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서 꿈 일구는 청년농부 “농촌서 제 미래를 찾았죠”

당진=정미경 기자

입력 2021-10-25 03:00:00 수정 2021-10-2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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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현 ‘사과수피아’ 대표
2017년 당진으로 귀농해 사과재배
지역 특성에 맞춰 고밀식 농법 도입
3년만에 매출 5배… GAP인증도 받아


자신이 경영하는 농장 ‘사과수피아’에서 사과를 돌보는 손주현 씨. 27세 나이에 귀농 5년 차인 그는 “요즘 청년농부들의 주요 관심사는 GAP 인증, 신기술 도입 등 소비자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방안 연구”라고 말했다. 손주현 씨 제공

“청년들이여, 농촌으로 가라. 농업에 미래가 있다.”

‘투자의 귀재’로 통하는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금융가 짐 로저스의 이 말이 10여 년 전 고등학생이던 손주현 씨(27)의 귀에 꽂혔다. 당시 한국을 방문한 로저스가 서울대에서 강연한 내용을 손 씨는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접했다. 서울 출신이지만 어릴 적부터 충남 당진에 살던 할아버지의 농사일을 간간이 도왔던 그는 로저스의 강연에 자극을 받아 농업에 자신의 미래를 걸기로 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손 씨는 정말 농부가 됐다. ‘사과수피아 대표’라는 어엿한 직함을 가진 농업 경영인이다. 당진에서 2만 ㎡(약 6000평)의 넒은 땅에 부사 시나노골드 루비에스 아리수 감홍 자홍 등 6종의 사과를 생산하는 청년농부 손 씨를 최근 만났다. 서해의 낚시명당 석문방조제, 해맞이명소 왜목마을 등으로 널리 알려진 당진 석문면의 ‘사과수피아’ 농장에서는 성인 남성의 주먹보다 더 큰 사과들이 나무에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요즘 사과가 제철입니다. 10월에 노란 사과인 시나노골드를 따면 11월에 부사가 수확을 기다립니다. 수확뿐 아니라 택배 주문을 받은 사과의 포장 발송까지 마쳐야 하니 지금이 가장 바쁜 때죠.”

1년에 100t 정도의 사과를 생산하는 손 씨의 농장은 200여 곳의 사과 농가가 밀집한 당진에서도 손꼽히는 대량 생산업체다. 2017년 처음 과수원을 열었을 때 3000만 원이던 매출액은 2020년 1억5000만 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1억 8000만 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손 씨는 고밀식 기술로 사과를 키운다. 고밀식은 나무의 키를 높게, 나무 간격은 좁게 키우는 방식이다. 실제로 손 씨 농장에서 키우는 사과나무들을 보면 유달리 키가 크다.

“일반적인 사과나무의 높이가 2, 3m라면 고밀식 재배는 4m에 달합니다. 간격은 1.5m로, 일반적 거리인 6m에 비해 매우 촘촘한 편입니다.”

고밀식 농법을 택한 것은 지역적 특성과 맞기 때문이다. 해양성 기후인 당진은 일조량이 풍부하고 바람이 많아 고밀식 재배에 적합하다. 또한 고밀식은 기계로 수확할 때도 편리하다는 것이 손 씨의 설명이다.

손 씨는 고밀식 재배를 포함해 주요 사업 결정을 내릴 때마다 언제나 동업자인 아버지와 함께 머리를 맞댄다. 이들 부자는 말로만 동업자 관계가 아니라 공동 대표로 나란히 이름이 올라 있다. 수입도 공평하게 나눈다. 2017년 일반 회사원 출신의 아버지가 귀농을 결심했을 때 마침 한국농수산대 과수학과를 졸업한 손 씨와 함께 사과 재배에 뛰어들기로 의기투합한 것이다. 아버지는 지역의 사과 마이스터대학 과정을 수료하고, 손 씨는 농수산대 전공심화과정을 다니며 사과 장인이 되기 위한 각자 자기 몫의 공부를 하고 있다.

주로 온라인 직거래 판매를 하는 손 씨의 사과는 5kg 박스에 3만5000원 수준이다. 자신이 키우는 사과의 차별성을 최대한 강조하고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해 지난해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받았다. 그 이전까지는 그가 속한 당진사과연구회의 ‘해나루’ 브랜드가 GAP 인증을 받은 상태였지만 손 씨는 ‘사과수피아’의 브랜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지난해 개별적으로 인증 절차를 밟았다.

“신기하게도 소비자들은 사과 박스에 찍힌 작은 녹색 GAP 마크를 알아봐 주십니다. 오늘 GAP 인증을 받았다고 내일 매출이 몇 배 뛰는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소비자 마음속에 GAP 인증품에 대한 신뢰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높은 재구매율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GAP 인증도 마친 지금 손 씨는 청년농부로서 자신감에 차 있다. 고교 동창 친구들은 취업준비생으로, 직장인 초년생으로 사회와 부딪히고 있을 때 그는 두둑한 경력의 ‘사장님 농부’가 돼 있다.

“10년 전 ‘농업에 미래를 걸고 싶다’고 했을 때 친구들은 ‘장래 희망이 농부?’라며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친구들은 저를 보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네 말이 맞다’는 뜻이겠죠.”

당진=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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