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회사가 아니라 필요한 경험을 찾아라[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입력 2021-10-27 03:00 수정 2021-10-2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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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딱히 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업무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저는 그 일을 더 잘하려고 했어요.” A 씨는 졸업 후 첫 직장에서 맡은 업무가 자신과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고객과 직접 대면하고 설득하는 업무는 열심히 하면 잘할 수 있겠지만 좋아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이 업무를 5년 넘게 한 뒤 자신이 가고 싶었던 타 부서로 이동해 근무했다. 그렇게 지낸 첫 직장은 그 업계에서 가장 큰 회사 중 하나였다. 그때, 그보다 상대적으로 작고,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회사에서 관리자로 일할 기회가 생겼다. 주변에서는 모두 이직을 말렸다. 평생직장을 경험했던 부모님은 이직에 대해 부정적이었고, 첫 직장의 동료들은 큰 회사에서 더 오래 근무하며 기회를 찾는 것이 낫지 않냐는 걱정과 조언을 주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 새로운 기회가 본인이 하고 싶었던 경험을 할 수 있는 자리인지 아닌지가 중요했다. 결국 옮겼고, 이후 몇 개 회사에서 관리자로서 값진 경험을 했다.

글로벌 기업에서 관리자 경험을 쌓고 나자 그는 해외 지역본부나 전 세계 본사에서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또 다른 글로벌 기업 아태지역 본부에 지원했고 수차례에 걸친 인터뷰 끝에 기회를 잡았다. 그곳을 거친 후 더 나아가 그는 현재 전 세계 본사에서 일하는 중이다.

그와 커리어 여정에 대한 인터뷰를 하면서 몇 가지 짚어볼 부분이 있었다.

첫째, 이직할 때 직장을 선택한 기준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혁신 이론으로 유명했던 클레이턴 크리스텐슨의 ‘경험의 학교’를 떠올렸다. 그에 따르면 삶이나 일에서 필요한 경험을 하며 배우는 과정이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 A 씨는 자신이 원하는 경험이 무엇인지 알았고, 더 크고 더 유명한 회사에 들어가는 것보다 그런 경험을 제공하는 회사를 선택했다. 다른 사람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든지 말이다.

둘째, A 씨는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매우 평범하며 다른 사람에 비해 더 똑똑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학업이나 자격증 등 특출한 배경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걱정도 많아 조심스러운 성격이란다. 다만 그는 그런 성격과 상황이 자신에게 의미하는 바를 잘 알았던 것 같다. 그는 일을 맡으면 보다 많은 자료를 검색하여 최선을 다해 실행하려 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믿을 만한 사람으로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에 충실하고자 했다. 이런 노력은 어떻게 돌아왔을까. 일자리를 옮길 때마다 과거에 함께 일했던 사람이 중요한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거나 추천을 해주었다. 그가 함께 일할 만한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셋째, 아태지역 본부에 지원할 때 그는 수많은 후보자 중 한 사람이었다. 인터뷰에서 그는 꼭 질문을 했다고 한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상대에게 자신이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측면에서 전략적 질문을 던졌다. 이런 질문과 대화를 통해 인터뷰에서 진정성을 보여주었다.

인터뷰 말미에 그가 어떻게 아태지역을 거쳐 전 세계 본사까지 가게 되었는지 물었다. 그는 현재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항상 상사에게 자신의 직업적 욕구를 솔직하게 표현했다. 본사에서 전 세계를 담당하는 업무 경험을 해보고 싶다고. 물론 한두 번 이야기한다고 상사가 내 욕구를 기억해주지는 않는다. A 씨는 기회가 될 때마다 진지하게 이야기했고, 본사 상사와 면담하는 자리에서 갑작스러운 기회가 왔다. 상사는 “A 씨,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다고 했죠?”라고 물었고, 준비된 그는 바로 자신의 욕구를 이야기했다. 그 면담 후 본사에 새로운 기회가 생겼고, 상사는 그 기회를 A 씨에게 주었다.

졸업 후 첫 업무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충 하거나 그만둘 수 있겠지만, 그는 오히려 그 업무에서 좋은 성과를 발판 삼아 자신이 원하는 또 다른 부서로 이동했다. 돌아보면 A 씨는 그때 직접 고객과 대면한 경험이 지금까지도 매우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고 한다.

직업적 욕망을 잘 알고, 주변 시선을 의식하기보다는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경험을 찾아다녔으며, 자신이 가진 장단점에 따라 그에 맞는 노력을 해온 그가 앞으로도 본사에서 펼칠 활약에 응원을 보낸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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