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방 있어도 내국인은 못 받아…“도시 공유숙박 족쇄 풀려야”

전승훈 기자

입력 2021-10-27 03:00 수정 2021-10-2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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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휴공간 활용 소득창출 요구 높아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해외여행이 막히자 국내여행 위주로 관광산업이 재편됐다. 특히 제주도와 강원도 같은 곳에서 공유숙박으로 집을 빌려 잠시 머물거나 살아보는 사람들이 크게 늘며 여행 트렌드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공유숙박이 더 이상 ‘대안’이 아니라 ‘주류’ 여행 방식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한 글로벌 공유숙박 플랫폼을 통해 한국에서 유발된 직접적인 경제적 영향은 한 해 약 1조3700억 원에 달했다.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관광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에 따르면 공유숙박으로 인한 전 세계 경제적 파급효과는 연간 110조 원에 이른다. 공유숙박이 단순한 민박 서비스의 개념을 넘어 경제적 파급효과가 상당한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공유숙박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에어비앤비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상장에 성공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도심 관광 활성화를 위해 공유숙박업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국내외 여행객들에게 인기 높은 서울 종로구 인왕산 아래 서촌 지역.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하지만 서울 같은 도시지역에서는 이 같은 트렌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내 관광객을 받을 수 없는 제도 때문이다. 도시지역의 공유숙박은 관광진흥법 내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만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해외 관광객마저 끊기자 도심 내 공유숙박 개인사업자들은 2년간 잠정 폐업상태에 몰려 있는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국회는 관련 제도 개편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2016년 정부가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도시지역 ‘공유민박업’ 신설을 추진한 이후 국회에서 총 4회 도심 내 내국인 공유숙박 허용을 위한 발의가 이루어졌지만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현 정부에서도 공유경제 활성화, 혁신성장, 관광산업 규제혁신 추진 방안 중 하나로 내국인 공유숙박 제도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진전이 없다. 또한 기존 숙박업계(모텔업계 등)의 반발을 완화한다는 취지에서 ‘내국인 공유숙박’의 경우 연간 180일만 운영하는 조건으로 수년째 유사 법안이 발의되고 있지만 이 역시 통과되지 않고 있다.

경희대 관광산업연구원이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과 함께 전국 7대 도시(서울 부산 광주 대구 인천 울산 대전)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3%가 코로나19 이후 국내 관광산업 성장을 위해 도심 내 공유숙박 활성화와 관련 산업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응답자의 87.8%는 외국인 입국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 외국인도시민박업에 종사하는 개인사업자들의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고 답했다. 공유숙박업이 은퇴자들, 전업주부, 청년층 등 구직이 어려운 개인에게 남는 방 등 유휴공간을 창조적으로 활용해 소득 창출의 기회가 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77.4%가 동의했다.

국내 관광객의 활발한 국내여행은 관광산업의 활성화에 큰 토대가 된다. 실제 일본은 2012년 외국인 관광객 수가 836만 명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3190만 명으로 증가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일본이 ‘인트라바운드’(내국인의 국내여행) 관광을 부흥시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국내여행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데도 내국인을 위한 국내여행 시장 인프라는 미비한 실정이다.

경희대 관광산업연구원 서원석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72.6%가 공유숙박을 원하고 있는 시장의 수요를 반영해 국내 관광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내국인도 자유롭게 새로운 국내 여행 트렌드를 형성해 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현재 주택을 숙박용으로 제공하는 ‘공유숙박업’으로는 도시 지역의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농어촌 지역의 ‘농어촌민박업’, 한옥을 이용하는 ‘한옥체험업’이 있다. 하지만 도시지역에서는 이름 그대로 외국인에게만 허용되고 있어 정부와 국회는 관련 제도 개편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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