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품귀에 물류-안전 흔들… “中에만 의존하다간 위기 되풀이”

이건혁 기자 , 서형석 기자 , 변종국 기자

입력 2021-11-04 03:00 수정 2021-11-0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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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불안, 민생경제 총격파]〈上〉중국發 요소수 대란 확산

소방서도 요소수 비상… 재고 통합관리 위해 본부에 반납 3일 서울 도봉소방서에서 소방관들이 요소수를 정리하고 있다. 도봉소방서를 비롯한 서울시 관내 소방서들은 보유 중이던 요소수 중 150L만 남기고 모두 상급기관인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반납했다. 요소수 품귀 현상이 확산되면서 서울시, 소방청 등은 소방서 요소수 통합 재고관리에 나섰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서울시와 소방청이 요소수 긴급 관리에 나선 건 중국발 석탄 부족이 촉발한 요소수 부족 사태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소방차, 구급차 등의 운행은 국민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요소수가 부족해 차량 운행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에 값싸고 흔한 제품이라 재고 관리 필요성이 작았던 요소수의 공급 대란이 나타나면서 경유차로 생계를 유지하는 국민들은 물론 공공 부문까지 위기에 노출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중국 의존도가 높은 주요 공산품의 공급망을 재점검하고 위험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공짜로 나눠줬는데…” 귀한 몸 된 요소수

요소수 부족 사태는 중국과 호주의 갈등에서 시작됐다. 2018년 호주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제재하고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국제적 조사를 요구하면서 갈등이 터졌다. 무역 보복을 위해 중국은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에 나섰는데, 이 여파로 중국에서 전력난이 빚어지더니 세계 최대 요소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중국의 요소 생산 감소를 불러왔다. 요소는 고급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가격 경쟁력이 중요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중국발 요소 수출 제한에 한국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3일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중국산 요소 의존도는 올해 1∼8월 기준 80%라 중국 수입이 막히면 공급 차질이 막대하다. 지난해에는 66% 수준이었지만 인도네시아 등 대체 수출국도 요소 부족을 겪으면서 중국산 의존도가 오히려 높아졌다. 자체 요소 생산시설이 있는 일본, 유럽과 달리 한국은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당장 요소 수출을 재개할 가능성이 낮다는 데 있다. KOTRA 베이징무역관은 “수출 억제로 중국 내 요소 가격은 안정됐지만 석탄 등 생산 원료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수출 제한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내 석탄 수요가 많은 겨울이 다가온 것도 수출 재개를 기대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요소수 부족은 민간과 공공을 막론하고 경유차를 쓰는 분야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소방청이 각 소방서에 1주일 단위로 요소수 재고를 관리하고 최대한 비축할 것을 주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과거에는 주유소에서 무료로 넣어줬던 요소수를 갑자기 관리하려니 당황스럽다”고 했다. 서울시도 구급차의 공회전을 금지시키는 등 요소수 쥐어짜기에 나섰다.

국가 물류 및 필수 생활기반 관리를 맡고 있는 다른 공공기관들도 비상이 걸렸다. 우체국택배 등을 위탁받아 배달하는 우체국물류지원단은 2일 각 지사에 공문을 보내 “요소수를 최대한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요소수 부족으로 집배차량 운행에 차질이 빚어지면 우편물 배달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물류지원단 관계자는 “거래처를 통해 최대한 요소수를 확보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가격이 오른 데다 물량이 없다”고 전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요소수 부족 우려에 대응하고자 정부 비축농산물 비상운송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전력은 전력 송전 관리차량 등에 필수인 요소수 품귀에 대응하기 위한 자체 방안을 마련해 전국 지사와 공유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설차량에 쓰일 요소수를 미리 구매했다.

○ 중국 의존 공급망 취약성 드러나

경유차를 운행하는 사업자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유치원 원장은 “차에 요소수를 못 넣어 일부 통원차량 운행을 중단했다. 주유소는 물론 정비소까지 뒤졌는데 물량이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는 말만 듣고 있다”며 발을 굴렀다. 시외버스, 통근용 전세버스, 고속버스 등도 영향권에 있다. 서울 등 대도시 시내버스는 압축천연가스(CNG), 전기 등을 연료로 쓰지만 시외버스 등은 대부분 경유차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은 “요소수는 생산하기 어려운 제품이 아니라 이런 사태로 부족할 것이란 예상을 하기 어려웠다. 가격 이점 때문에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물품들을 점검해 공급망 다변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멍 난 글로벌 공급망으로 부족 사태가 벌어진 건 비단 요소수뿐이 아니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은 당초 올해 하반기(7∼12월) 중 나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생산 1위인 도요타자동차는 10월과 11월 생산량을 당초 계획보다 30% 줄였다. 한국에서도 현대차, 기아 등 완성차 5개사의 10월 판매대수가 지난해보다 22.2% 줄었다. 신차 생산 차질 여파로 중고차 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급등하는 이상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이탈리아 로마에서 공급망 문제를 다루는 별도의 글로벌 정상회의를 열어 한국, 호주, 인도, 영국 등 미국 동맹국과 핵심 우방국을 대거 참석시켰다. 미국은 반도체 공급 대응을 위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이달 8일까지 반도체 공급망 관련 정보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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