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은 단순 피부질환 아닌 전신질환… 꾸준한 치료-관리 필수”

홍은심 기자

입력 2021-10-27 03:00 수정 2021-10-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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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건선학회 최용범 회장 인터뷰
합병증-정신질환 유발 가능성 높아… 가능한 한 빨리 적절한 치료 받아야
최근 다양한 생물학적 제제 개발돼… 완치는 어렵지만 영향 줄일 수 있어
관리 잘하면 깨끗한 피부 유지 가능


건선은 최신 치료 약제 출시로 과거에 비해 치료 효과가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환자가 건선 치료를 기피하거나 잘못된 치료로 고통받고 있다. 사진은 최용범 대한건선학회 회장. 대한건선학회 제공

29일은 ‘세계 건선의 날’이다. 건선 환자가 겪는 신체적·심리적 고통, 사회적 차별 등이 조명되면서 환자의 장기적 예후를 고려한 치료가 이뤄지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최근 대한건선학회는 최용범 건국대병원 피부과 교수가 신임회장으로 취임했다. 최 회장을 만나 변화하고 있는 건선 치료 환경에 대한 최신 지견을 들어봤다.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소감은….

대한건선학회는 1997년 창립 이래로 국내 건선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 교류, 환자와 의료진 교육 활성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창립 후 어느덧 20여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짧고도 길었던 시간 동안 건선 치료 분야가 발전해 온 과정을 보면 새삼 놀랍다. 학회 임원과 구성원들의 노력이 쌓여 발전의 한 축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 연장선에서 앞으로도 학회가 건선 분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현재 국내 건선 환자와 중증 건선 환자 유병률은 얼마나 되나.

2020년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국내 건선 환자는 16만 명 이상이다. 매년 남성 환자가 여성 환자보다 약 1.4배 많았다. 중증 건선 유병률은 전체 건선 환자의 10∼20% 정도로 국내에는 약 3만 명의 환자가 중증 건선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건선을 치료할 때 주의사항은….

건선은 단순한 피부 질환이 아닌 전신 질환이다. 다양한 동반 질환과 연관이 있다. 방치할 경우 염증이 전신에 퍼지면서 피부 증상뿐 아니라 다양한 이상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건선 환자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피부 병변과 움직일 때마다 떨어지는 인설(하얀 각질)로 사회생활과 대인관계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2019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건선을 앓고 있는 환자는 정상인보다 불안장애, 우울증, 신경증성 장애 등 정신질환에 걸릴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선은 건선 자체로도 문제지만 다른 합병증이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건선은 치료가 어렵다고 알고 있다.

건선 치료 환경이 많이 발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질환이나 치료법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 건선과 같은 만성질환의 주된 특성은 완치가 되지 않고 장기간 동반한 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잘 치료를 받다가도 조금만 호전되면 치료를 임의로 중단한다. 반대로 치료를 받다가도 나아지는 게 없으면 중간에 치료를 포기해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생긴다. 특히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거나 민간요법, 대체의학에 의존하기도 한다.

건선은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장기간 의지를 가지고 꾸준히 치료, 관리해야 한다. 요즘은 치료제들의 효과도 매우 좋기 때문에 치료만 잘 받으면 완전히 깨끗한 피부를 기대할 수 있다. 또 깨끗해진 피부를 장기간 잘 관리하면 일반인과 똑같이 살아갈 수 있다. 다시 말해 건선은 질환에 대한 정확한 인지와 제대로 된 치료가 동반되면 충분히 관리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질환이 됐다.

―국내 건선 치료 수준은 어디까지 왔나.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치료가 굉장히 까다로운 질환이었다. 다행히 최근에는 인터루킨-23, 인터루킨-17 억제제와 같은 생물학적 제제가 등장하면서 건선 치료 분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게 됐다. 이들 치료제는 건선을 유발하는 면역작용을 억제하는 치료법으로 면역 질환인 건선을 보다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이러한 생물학적 제제들의 활약으로 현재 건선 치료 목표는 ‘거의 깨끗한 피부(PASI 90)’를 넘어 ‘완전히 깨끗한 피부(PASI 100)’로의 개선까지도 고려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생물학적 제제가 피부 개선 효과뿐 아니라 동반질환 감소 측면에서도 유효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건국대 연구팀과 진행한 ‘건선의 치료 방법에 따른 심혈관계 합병증 발생 영향’ 연구결과를 보면 건선 치료제 중 생물학적 제제 치료군이 다른 치료군과 다르게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을 줄인다는 점을 확인했다.

현재 중증 건선을 가진 환자들이라도 생물학적 제제로 깨끗해진 피부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게 됐고 빠르게 치료를 받고 관리만 잘하면 건선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단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건선 치료와 관리의 주의점은….


건선 환자들도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청결을 유지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등 일상적인 예방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백신 접종도 특별한 금기사항이나 백신 성분에 대한 알레르기가 없는 한 피부과 전문의와 보건기관 지침에 따라 코로나19 백신을 투여하도록 권장되고 있다.

현재까지 코로나19가 건선 환자의 치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명확하게 확인된 바는 없다.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환자들은 사용 중인 건선 생물학적 제제 혹은 경구용 제제 치료를 지속할 것을 권장한다. 다만 처방의와 환자 간의 의견 교류를 통해 치료의 잠재적 이점, 질환의 활성도와 이전 치료제에 대한 반응, 코로나19 감염이나 예후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 환자의 기저 요인 등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

―향후 학회 활동계획과 비전은….

대한건선학회는 국내 건선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연구, 진료, 교육 등 다양한 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연구 측면에서는 한국인의 건선 사례를 데이터화해 보다 맞춤화된 국내 건선 치료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진료 측면에서는 실질적인 진료에 도움이 될 수 치료 권고사항부터 준비해 나가려고 한다. 이를 통해 건선 치료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마지막으로 건선 환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건선도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중요하다. 건선은 치료의 발전이 두드러진 분야여서 계속해서 더욱 효과 높은 신약들이 나오고 있다. 물론 건선의 특성상 완치는 아직 힘들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음식 등을 신경 쓰면 깨끗한 피부로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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