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11년만에 중기비전 발표… “CJ 4대 성장엔진 10조 투자”

박성진 기자

입력 2021-11-04 03:00 수정 2021-11-0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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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대응 못해 정체 터널 갇혀… 이대로는 생존 어렵다” 자성
문화-플랫폼-건강-지속가능성… 미래성장분야 공격적 M&A 예고


CJ 이재현 회장이 3일 오전 사내방송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2023 중기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4대 미래성장엔진 중심 성장전략을 제시하고, 최고 인재 육성을 위한 조직문화 및 인사 혁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CJ그룹 제공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3일 그룹의 중기 비전을 동영상을 통해 발표했다. 2010년 ‘제2 도약 선언’ 이후 11년 만에 사내외에 사업 비전 설명에 나선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청와대 초청 행사,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빈소 방문 정도를 제외하곤 그간 대외에 동선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례적으로 공식 석상에 나선 것은 변화와 혁신 없이는 생존이 힘든 경영 환경에 대한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은 “세상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정체의 터널에 갇혔다”며 “과감한 의사결정에 주저했고 미래 대비에 부진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 “이대로는 생존 어렵다” 자성 목소리


최근 CJ는 비비고 브랜드와 CJ ENM 콘텐츠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 K컬처 붐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날 임직원 대상 동영상 발표를 통해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그는 CJ의 현재 상태를 ‘성장 정체’로 규정했다. “이대로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며 “저를 포함한 경영진의 실책”이라고도 했다. 발표문의 제목을 ‘장기 비전’ 대신 ‘중기 비전’이라고 한 것도 글로벌 경영 환경이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장기 전략은 무의미해졌다는 판단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식품, 바이오, 미디어, 물류 등 4대 사업군을 완성해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CJ의 상황을 위기라고 진단한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구도 변화 때문이다. 이 회장은 CJ의 경쟁 상대를 아마존, 넷플릭스 등 플랫폼 기반 글로벌 기업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경쟁 구도를 감안하면 최근 CJ의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CJ 관계자는 “회사 리더로서 변화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 주기 위해 직접 메시지 전달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 공격적 인수합병으로 사업 확장 예고

재계에서는 CJ가 이날 이 회장의 발표를 계기로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확장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J 관계자는 “오늘의 발표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 초점이라는 사실을 CJ 구성원은 물론이고 고객과 투자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기업 인수, 신규 투자 조치가 곧바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이날 위기 극복 방안의 일환으로 △컬처(Culture·문화)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건강)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지속가능성)를 그룹의 4대 미래 성장 키워드로 제시했다. 2023년까지 이들 분야에 10조 원 이상 투자하겠다고도 밝혔다. 특히 브랜드와 미래형 혁신기술, 인공지능(AI)·빅데이터, 인재 등 무형자산 확보와 AI 중심 디지털 전환에 4조3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날 이 회장은 기존 경영 방식을 혁신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그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인재”라며 “다양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통해 다른 기업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보상을 받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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