편지지 등에 끄적거리면 된다.

강원 춘천시 원창고개에 자리잡은 ‘베이크포레스트’도 가을 숲멍 명소로 꼽힌다. 이 카페는 1, 2층 사방에 난 수많은 통창을 통해 단풍 든 대룡산 절경을 볼 수 있다. 저마다 조금씩 다른 가을 풍경을 담아내고 있는 각각의 통창은 그 자체로 미술작품 같다. 카페는 발리 등 동남아 지역에서 들여온 라탄 소재 의자와 조명 등으로 꾸며 발리 우붓지역의 숲속 카페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쑥으로 만든 ‘포레스트 라떼’와 ‘쑥 케이크’를 먹으며 ‘숲멍’을 하다보면 쫓기던 마음은 어느새 여유로워진다.

늦가을 마음에 스며든 냉기를 온기로 바꿔줄 ‘불멍 카페’도 인기다. 충남 당진시의 ‘비채카페’는 카페 정원에 불멍존 4곳이 있다. 사방이 트인 ‘오픈존’ 2곳과 달리 ‘시크릿 불멍존’ 2곳은 허벅지 높이의 빨간 벽돌 벽으로 사방을 에둘러 놓아 한층 비밀스럽게 ‘불멍’을 즐길 수 있다. 주말 기준으로 4인이 3시간 동안 불멍을 즐기는 비용은 ‘낮불멍’ ‘밤불멍’ 모두 4만 원. 음료나 구워먹을 고구마, 마시멜로 등은 따로 주문해야 한다. 이 카페의 매력은 직접 팬 소나무 장작을 화로에 넣어 불을 피워준다는 것. 소나무가 타며 나는 특유의 ‘타닥타닥’ 소리와 가을밤을 가득 채우는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캠핑의자에 앉아 ‘불멍’하다 보면 근심으로 뒤엉키고 널뛰던 마음은 조금이나마 차분해진다.

부산 동래구의 카페 ‘퍼사운즈’에서는 진짜 불 대신 ‘불영상’을 보며 ‘불멍’을 즐길 수 있다. 가로 300cm 길이의 스크린 두 개를 이어 붙여 만든 600cm 길이 스크린에선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모닥불이 타는 영상이 반복해서 나온다. 스크린 앞에는 6~8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일상을 잠시 벗어나 영상 속 모닥불을 보며 생맥주나 커피를 마시다 보면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지 않고도 근심이 조금이나마 사라지는 듯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