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소비자 물가 3.2% 올라…9년 9개월만에 최고치

세종=김형민 기자

입력 2021-11-02 15:38 수정 2021-11-02 15:5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올라 9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류가 27% 이상 올랐고 달걀이나 돼지고기 등 축산물도 상승했다.

정부는 이달 12일부터 직영 주유소와 알뜰 주유소에서 유류세 인하분을 즉각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농축산물 비축 물량을 공급하는 등 물가 인상을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가 석유 공급을 늘리지 않을 것으로 보여 유가 상승 움직임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7(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올랐다. 이는 2012년 1월(3.3%) 이후 9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12년 3월(3.0%) 이후 처음이다.

●무섭게 치솟는 물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4월 2%대로 올라선 뒤 9월까지 2%대를 유지하다 10월에 3%대로 뛰었다.

공업제품의 물가 기여도는 1.4%포인트로 가장 컸다. 공업제품 물가는 작년 같은 달 대비 4.3% 올라 2012년 2월(4.7%)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특히 공업제품에 포함된 석유류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7.3%나 올라 2008년 8월(27.8%)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농축산물가는 1년 전보다 0.2% 올라 올해 8월(7.8%)과 9월(3.7%)과 비교해 오름세가 완화됐다. 하지만 달걀(33.4%), 돼지고기(12.2%), 국산 쇠고기(9.0%) 등의 물가가 상승해 전체 축산물가는 전년 대비 13.3% 올랐다.

정부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확대된 이유를 지난해 10월 시행된 통신비 지원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당시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총 1888만 명에게 1인당 2만 원의 통신비를 지원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농·축·수산물 가격은 안정세를 보였으나 석유류,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개인 서비스 오름세가 이어졌다”며 “지난해 10월 통신비 지원에 따른 기저효과로 공공서비스 가격 오름세가 많이 확대됐다”라고 말했다.

●정부, 유류세 인하분 12일부터 판매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News1
물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기록하면서 정부는 이날 제32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유류세 인하 실행방안, 농축산물 물가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다.

우선 유류세 인하분을 이달 12일부터 전체 주유소의 19.2%에 해당하는 정유사 직영 주유소와 알뜰 주유소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유류세를 이달 12일부터 내년 4월 말까지 6개월간 20% 내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 기준 L당 164원 정도가 인하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액화천연가스(LNG) 관세율 0%’를 적용해 가스요금을 연말까지 동결하고 다음 달부터 상업용과 발전용 가스요금에 관세인하분을 반영할 계획이다.

김장비용 안정을 위해서는 김장집중 시기인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배추 무 고추 마늘 등 김장채소 비축물량 공급을 확대하고 할인행사 등을 추진한다. 김장 집중시기에 농협을 통해 배추 물량을 하루 평균 260t 공급하고 과도한 가격 상승 시 비축 물량 3000t을 출하한다.

●물가와 내수회복, 두 마리 토끼 잡아야 하는 정부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가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인 유가 상승 추세가 겨울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현지 시간으로 이달 4일 열리는 OPEC+는 석유 생산량 증산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제시장에선 석유 수출국들이 기존에 합의한 생산량(하루 40만 배럴)을 더 늘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물가안정과 함께 올해 경제성장률 4% 달성을 위해 각종 ‘내수 회복 진작책’을 병행하고 있어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소비쿠폰 재개와 카드 캐시백 대책 등을 내놨다. 소상공인 손실보상과 이달 15일까지 ‘2021 코리아세일페스타’ 등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대선을 염두에 둔 정부의 ‘돈 풀기’ 움직임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안정보다는 ‘4%대 성장률’에 방점을 찍은 재정·조세 정책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화량이 너무 많이 풀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도 물가안정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며 “재난지원금 등 내년 대선이라는 정치적 큰 변수로 정부도 성장률에 초점을 맞춘 정책에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커 물가인상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