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장률 3분의 1토막, 물가는 뛰어 ‘S공포’ 확산

뉴욕=유재동 특파원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 박민우 기자

입력 2021-10-29 03:00 수정 2021-10-29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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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2분기 6.7% → 3분기 2%, 공급-구인난에 발목… 회복세 꺾여
원자재 가격에 인건비 급등 겹쳐… 맥도널드-코카콜라-3M 가격인상
한국도 수입물가 상승 비상등


미국 주요 도시 곳곳에서는 ‘일할 사람을 구한다’는 공지문을 유리창에 붙여 놓은 가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미국의 구인난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뉴욕 맨해튼 등의 가게들에 실제 붙어 있는 구인 공고문 사진을 합성해 만든 일러스트.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AP 뉴시스

세계적인 공급망 위기가 경기 회복을 저해하면서 미국의 성장세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극심한 구인난과 공급 대란에 처한 미국 기업들은 비용 증가를 견디다 못해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최근 전력난과 원자재 가격 급등의 직격탄을 맞은 ‘세계의 공장’ 중국도 물가가 크게 뛰었다. 높은 인플레에 대응해 각국이 긴축에 나서고,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경기가 빠르게 식으면 세계 경제가 팬데믹 이후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국면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현지 시간) 미국 상무부는 3분기(7∼9월) 경제성장률이 연율 기준 2.0%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미국의 성장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한 작년 2분기에 ―31.2%까지 떨어졌다가 그해 3분기에 33.8%로 급반등했고, 올해 1, 2분기에도 각각 6.3%, 6.7%의 고성장세를 보였다. 2%의 성장률은 월가의 예상치보다 낮은 것으로 소비 둔화와 정부의 재정지출 감소, 공급망 위기 등이 올 들어 강한 회복세를 보이던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상무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증가해 경제 재가동이 지연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커지면서 세계 경제는 시계 제로의 상태에 놓였다. 뉴욕타임스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27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일제히 제품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나섰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분을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널드는 올해 제품 가격을 6%가량 인상한다고 밝혔다. 맥도널드는 구인난으로 인해 올해 인건비가 벌써 10% 이상 올랐고 음식 재료와 기타 자재 값도 최대 4% 증가하는 등 비용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가 상승에 대응해 제품 가격을 이미 1.5% 올린 식품기업 크래프트하인즈는 내년에도 이런 가격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혀 추가적인 가격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코카콜라 역시 이날 실적을 발표하면서 “인건비와 물류비용이 높게 유지된다면 필요에 따라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제조기업 3M도 “원자재 비용과 인건비 상승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했다.

美-中물가 급등 → 한국 등 수입국 ‘도미노 충격’
[글로벌 인플레 비상]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기업들의 이 같은 가격 인상 행렬은 최근 이례적인 인력난과 공급망 위기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에서는 월별 구인 건수가 계속 1000만 명을 넘을 정도로 일손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정작 일할 사람이 부족해 기업들이 앞다퉈 임금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항만과 육상 물류에 병목 현상이 생기면서 기업들은 단가가 비싼 항공 화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고 아예 자체 화물선을 띄우는 곳도 등장하고 있다.

공급망 위기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 최대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3분기 수익이 24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0% 줄었다고 27일 발표했다. 포드도 순이익이 18억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23%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GM과 포드의 실적이 나빠진 주요 원인은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로 풀이되고 있다.

중국도 각종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중국 경제 매체들에 따르면 26일 현재 ‘농산물 도매가격 200지수’와 ‘장바구니 제품 도매가격 200지수’는 지난달 말보다 각각 13.4%, 15.4% 올랐다. 특히 폭우 등 기상이변과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이동 제한 조치로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채소 등 가격이 크게 올랐다. ‘수출 대국’ 중국의 물가 상승은 세계 각국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한 문제다. 중국의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10.7% 상승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6년 이후 25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독일도 10월 소비자 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4.6%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2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력 대란과 원자재 가격 급등의 여파가 중국의 수출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다른 나라로 인플레가 전이될 경우 한국의 수입물가에도 비상이 걸릴 것으로 우려된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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