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안 하고, 갱신청구권 사용했는데”…더 좁아진 내집 마련

뉴스1

입력 2021-10-27 09:47 수정 2021-10-2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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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한 은행 앞에 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1.10.26/뉴스1 © News1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규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자금 여력이 부족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문턱은 더욱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하지 말라’는 정부의 말만 믿고 주택 구입을 미루던 이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내년에는 전세대출까지 규제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세입자들의 불안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현금부자만 집 사라는 거냐” 서민 무주택자 반발

27일 금융당국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전날 ‘가계대출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주택 실수요자들의 매수 심리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책으로 대출한도는 큰 폭으로 줄면서 주택 구입을 위한 자금 마련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금융당국의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로 연봉 4000만원인 직장인의 대출 한도는 내년 1월부터 기존 4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어든다. 대출이 없는 무주택 세대주가 서울의 6억원인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로 가정한 결과다. 이미 신용대출을 받았거나, 마이너스 통장 등이 있다면 대출한도는 더욱 쪼그라든다.

내 집 마련 시기를 저울질하던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파르게 오른 집값을 충당하려면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택 구입을 서두르지 말라고 했지만, 결국 영끌로 집을 산 사람들이 승자가 됐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가계대출 관리방안 발표 이후 부동산 커뮤니티와 관련 기사 댓글에는 “이제 사다리 다 끊긴 것 같다”, “서민들은 집 사지 말라는 거냐”, “투기꾼 잡겠다더니 실수요자만 피해를 입고 있다” 등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출규제로 시장의 주택 수요를 억누르면서 시장왜곡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거래량 자체는 일부 줄어들 수 있지만, 대출규제 영향을 받지 않는 현금부자 중심의 신고가 거래로 가격 상승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집을 사려는 수요 자체가 줄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가격 하락 효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라며 “시장의 양극화나 주거 불평등 상황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대출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금액대나 구매력 있는 사람들에겐 대출규제가 미치는 영향이 한정적”이라며 “주택매매는 상대적으로 감소하더라도 신고가 체결은 계속되는 양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전세대출도 규제…월세로 밀려나는 세입자

대출 규제로 주택 구입이 어려워진 실수요자들이 전세로 돌아서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이란 관측도 있다. 여기에 전세대출까지 겹치면서 전세금 마련이 어려운 세입자들은 월세나 반전세로 밀려나는 등 주거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대책에서 전세대출을 올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제외하기로 했지만, 내년부터는 다시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추가 규제도 예고한 상태다. 전세대출을 받은 차주가 추가로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을 받으면 DSR에 전세대출 원금을 적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내년에 전셋집을 새로 구해야 하는 세입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세대출이 DSR 규제에 포함되면 대출 한도는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물건들이 신규계약으로 전환하는 시점이다. 이들 매물은 임대료 인상폭을 5% 이내로 제한한 전월세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아 큰 폭의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매매 수요가 감소하면 일부 수요는 임대차로 옮겨가며 전세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전세대출 규제도 동반되고 있어 전세대출이 제한되는 이들은 보증부 월세를 선택하는 월세화 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전세대출 규제가 본격화되기 전에 이사를 서두르는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임대차3법 시행 이후 매물 부족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추가 수요가 더해지면 전세 시장의 수급불균형은 심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대출총량에 여유가 있는 내년 상반기에 전세대출을 받아 이사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며 “분기별로 대출총량을 배분해 수요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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