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덜한 집 사자”… 6억 이하 아파트 ‘품귀’

최동수 기자

입력 2021-11-01 03:00 수정 2021-11-01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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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거래건수 37% 차지
최대 70%까지 자금조달 수월
집값은 오르고 수요도 몰려
올초 26만채→14만채로 매물 급감



서울 관악구 신림동 A아파트는 올 10월 전용면적 55m² 4채가 5억9900만 원에 잇달아 거래됐다. 이곳은 43채로 규모의 ‘나 홀로 아파트’다. 올 초부터 인근 대단지 비슷한 면적 아파트보다 1억5000만 원이나 낮게 나왔지만 좀처럼 안 팔렸다. 하지만 최근 매물 품귀가 이어지는 데다 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해 한꺼번에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10월에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3채 중 1채가 6억 원 이하 아파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강도의 대출 규제를 피해 자금을 비교적 쉽게 조달할 수 있는 6억 원 이하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6억 원 이하인 아파트 매물도 연초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해 서민이 매입할 수 있는 아파트가 점점 줄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부동산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통계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28일까지 서울에서 매매 계약된 아파트 930건 중 6억 원 이하 아파트는 347건으로 전체의 37.3%였다. 월별 기준 올해 가장 높은 수치다.

이는 금융당국이 대출을 옥죄는 상황에서 6억 원 이하 주택은 예외적으로 대출 규제를 적용하지 않아 풍선효과가 빚어진 영향이 크다. 서민금융상품인 보금자리론은 주택가격 6억 원 이하, 연소득 7000만 원 이하(신혼부부 8500만 원) 등 일정 요건을 갖추면 집값의 최대 70%(3억6000만 원)까지 대출된다. 서울 등 규제 지역에서 15억 원 초과는 아예 대출이 안 되고 15억 원 이하일 경우 집값의 20∼60%가 대출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강서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각종 규제로 매수 문의가 뜸해져도 신혼부부 위주로 6억 원 이하에 대한 수요는 높다”고 전했다.

매수세 증가로 가격이 오르며 매물도 줄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매매가 6억 원 이하 서울 아파트 가구 수는 올해 1월 초만 해도 25만9785채나 됐지만 10월 말 13만9233채로 반 토막 가까이(46.4%) 급감했다.

정부는 총 대출액 2억 원을 넘는 대출자에 대해 내년부터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지만 보금자리론을 포함한 서민금융대출은 DSR에 산정하지 않기로 해 6억 원 이하 아파트에 대한 쏠림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그나마 대출이 잘 나오는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매수세가 더 강해지며 매물이 더 줄 것”이라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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