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윗집 초인종 함부로 누르지 마세요

김광현 기자

입력 2021-11-04 10:00 수정 2021-11-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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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2부]


두 달 전 여수의 한 아파트 부부 살해 사건을 비롯해 층간소음에 의한 칼부림, 폭행, 살인사건이 끊이질 않습니다. 이런 범죄행위는 어떤 변명으로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댓글 등을 보면 ‘층간소음에 대한 폭력 살인은 정당방위로 참작해 줘야한다’ ‘안 당해본 사람들은 모른다. 정신병원 가기 일보직전이다’ ‘솔직히 나도 수도 없이 살인충동을 느끼지만 참고 산다’ 는 취지의 글들이 매우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신고는 작년 한해 4만2250건으로 코로나 이전인 전년보다 61%나 늘었습니다. 올해는 6월까지 2만 6934건으로 작년보다 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신고하지 않은 집, 그리고 그 가족 수 까지 합치면 전국의 수 십만 명이 매일 매시간 층간소음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올해 이웃사이센터가 신고 접수를 하고 현장 진단을 벌인 결과 기준치를 초과해 실제 층간소음으로 인정되는 사례는 고작 11건. 나머지는 아예 측정도 못 해봤거나 기준치 이하 였다는 겁니다. 측정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피부로 느끼는 피해와 너무도 동떨어져 있습니다.

기존에 연재된 ‘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1부에서는 ‘소음의 종류’에 따라 구분해 여러 상황들을 살펴보았습니다. 2부에서는 바람직한 ‘대처방안’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아래층 위층 사람들이 천차만별이듯, 대처방안도 천차만별입니다. 완벽한 해답은 없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들에 비춰 갈등의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찾아보도록 할 예정입니다.

#1.윗집 초인종 함부로 누르지 마세요.
2020년 강원도 원주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박영철씨(50·가명). 그동안 층간소음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윗집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며칠 후 새로운 사람들이 이사 왔다. 이때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이들 뛰는 소리, 어른들 발망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1주일 만에 윗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새로 이사 왔으니 인사도 나눌 겸 자연스럽게 층간소음문제를 꺼낸다는 다소 가벼운 마음이었다.

박씨는 웃으며 준비한 과일을 건넸고, 자신을 소개했다. 헤어지는 말미에 “층간소음이 조금 심한 것 같으니 주의해 줬으면 고맙겠다”고 당부했다. 윗집도 “죄송하다. 주의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박씨는 어쩐지 윗집이 달갑게 느끼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주의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내려왔다고 한다.

역시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소음의 횟수나 크기는 줄지 않았다. 참고 참다가 다시 윗집의 초인종을 초인종 눌렀다. 이번에는 현관문도 두드렸다.

윗집의 남편이 나오며 “자신들은 소음을 크게 내는 것도 아닌데, 지난번에 자신의 아내에게 협박조로 이야기했다는 걸 들었다”면서 “한번만 더 이렇게 무례하게 항의하면 경찰에 신고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후 아래위층의 층간소음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1년이 넘었다. 박씨는 “할 수 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올라가서 모두 죽이고 싶은 살인 충동을 느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고 한다.

#2.잦은 인터폰이 화를 키운다
서울 강동구 아파트의 김연실씨(62·여성) 이사온 다음날부터 윗집에서 물 내리는 소음과 쿵하는 발망치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남의 집을 직접 방문하는 것을 실례가 된다는 생각에 인터폰을 통해 윗집에 이 사실을 이야기하고 조심해줄 것을 부탁했다.

처음 한 두 번은 윗집의 엄마가 아이들(7살, 8살)이 어려서 통제가 안돼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조금 더 참지 못한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생각에 “서로 조심하자”며 좋게 인터폰을 끊었다.

그러나 소음은 계속됐고 김씨는 다시 윗집에 인터폰을 했고 언성이 올라갔다. 윗집도 “주의를 주고 있는데 잘 안된다”며 “그리고 어떻게 매시간 아이들이 조용할 수 있으며 그렇다면 집에서 아이들이 날아다니라는 말이냐”고 되받았다.

김씨는 분한 마음이 들었고 그때부터 윗집 소음이 더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통도 호소할 겸 수시로 인터폰을 하게 됐다. 어느 날부터 윗집은 아예 인터폰을 받지 않았다. 나중에 관리소를 통해 알아보니 아예 인터폰 전선을 끊어 버렸다고 한다.

관리소는 “윗집이 절대로 자신의 집에 방문하지 말라고 했다. 인터폰도 받지 않으니 어쩔수 없다며 분쟁조정을 신청하라”는 답변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한다.

해당 기관에 분쟁조정을 신청해봐야 3개월이 걸릴지 6개월이 걸릴지 모른다는 소리를 들었다. 김씨는 층간소음도 소음이지만 분한 마음이 겹쳐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지옥과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층간소음 갈등의 80%는 소음원 자체보다 감정이라고 합니다. 감정이 감정을 부르고 결국 최악의 사태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우리나라 아파트, 단독주택 현실에서 윗집에 모든 시간대와 모든 소음원을 줄이라고 하는 것은 살지 말라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무조건 소음 줄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윗집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일례로 가장 심한 소음원인 발망치 소리와 진동이 어느 시간대에 가장 심한 것을 말해주고 “밤 7시 이후에는 식당과 작은 방에서만이라도 주의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수많은 갈등 사례가 보여주듯 처음부터 대면접촉으로 층간소음을 줄여달라고 당부하는 것은 아무리 부드럽게 말해도 상대가 불쾌하게 받아들여 역효과가 나기 쉽습니다.

대신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사실을 적은 메모장을 문에 붙여 놓는 방법을 권합니다.

윗집 역시 예를 들어 공사를 하거나 손자나 가족 친척들이 많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때는 미리 양해를 구하는 메모를 붙여 놓는 게 갈등을 사전에 줄이는 방법입니다.


김광현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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