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도전은 계속되어야 한다[기고]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입력 2021-10-28 03:00 수정 2021-10-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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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우리 기술로 발사한 최초의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첫 도전이 마무리됐다. 힘차게 출발한 누리호는 마침내 목표한 우주 700km 고도에 도달했다. 비록 마지막 3단 엔진이 계획보다 짧게 연소되며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지는 못했지만, ‘실패’라는 표현에 아쉬웠던 분들이 있다면 발상의 전환을 통해 ‘경험과 기회’라는 단어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실패란 성공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은 것”이다. 우주발사체 분야는 이른바 ‘축적의 시간’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의 우주 기관은 성공 또는 실패라는 단순한 표현 대신 구체적인 성과의 대상을 적시한다. 우리 정부도 실패를 용인할 용기가 없었다면, 나로호 발사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던 시기 누리호 개발에 착수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비행시험도 우주 공간에서의 데이터를 쌓는 연구개발의 과정이었다. 나로호의 경험을 바탕으로 단 한 번의 시도로 모든 것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개발 시작부터 2022년 5월 2차 발사를 계획했다. 3단부 연소시간을 제외한 모든 단계를 성공적으로 검증한 것은 우리 연구자와 기업이 흘린 12년간의 땀의 산물로 칭찬받아야 할 성과다. 이번에 축적한 데이터의 분석은 이미 시작됐으며 누리호의 최종 성공을 이끌 거라 생각한다.

우주로 첫걸음을 내디딘 이번 발사는 국내 우주산업 육성의 밑거름을 마련한 의미가 있다. 300여 개 국내 기업이 개발에 참여해 총사업비의 80%인 1조5000억 원을 집행하는 등 경험과 역량을 함께했다.

올해 5월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인 미사일 지침 해제, 아르테미스 약정 추가 서명, 위성항법 공동성명 서명으로 우리는 우주산업 도약의 적기를 맞이했다. 앞으로 총 5회 예정된 누리호 발사는 개발을 완수하고, 기업에 기술을 이전해 발사 서비스 전문기업을 양성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정부는 2030년 달착륙선 자력 발사라는 도전은 물론이고 세계 수준의 후속 발사체 개발도 추진할 방침이다.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초소형위성과 6G 통신위성 등 혁신적인 위성과 서비스를 기업 주도로 개발하고 위성 정보의 활용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전국 각지에서 국토 최남단 나로도까지 찾아와 역사적 순간을 함께한 우리 아이들의 반짝이던 눈빛을 떠올려 본다. 정부는 체계적인 계획과 예산 투입으로 연구자와 기업의 도전을 끝까지 지원할 것이다. 누리호의 불꽃은 다시금 타오를 준비가 되어 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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