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연소 마지막 46초 모자라… 목표속도 못미쳐 궤도진입 못해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 서동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1-10-22 03:00 수정 2021-10-22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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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우리기술로 개발 우주발사체
전체 비행과정은 정상적으로 진행
궤도 안착에 실패… 내년 5월 재도전


‘우주기술 독립’ 도전은 계속된다 한국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누리호는 700km까지 올라가는 데는 성공했지만 위성이 궤도에 안착하는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고흥=사진공동취재단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한국 독자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마침내 우주로 날아올랐다. 2010년 3월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에 착수한 지 11년 7개월 만이다.

21일 오후 5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1단 엔진 분리, 페어링(위성 보호 덮개) 분리, 2단 엔진 분리, 모형 위성 분리 등 비행 과정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누리호는 목표 고도 700km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모형 위성을 궤도에 초속 7.5km의 속도로 투입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3단 엔진이 목표 연소시간인 521초 동안 연소되지 않고 475초에 조기 종료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엔진 연소가 조기 종료된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모형 위성은 궤도에 안착하지 못하고 추락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전 비행 과정이 정상적으로 수행됐지만 위성 모사체(모형)가 지구 저궤도에 안착하지 못했다”며 “시험비행 전체를 평가하자면 이제 마지막 한 걸음 남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누리호는 내년 5월 다시 100% 미션 완수를 위한 도전에 나선다. 내년 5월에 발사되는 누리호에는 무게 200kg의 성능 검증 위성과 1.3t의 모형 위성이 함께 실린다. 2차 발사 이후에도 누리호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사업을 통해 네 차례 추가 발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우주독립’ 문 연 누리호, 한걸음 모자랐다
3단 엔진 목표 연소시간인 521초 다 못 채우고 475초만에 꺼져
목표속도보다 초속 800m 부족, 모형위성 추락… 연구진들 눈물
조사위원회 꾸려 원인 분석하기로



우주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21일 첫 시험비행에 나선 누리호는 목표 고도인 700km에 도달해 모형 위성 분리까지 정상적으로 진행됐지만 완벽한 성공에는 한 발짝 모자랐다. 7t급 엔진인 3단 엔진의 연소 시간이 부족해 모형 위성이 궤도에 안착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누리호는 21일 오후 5시 정각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의 제2발사대에서 1단 엔진이 불을 뿜으며 힘차게 이륙했다. 1단 엔진은 발사 127초 뒤 고도 59km까지 오르며 점화가 완료돼 분리됐고, 곧바로 2단 엔진이 점화를 시작했다. 발사 233초 뒤 모형 위성을 덮고 있는 페어링(위성 보호 덮개)이 분리됐고, 발사 274초 뒤 고도 258km까지 올라간 상태에서 2단 엔진이 점화를 마치고 분리됐다.

당초 기술진의 가장 큰 걱정은 75t 엔진 4기가 묶인 1단 로켓이 제대로 분리될지, 페어링이 제대로 분리될지였다. 나로호의 경우 2009년 1차 발사 때는 페어링 한쪽이 분리되지 않아 실패했고, 2010년 2차 발사 때는 이륙 137초 만에 로켓이 공중에서 폭발했다.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3단 엔진이 점화돼 목표 궤도에 접근했다. 성공이 눈앞에 있었지만 마지막에 3단 엔진의 연소 시간 부족에 발목이 잡혔다. 목표 시간이었던 521초보다 46초 짧은 475초에 연소가 조기 종료되면서 지구 저궤도에 올리는 목표 속도인 초속 7.5km에 못 미치는 초속 6.7km에 그쳤기 때문이다. 궤도를 이탈한 모형 위성은 호주 남쪽 해상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을 지켜본 연구진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기술적인 원인 분석에 착수할 예정이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발사 후 브리핑에서 “모형 위성 분리까지 모든 과정이 정확하게 이뤄졌는데 딱 하나 3단 엔진 연소 시간이 짧아지면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아쉬움이 정말 크다”며 “데이터를 정확히 분석해 봐야겠지만 비행 전 계산으론 연료 부족이나 엔진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연료 탱크 내부 압력 부족이나 연소 종료 명령 오작동 등의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고 했다.

고 본부장에 따르면 3단 엔진에 사용되는 7t급 액체엔진은 1단 엔진에 사용된 75t급 액체엔진보다 개발이 더 까다롭다. 연료 노즐 설계 조건이 까다롭고 가혹하기 때문이다. 누리호 3단에 쓰인 7t급 액체엔진은 12기의 시험 엔진으로 93차례, 1만6925.7초의 테스트를 거쳤지만 실패를 피하진 못했다.

오승협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은 “3단 엔진 시스템에 추진제를 공급하는 밸브류가 30여 종이 있고 부품도 43개 이상”이라며 “이 중 하나가 제대로 기능을 못 했을 가능성 등 다각도에서 검토해야 한다. 공급계의 문제일 수도 있고 연료 가압 시스템이나 밸브 오작동 문제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쉬움을 남겼지만 75t급 액체엔진 4기를 묶어 실제 비행을 한 것만으로 대단한 성과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고 본부장은 “발사체의 자세 제어나 목표 궤도 진입을 위한 유도 알고리즘 등이 정확하게 진행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문제 원인을 찾아 극복하고 내년 5월에는 완벽한 결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서동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bios@donga.com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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