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에서 꽃 피듯… 용기내면 결실 맺을것”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1-11-02 03:00:00 수정 2021-11-02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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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기쁨’ 출간한 선일스님
칠순 맞아 그간 쓴 글 모아 펴내
“인간 탐욕으로 코로나 등 해악 커져… 아픔 극복하며 변화 계기 삼아야”


최근 산문집을 출간한 대한불교조계종 군종교구장 선일 스님은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 가장 중요한 일은 그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광출판사 제공

“아무리 추운 환경이라 해도 눈 속에서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것이 세상이고 이것이 세상을 만들어가는 우주의 묘한 힘이다.”

최근 출간한 대한불교조계종 군종교구장 선일 스님(69)의 산문집 ‘사유하는 기쁨’(불광출판사·사진)의 일부다. 이 책은 개인과 공동체, 인간과 자연, 종교 등 다양한 주제로 쓴 칼럼과 에세이를 담았다. 1976년 해남 대흥사에서 운기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뒤 1978년부터 7년간 군법사로 활동했고 미국 봉황사 주지를 지냈다. 현재 인천 법명사 회주(會主)로 7월 군종교구장에 취임한 그를 지난달 28일 만났다.

―책을 출간한 계기가 궁금하다.

“(우리 나이로) 올해 칠순인데 요즘 분위기에 모여 밥 먹을 분위기는 아니더라. 그래서 그동안 쓴 글을 모아 책을 펴냈다.”

―미국 봉황사 주지를 지냈는데….

“1985년 대위로 전역한 뒤 불교사전 편찬 일을 도왔는데 그 사례금을 들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당초 뉴욕에서 공부도 하고 국제포교도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시애틀 아래 터코마시에서 작은 부처님을 모시고 있는 한 보살(여성 신도)과 인연이 됐다. 그곳에는 큰 미군기지가 있고 사연 있는 한국 여성들이 많이 살았다. 그분들 삶이 마음을 움직여 2년간 주지를 맡았다.”

7년간 군법사에 이어 군종교구 부교구장도 지낸 선일 스님은 지금도 현역 군인처럼 날렵하고 눈매가 날카롭다. 그런데 설법 중인 옛 사진에 목사 가운 차림을 한 모습이 보였다.

―어떻게 된 일인가.

“개신교는 이승만 정부 초기부터 군목을 파견했지만 불교는 1968년 처음으로 군법사를 보냈다. 해군 중위로 임관해 경남 진해 부임지를 가니 교회 내 한 공간을 사무실로 쓰라고 하더라. 옷도 마땅한 게 없어 목사 가운을 입었다. 하하.”

―초창기 군 포교의 어려움이 느껴진다.

“승복과 삭발 머리 때문에 부대에서 논란이 생긴 적도 있었다. 삭발하면 항명이나 불만의 표시로 여겼기 때문인데 스님이니 예외로 하자고 해서 넘어갔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현재 군 포교 현황은 어떤가.

“군법사 14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모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책에 쓴 것처럼 군 포교나 우리 인생 모두 겨울이 왔을 때, 좌절하지 않고 눈 속의 꽃 같은 용기로 살면 좋은 결실을 맺을 것이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다.

“지금은 자연이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다. 지나친 탐욕으로 인한 환경 파괴가 세상에 어떤 해악을 줄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현재의 아픔을 극복하면서 그 가르침을 올바른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좋아하는 경전 한 구절을 들려 달라.


“‘심여공화사 능화제세간(心如工畵師 能畵諸世間)’, 마음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같아 능히 세상사를 다 그려낸다고 했다. ‘심청정 국토청정(心淸淨 國土淸淨)’, 마음이 맑아야 세상도 맑아진다. 정치인들 얘기가 맑지 않은 것은 모두 욕심으로 가득 차서 그렇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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