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자산 지킬 때, 평생 보지 못한 폭락 온다”

이한경 기자

입력 2021-10-30 16:33 수정 2021-10-3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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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붕괴 예고’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의 경제 전망


“과거에는 전쟁, 혁명, 감염병이 지나가고 나면 일할 사람이 부족해지면서 임금이 올라가 소득 불균형이 해소됐습니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은 정반대 상황을 낳았습니다. 경제가 나쁘니까 세계 각국 중앙은행, 특히 미국 중앙은행이 엄청난 돈을 풀었는데 그 돈이 실물이 아닌 금융시장으로 가면서 자산 가격이 폭등한 거죠. 어느 언론에 나왔던데, 미국 상위 10%가 전체 주식의 90%를 보유하고 있다는 거 아닙니까. 부의 불균형이 해소되기는커녕 더 심화된 거죠.”

증권가 스타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하나대투증권(현 하나금융투자) 부사장을 지낸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시장의 위기와 거품 붕괴 및 회복을 정확히 전망하기로 유명하다. 2001년 미국 9·11 테러 직전 주가 폭락과 반등,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예측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닥터 둠’(doom·파멸)으로 불리는 그가 “평생 보지 못한 폭락이 올 수 있다”며 시장 위험을 경고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영익 교수는 자산시장의 위기와 회복을 정확히 전망하기로 유명하다. [지호영 기자]
미국 주식시장 과열 아찔한 수준
“내 평생 보지 못한 폭락이 올 수 있다”는 말의 의미는?

“나는 지금 모든 자산 가격이 거품이라고 본다. 특히 미국 주식시장을 보면 아찔하다. 세계적 투자자 짐 로저스가 ‘평생 보지 못한 위기가 1~2년 안에 올 수 있다’고 말했는데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다만 그 위기는 미국에서 시작되고 가장 큰 충격을 받을 나라도 미국이라고 본다. 흔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을 버핏 지수(워런 버핏이 제안한 주식시장 과열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로, 보통 100%를 넘으면 주식시장이 과열된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부르는데, 올해 2분기 기준 332%이다. 2000년 이후 평균은 180%였고, 2000년 IT(정보기술) 거품 붕괴 직전에는 200%였다. 한국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미국 집값은 더 많이 올랐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은 2009년 3월을 저점으로 전 도시 기준 67% 올랐는데, 미국은 20대 도시 기준 97%나 올랐다. 문제는 전 세계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미국 자산시장이 붕괴하면 한국 시장도 같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폭락’은 정확히 어떤 상태를 말하나.

“거품이 꺼질 때는 연착륙이 없다. 1980년대 중반 일본에서 거품이 발생했을 때 니케이 지수가 80% 떨어졌다. 2000년 미국에서 IT 거품이 붕괴됐을 때는 나스닥 지수가 75% 하락했다. 2006~2007년 중국에서 거품이 발생했을 때는 상하이 종합지수가 80% 가까이 떨어졌다. 폭락은 이렇게 70~80%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이 망할 수 있고, 모든 재산을 투자한 사람은 다 잃을 수도 있다.”


한국 주식시장은 어떻게 될까.

“올해는 조금 반등하지만 내년에는 굉장히 많이 떨어질 거라고 예상한다. 주가지수가 얼마까지 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큰 하락이 한 번은 올 걸로 본다. 개인적으로는 2200까지도 보고 있다. 최근 3300까지 올랐던 주가지수가 2900까지 내려갔다 조금 반등했는데, 문제는 추세다. 수치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방향은 꺾였다고 본다. 나도 이코노미스트, 애널리스트를 오래했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 할 것 없이 경기가 올라가면 뒤따라서 전망치를 올린다. 그런데 정점을 지나 떨어지면 뒤따라서 계속 전망치를 낮춘다. IMF가 10월 전망치를 낮췄다. 우리 국민이 삼성전자 주식을 많이 샀는데, 주가가 한참 상승할 때는 증권사들이 ‘10만 전자’라고 표현하며 목표치를 계속 올렸다. 지금은 어떤가. 올라갈 때는 뒤따라서 전망도 계속 올리는 반면, 꺾이면 경제성장률 전망치, 기업 수익 전망치도 낮춘다. 지금이 그 전환점 초기다.”


삼성전자 주식을 가진 사람은 지금 어떻게 해야 하나.

“가까운 지인이 돈이 생길 때마다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 그분이 항상 하는 얘기가 ‘삼성전자가 애들 둘 유학을 보내줬다는 거다. KB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서울 강남구 아파트가 1986년부터 올해 9월까지 지수로 9배 올랐다. 같은 기간 전기전자업종 주가지수는 100배 상승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삼성전자 주가는 오른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글로벌 지위를 계속 유지할까.

“10년 후는 모르겠지만 5년은 문제없다고 본다. 우리나라 경기 순환주기는 확장 국면 33개월, 수축 국면 18개월이다. 약 51개월 주기로 경기가 좋았다 나빴다 하니, 4~5년만 갖고 있으면 아무리 높은 가격에 주식을 샀더라도 이익이 나게 마련이다. 삼성전자같이 좋은, 없어지지 않을 종목은 갖고 있어도 된다. 다만 앞으로 5~10%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주식 비중 줄이고 현금성 자산 확보할 때
김영익 교수는 향후 세계 성장축이 미국에서 아시아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GETTYIMAGES]
이런 시기에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수정해야 할까.

“모든 자산 가격에 거품이 껴 있으니 지금은 기대수익률을 많이 낮춰야 한다. 주식 비중을 과감히 줄이고 현금성 자산을 확보해야 한다. 물론 지금 은행에 돈을 맡길 경우 이자가 1%대라 최근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2.6%를 감안하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지만,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간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최근 10년간 미국 주가가 가장 많이 올라 미국주식에 투자하는 이가 늘었다. 향후 10년간 미국은 아니라고 본다. 국민연금이나 사학연금 펀드 매니저들에게도 미국 비중을 줄이고, 세계 성장축이 미국에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으니 아시아 투자를 늘리라고 말한다.

중국은 기업 규제가 워낙 강하고 미·중 패권 전쟁도 계속될 테니 인도나 베트남 같은 시장을 관심 있게 찾아보자는 생각이다. 올해 인도와 베트남 주가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오르고 있다. 올해 25~30%가량 올라 좀 떨어지겠지만, 멀리 보고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 인도나 베트남 기업은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이 분석도 안 하니 개별 기업에는 절대 투자해선 안 된다. 우리나라에 상장된 ETF(상장지수펀드)들이 있는데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 나도 10년 뒤를 내다보고 인도와 베트남 ETF 투자를 하고 있다.”


더 추천할 만한 종목은?

“지난해 말부터 중국 전기차시장 투자를 권유하고 있다. 지금 세계적으로 ‘탄소제로’를 외치고 있는데, 전체 이산화탄소량의 70% 이상을 배출하는 게 내연기관차다. 탄소배출량을 줄이려면 전기차로 바꿀 수밖에 없는데, 이 분야에서 가장 빨리 성장할 나라가 중국이다. 미국은 10명당 8명, 우리는 5명, 중국은 1~2명이 차를 갖고 있다. 중국 경제 수준은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로, 1990년대 초 우리 모습과 비슷하다. 경제도 계속 성장할 테고, 자동차도 굉장히 많이 늘어날 거다. 물론 중국 전기차 부문 역시 1년이 좀 안 되는 사이 80% 올라 하락 우려가 있지만 추세를 봐야 한다. 중국 전기차도 개별 종목 말고 ETF를 사라. 투자는 ‘수익률과 리스크의 적절한 조화’다. 지난해 코스피가 3000을 넘었지만 나는 큰돈을 못 벌었다. 그 대신 손해를 본 적도 없다. 내 목표 수익률은 은행 이자의 최소 5배다. 매년 10~12% 수익을 얻었는데 지금은 나 역시 5~6%로 조정했다.”


고성장 시대는 다시 오지 않는다
‘저성장·저금리 시대’라고들 한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금리에는 미래 경제성장률이 들어가 있다. 경제성장률이 높을 때는 파이가 커지기에 기업이 성장하고 그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도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경제성장률이 낮다는 것은 작은 파이를 나눠야 한다는 뜻이다. 경쟁력 있는 기업은 많이 가져가고 경쟁력 없는 기업은 퇴출된다. 지금 금리가 낮다면 앞으로 경제성장률이 더 떨어질 거라는 의미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 올해부터 1%대에 들어섰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은 10년 후면 잠재성장률이 1% 미만으로 떨어진다는 자료를 냈다. 경제가 나빠지면 일자리가 줄어들고 임금을 많이 못 받는다. 저성장·저금리 시대에는 일하면서 받는 근로소득이 중요하다.”


한국에 고성장 시대는 다시 오지 않나.

“안 온다. 경제성장을 결정하는 요인이 노동, 자본, 생산성인데 전체 인구는 물론, 일할 수 있는 인구도 줄어들고 있다. 기업이 투자를 많이 해놨으니 우리 경제가 성장하려면 생산성이 증가해야 한다. 그런데 생산성은 하루아침에 증가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삶이 각박해진다는 말로 들린다. 코로나19 사태로 돈이 풀리면서 모두가 잠시 착각했다는 건가.

“그렇다. 얼마 전 한국은행이 조사한 내용을 보니 우리나라 기업 3200개 가운데 35%가 이자보상배율(기업이 수입에서 얼마를 이자비용으로 쓰고 있는지 나타내는 수치)이 1 미만이다. 1년간 장사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 35%라는 거다. 정부가 돈을 풀어 지원하고 은행이 빚 상환을 연장해줘 버티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대한민국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건가.

“일본처럼 살아야 한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3000달러까지 갔었고 지금 3만 달러를 웃도는 선인데, 일본은 지난해 명목GDP가 1995년 수준이었다. 거칠게 말해 25년 동안 하나도 성장하지 않은 셈인데, 그냥 지난해 쓴 만큼 올해도 쓰고 사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앞으로 우리나라 산업 전체가 역동성을 지니기는 어렵고, 방탄소년단(BTS)이나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대표되는 문화산업, 수소나 전기차 같은 미래산업 등 일부 산업별로 각광받게 될 거다. 젊은 사람들한테는 미래가 많이 어둡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주식이나 부동산시장에서 ‘빚투’ ‘영끌’로 수익을 낸 사람들도 있는데, 이제 자산시장에서 돈을 벌 기대는 접어야 하나.

“지난해 코스피가 31% 상승하긴 했지만, 한 해 동안 이렇게 상승하는 것은 수십 년 만에 한 번 오는 일이다. 많은 동학개미가 지금 굉장히 실망하고 있을 텐데 앞으로는 기대수익률을 많이 낮춰야 한다. 주가는 장기적으로 명목GDP에 비례해 성장한다. 우리나라 명목GDP 잠재성장률이 3%이다. 주가 상승률은 그보다 1~2%p 높으니까 주식시장 기대수익률도 4~5%로 낮춰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앞으로 1~2년은 더더욱 낮춰야 한다는 거다. 미국 주가가 과대평가됐다고 말했는데 우리 주가도 마찬가지다.”


각종 경제지표가 하락으로 돌아섰다
부동산시장은 어떻게 보나.

“부동산도 역시 사이클이 있다. 집은 사는 곳이기에 원리금 상환 능력이 있다면 언제든 사서 보유하는 것이 맞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 돈을 빌려 집을 사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2007~2010년 서울 여의도 한 아파트에서 전세를 살았는데 그때 집값이 많이 떨어져 혹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걱정했다. 지금은 집값이 물가에 비해 너무 올랐다. 서울 PIR(가구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가 6월 기준 18.5배이지 않나. 평균 소득을 가진 사람이 서울의 평균적인 집을 사기 위해서는 18년 6개월 동안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는 뜻인데, 2009년에는 PIR가 9였다.

집값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기적으로는 금리나 대출이다. 6개월, 12개월, 24개월 후 집값을 설명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인데, 지금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꺾이기 시작했고 내년에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많이 꺾일 거다. 특히 전 세계가 현재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끝난 후 내년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물가 상승),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우려하는데, 그렇게 되면 집값은 못 오른다. 모든 자산은 한 번 오르면 계속 오르고, 떨어지면 수년 동안 계속 떨어진다. 지금은 그런 전환점이다.”


스태그플레이션 혹은 디플레이션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나는 스태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이 올 거라고 본다. 한국 경제의 문제점이 뭐냐 하면 가계부채가 너무 많다는 거다. 1분기 기준 GDP의 105%가량 되고, 가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36%이다. 한 달에 100만 원 벌면 36만 원을 금융기관에 원리금 상환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굉장히 높다. 미국은 10% 미만이고, 일본도 우리보다 훨씬 낮다. 더 큰 문제는 가계 금융자산에 비해 부채가 높다는 거다. 우리는 부채 대비 금융자산이 2.2배, 일본과 미국은 5~6배다. 일본 사람들이 20년 넘게 디플레이션을 겪으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가계부채가 적었기 때문이다. 물론 가계부채가 많다고 해서 1997년 외환위기 때 부채로 많은 기업과 은행이 도산했던 것처럼 큰 위기가 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많을수록 소비가 줄어들고 저성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을 타개할 해법은 없나.

“정부는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돈을 많이 쓸 수밖에 없고,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이나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많이 거두게 될 거다. 부자들이 많이 나누는 사회가 돼야만 나라가 지속될 수 있다. 2016년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가 낸 보고서 제목이 ‘부모보다 가난한 자식 세대’였다. 주요 선진국을 조사해보니 조사 기간 분명 그 나라 GDP는 늘었는데, 자식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못살고 있다는 내용이다. 상위 10%가 GDP에서 많은 몫을 가져가고 실컷 쓰고도 남은 돈을 금융시장에 투자하니 자산 가격이 오르고 부자가 더 큰 부자가 되는 상황이 벌어진 거다. 보통 사람들은 1~2% 성장하는 시대에 적응하면서 기대수익을 많이 낮추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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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12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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