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동간거리 줄이고 1층 필로티 활용 다양해진다

황재성 기자

입력 2021-11-01 10:53 수정 2021-11-0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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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앞으로 아파트 빌라 등 공동주택 단지에서 낮은 건물이 앞에 있다면 뒤에 위치하는 높은 건물의 이격거리가 현재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일조권 규제가 그만큼 완화되는 셈이어서 도심 공동주택 건설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 건물 1층을 기둥만 설치하고 주차장 등으로 터진 공간으로 주로 활용하는 ‘필로티’에 아이돌봄센터나 가정어린이집 등을 세운 경우 층수에서 제외된다. 기존 주유소나 천연액화가스(LPG) 충전소 등에 수소충전소를 추가해 짓는다면 건폐율 한도가 일부 완화된다. 호텔과 같은 숙박시설인데도 아파트인 것처럼 분양돼온 생활용숙박시설에 대한 규제는 대폭 강화된다.

국토교통부는 1일(오늘) 이런 내용들을 담아 ‘건축법시행령’과 ‘건축물분양법 시행령’이 개정돼 2일(내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 도심 아파트 일조권 규제 완화
개정된 건축법 시행령에 따라 공동주택 단지에서 낮은 건물이 동-서-남쪽 3개 방향으로 앞쪽에 위치할 때 뒤쪽에 짓는 높은 건물의 이격거리가 현재보다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예컨대 앞쪽에 위치한 건물의 높이가 30m이고, 뒤편 건물의 높이가 80m일 때 두 건물의 사이를 현재는 32m 이상 띄워야 한다. 현재 적용되는 규정이 앞쪽 건물 높이의 0.5배 이상 또는 뒤편 건물 높이의 0.4배 이상 가운데 큰 거리를 띄우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낮은 건물의 0.5배 이상 거리만 띄우는 것으로 완화된다. 이에 따라 두 건물의 이격거리는 15m로 기존의 47% 수준으로 감축된다. 다만 앞쪽 건물 높이가 20m를 넘지 않더라도 사생활 보호와 화재 확산 방지 등을 위해 뒤쪽 건물은 최소 10m 이상 떨어뜨려서 지어야 한다.

이와 함께 개정 건축법 시행령에 따라 1층 필로티에 위치한 아이돌봄센터나 가정어린이집, 공동생활가정, 지역아동센터, 작은도서관 등과 같은 지원시설은 주택층수에서 제외된다.

국토부는 이번 조치로 다양한 도시 경관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즉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건축물 설계를 기대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이번 조치가 ‘2·4대책’으로 추진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복합사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심복합사업으로 허용용적률이 200%포인트 이상 높여지더라도 기존 규정에 따를 경우 지을 수 있는 아파트에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도심에 지어지는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 등과 같은 소규모 공동주택의 경우 주차장 이외 용도로 사용할 수 없어 공간 활용도가 낮았다. 하지만 돌봄센터나 작은도서관 등을 지을 수 있게 돼 그만큼 다양한 주거지원시설을 설치 운영할 수 있게 됐다.

● 도심 주유소에 수소 충전소 추가로 지을 수 있다
국토부는 범정부적으로 추진되는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존 주유소나 LPG충전소에다 수소충전소를 추가할 경우 지붕 끝에서 2m까지 추가로 건축물을 짓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는 1m 범위에서만 추가 건물을 짓는 일이 가능하다.

이번 조치로 지붕의 허용 길이가 4m에서 최대 6m로 50%가 늘어나게 된다. 국토부는 이번 조치로 건폐율 한도에 걸려 수소충전소를 추가하지 못하는 도심 내 주유소나 LPG 충전소에서 수소충전소를 짓기가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으로 전국 수소충전소는 모두 97곳이다. 경기도가 21곳으로 가장 많았고, 울산이 17곳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경남(10곳) 충북(9곳) 충남(8곳) 전북(6곳) 광주(5곳)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서울(4곳) 인천·대전·강원(3곳) 부산·대구·전남(2곳) 세종·경북(1곳) 등은 5개 미만이었고, 제주는 한 곳도 없었다.


● 생활숙박시설, 아파트처럼 분양하는 일 금지된다
외국인 등이 장기투숙할 수 있도록 만든 숙박시설인 ‘서비스드 레지던스’로 잘 알려진 생활숙박시설에 대한 규제는 강화된다. 개정 건축법 시행령과 개정 건축물 분양법 시행령에 따라 앞으로 생활숙박시설은 분양단계에서부터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 고지돼야 하고, 이에 대한 확인서를 작성 제출하는 일이 의무화되는 것이다. 또 건축 허가를 받을 때 ‘공중위생관리법’ 관련 기준 등 숙박시설 형태를 갖추도록 한 ‘생활숙박시설 건축기준’도 마련된다.

이번 조치는 최근 생활숙박시설을 아파트인 것처럼 꾸며 분양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청약경쟁이 과열되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취해졌다.

2012년 제도가 도입되면서 행정안전부는 생활숙박시설이 호텔과 달리 취사가 가능하고 거주기간도 긴만큼 전입신고를 허용했다. 사실상 주거형태로 본 셈이다. 반면 국토부는 생활숙박시설을 숙박시설로만 분류해 아파트에 적용하는 대출규제나 전매제한 등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건설업체들은 이를 이용해 숙박시설을 아파트 관련 규제를 피하면서도 전입이 가능한 주거시설로 판매했다. 그 결과, 아파트처럼 사용하면서 양도소득세나 종합부동산세 대상에서는 제외되고, 부가가치세를 환급받는 등 온갖 혜택을 받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를 기대한 투자가 몰리면서 생활숙박시설의 청약경쟁률은 수백 대 1로 치솟는 곳이 속출했다. 올해 3월 부산 동구에 분양한 롯데캐슬 드메르는 1221실 모집에 43만여 명이 청약해 평균 3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 여의도에서 분양한 라포르테 블랑 여의도 역시 최고 경쟁률 140대 1로 청약을 마감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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