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본질을 향한 끊임없는 고민… ‘행복’에서 답을 찾다

박지원 기자

입력 2021-10-28 03:00 수정 2021-10-2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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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간삼건축은 기존의 오피스 빌딩 설계와 함께 호텔과 리조트 영역에서도 강점을 이어가며 회사의 내실을 다지고 있다. 간삼건축 대표작으로 경기 성남에 위치한 ‘분당 두산타워’ 간삼건축 제공

우리의 삶과 늘 함께 공존하는 건축물은 과거와 현재 모두 그 시대를 반영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건축물을 완성하는 과정에는 설계를 시작으로 수많은 재료들을 연결하는 작업이 수반된다. 건축가는 이 중심에 서서 설계부터 토목, 기계, 전기, 관련 건축법 등 여러 분야의 공정에 관여하고 공간에 질서와 생명력을 부여한다.

건축에 담기는 가치를 디자인하고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제안하며 공간을 넘어 사회, 문화, 환경까지 유기적인 활력을 불어넣는 건축 전문그룹이 있다. 바로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간삼건축)이다.


새로운 카테고리의 부상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호텔. 간삼건축 제공
1983년 설립된 간삼건축은 국내 건축 역사에 굵직한 획을 그으며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간삼건축(대표이사 김태집)은 건축설계와 CM(건설사업관리), 감리 부문 등 본업을 바탕으로 간삼기획, 간삼생활디자인, 코빌리지 등의 건축 관련 전 영역을 포괄하는 자회사를 기반으로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던 비즈니스 카테고리를 열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간삼건축은 고객과 훨씬 가까이에 자리하며 전통적인 건축 영역에는 없던 수요를 새롭게 창출하고 있다.

최근 완성된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호텔과 경주 라한셀렉트 호텔 프로젝트는 간삼건축이 고객의 마음속에 확실히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 두 리뉴얼 프로젝트들은 건물 설계와 각종 인허가, 시공에 이은 준공으로 마무리되는 일반적인 건축 과정에서 벗어나 건물이 지닌 맥락과 지역성, 사람과 리테일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인근 주민들의 일상에 ‘감동’과 ‘설렘’을 선사하고 있다.

간삼기획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고객 니즈를 정밀하게 타기팅하고, 뻔한 스토리 대신 부지가 지닌 지역성에 기반한 차별적인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간삼건축은 건축주는 물론이고 공간의 최종 소비자에게도 확실히 이름을 각인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건축이 더 이상 수주산업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제안하는 산업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호텔은 어려운 시기임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며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을 뿐 아니라 주변 상권의 부흥을 이끌고 있다.

디자인만이 살아 남는다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 리조트. 간삼건축 제공
간삼건축은 기존의 오피스 빌딩 설계와 함께 호텔과 리조트 영역에서도 강점을 이어가며 회사의 내실을 다지고 있다. 근래 대표작으로는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 리조트가 있다. 국내 최초의 ‘아트테인먼트(Art+tainment)’ 복합 리조트로 카지노를 핵심 시설로 해 특급 호텔, 테마파크, 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 시설, 스파, 클럽, 엔터테인먼트, 쇼핑센터 등이 입점한 대규모 리조트 단지 설계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총 공사비만 약 2조 원의 초대형 프로젝트로 간삼건축이 마스터플랜을 담당하며 한류 관광을 이끌고 문화강국으로의 위용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최근에는 굵직한 건축 시상식에서 연이어 수상하며 간삼건축 디자인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경기 성남에 위치한 ‘분당 두산타워’는 ‘2021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분당 두산타워는 건물의 중앙을 관통하는 오픈공간 계획으로 도시적 흐름을 단절시키지 않으면서 상호작용을 추구하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2021년 한국리모델링건축대전’에서는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호텔이 특선을 수상했다. 이 호텔은 간삼건축과 자회사인 간삼기획이 콘텐츠 제안부터 디자인까지 함께한 리모델링 프로젝트로 현재 지역의 열린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아울러 지역경기 활성화에도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밖에 ‘2020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일반 건축부문 대상(구기동 공동주택)과 우수상(갤러리아 광교)을 수상하며 간삼건축만의 경쟁력을 꾸준히 증명하고 있다.

38년 지켜온 집념… “공간 통해 인간이 행복해지길”


2021 간삼건축 신입직원 단체사진.
현재 간삼건축에 근무하고 있는 약 660명의 임직원은 각자의 분야에서 도시와 사회, 그리고 문화가 만들어낸 다양한 문제를 공간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저마다의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적인 공간 디자인을 구현해 대중들에게 즐거움과 경이로움, 삶의 행복을 선사하는 것을 공통의 목표로 삼고 있다. 이 목표는 설립부터 지켜온 집념과도 같다. 간삼건축은 ‘행복한 건축’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 디자인을 통해 진정한 ‘건축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660여 명의 집단지성을 이끌고 단순한 공간창출을 넘어 인간과 시, 공간 안에서 행복이라는 본질을 찾는 관찰자의 자세로 건축을 대하는 이가 있다. 바로 최고경영자인 김태집 대표이사다.

김 대표가 생각하는 좋은 건축이란 건축주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완성된 건축물의 단순한 만족을 넘어 지역사회와 주변 환경까지 더 나은 모습으로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는 “건축가는 공간으로 소통하며 세상을 바꾸고 대중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라며 “설계를 의뢰하는 건축주 역시 많은 애착과 꿈을 갖고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있기에 건축가와 다름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간삼건축의 경영철학과 건축철학은 뿌리를 함께 하고 있다. 즉, 간삼건축 존립 이유는 우리 사회의 행복의 가치를 높이는 데서 시작한다.

김 대표는 “단순히 건물을 짓는 건축 행위에 가려져 소중한 것을 놓치는 경우가 없도록 신경 쓰는 것도 건축가의 역할”이라고 전했다. 그는 사내 건축가들에게 늘 행복이라는 본질에 기초하여 설계를 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건축가의 사회적 책임… “新주거형태, 코빌리지 선보일 것”

간삼건축의 비젼홀더는 간삼(사람과 사람 사이, 공간과 공간사이, 시간과시간)의 이념을 상징하며 형상화했다.
김 대표를 포함해 간삼건축 임직원은 우리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건축가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고민하고 있다. 단순한 재능 기부가 아닌 건축가의 사회적 책임에 따른 부분이다. 이러한 고민의 결과로 간삼건축은 새로운 주거 형태인 공유마을을 선보일 에정이다.

이 회사는 수년 전부터 대도시를 떠나 자연 친화적인 삶과 새로운 생활을 찾는 인구가 급증하는 수요를 파악해 비수도권에 약 700가구가 자급자족 형태로 살 수 있는 공유마을 브랜드인 ‘코빌리지(Co-village)’를 기획했다.

코빌리지는 전원생활을 즐기면서도 공유경제의 생산자이자 이용자로 활동할 수 있는 주거단지를 기본 개념으로 삼는다. 올해 내에 강원 양양군에 제1호 공유마을을 착공할 계획이다.

이 공유마을은 간삼건축이 설계를 맡고 운영은 홈즈컴퍼니가 담당한다. 전원과 도시생활의 공존을 지향하고 참여형 일자리를 통한 삶의 가치 향상을 목표로 한다. 마을 내 주거시설과 함께 다양한 운영시설과 편의시설을 두고 공동체의 경제적 역량을 키워 마을의 자립도를 높여나갈 예정이다. 250여 개의 일자리를 확보했으며 환경과 공간, 시설, 서비스 제고에도 각별히 신경 쓸 각오다.

간삼건축은 공유주택을 국내 비수도권 지역에 100여 곳을 조성하면 수도권 쏠림 현상을 피해 지방의 공간 활용도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대표는 “오랫동안 우리의 집은 사는 곳(Live)보다 사는 것(Buy)에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며 “앞으로 공유마을이 새롭고 다양한 주거형태의 마중물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속도보다 내실, 올바르게 성장하는 게 중요”



김태집 간삼건축 대표이사 인터뷰


“건축가는 지금 시대가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문제와 대중의 라이프스타일을 더 나은 방향으로 제시하고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선보이는 공간을 통해 많은 이가 행복하다면, 그 존재만으로도 성공한 건축물이지요.”

김태집 간삼건축 대표이사(사진)는 직원들에게 기술적인 내용보다는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설계의 초석과 방향 등을 잡아주는 데 집중한다. 건축주의 의견에 기반해 간삼건축만의 색깔을 입히고 가치를 심어주는 것이 대표자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매출계획이나 회사의 비전 등을 묻자 “올해는 사상 최고 매출액과 수주액 달성이 확실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회사가 옳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는지를 견지해야 한다는 점이다”고 답했다. 기업은 지속 성장이 중요하다. 따라서 속도보다는 바른 방향과 내실이 있어야 지속적인 이윤 창출을 담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확고한 건축철학을 바탕으로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 강조하는 경영자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생각들은 건축업계 발전과 인식 개선으로도 이어진다.

그는 “건축인들이 사회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는 풍토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건축설계 비용을 평당가로 책정하는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간삼건축은 수많은 건축 입찰 제안을 받지만 책정된 건축비가 일방적이거나 조율이 불가하면 고사하고 있다. 건축물과 건축주를 위한 ‘간삼’만의 색을 입힐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김 대표는 “모든 창작활동이 그렇듯 건축 역시 지난한 추상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이 험난한 과정과 철학의 깊이가 평당 가격으로 책정되는 건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건축인들 스스로 초래한 과도한 단가 경쟁으로 인한 제 살 깎기 행태와 불공정 경쟁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그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모두의 발전과 상생을 위한 공정한 경쟁과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기자 j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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