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표정도 담는 온라인 공연… 장르 편차는 과제

김기윤 기자

입력 2021-10-22 03:00 수정 2021-10-2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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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대체하는 랜선공연 급성장… 첨단장비 동원 섬세한 영상 제작
‘지하철 1호선’ 최근 네이버TV 송출… ‘아르코 극장’ 작품별 4000명 시청
유료 온라인 뮤지컬 최대 1억 매출 “연극-무용 더욱 공들여 만들어야”


모헤르댄스프로젝트의 무용 ‘집 속의 집’이 19일 네이버TV를 통해 송출되는 장면(위쪽 사진). 네이버TV를 통해 송출된 연극 ‘너를 만난다’(가운데 사진). 뮤지컬 ‘태양의 노래’의 실황 중계를 위해 협동로봇 장비에 카메라를 장착한 모습. 시야 방해를 최소화하고 사람이 직접 구현하기 힘든 미세한 장면도 연출할 수 있는 장비다. 네이버TV, 아르코예술기록원, 신스웨이브 제공

극단 학전이 1994년 처음 선보인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온라인 공연이라는 새 무대로 들어오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네이버는 공연계에서 상징적 위상을 지닌 이 작품을 자체 플랫폼인 네이버TV로 송출하기 위해 2018년부터 학전과 접촉했다. 하지만 김민기 학전 대표는 저작권 침해를 우려했고 공연의 현장성을 영상에 제대로 담을 수 없다며 고사했다.

팬데믹의 장기화로 작품이 관객과 만날 기회가 줄어들면서 상황도 달라졌다. 2021년 7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 초청받은 ‘지하철 1호선’은 처음으로 네이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관객과 만났다. 김 대표도 마음을 바꿨다. 저작권 침해 우려가 큰 녹화 중계보다는 실황 중계를 택했다. 학전 측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고민하던 끝에 대표님도 온라인 송출에 동의하셨다”고 했다.

팬데믹 중 현장 공연의 대체재로 급성장한 온라인 공연이 새 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공연을 있는 그대로 촬영해 송출하는 데 급급했다면, 최근에는 여러 첨단 카메라, 과학 장비를 동원해 보다 섬세한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배우의 표정을 잡아내는 클로즈업, 배우들 사이를 휘젓는 현란한 카메라 움직임, 고화질 영상은 새로운 보는 맛을 선사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난달 28일부터 네이버TV를 통해 선보인 ‘아르코 온라인 극장’에는 작품별로 평균 4000명의 관객이 몰려든다. 특히 지난달 30일 선보인 연극 ‘너를 만난다’는 온라인 공연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감염병이 창궐한 미래를 배경으로 그린 작품은 8월 서울 서초구 소극장에서 3일간 공연을 마쳤고 이를 촬영하고 가공해 한 달 뒤 온라인 관객과 다시 만났다. 프로젝션 매핑, 레이저 파사드 같은 신기술을 결합한 무대, 조명 연출이 카메라에 오롯이 담겼다.

관객 참여형 공연을 표방한 작품의 매력을 담기 위해 중계 카메라는 현장 관객이 고민하는 표정까지도 담아내 재미를 더했다. ‘아르코 온라인 극장’은 이 밖에도 40편의 연극, 무용, 뮤지컬, 전통 공연을 매주 2회씩 네이버TV를 통해 송출할 예정이다.

온라인 공연의 질적 향상은 관객의 인식 전환이 있기에 가능했다. 특히 몇몇 공들여 찍은 영상은 ‘생각보다 볼만하다’는 인식이 퍼졌고, 아예 유료 온라인 공연을 기획한 공연제작사도 생겨났다. 공연 실황, 비하인드 영상을 무료로 공개하던 게 관행이었으나 “온라인 공연을 누가 돈 내고 보냐”던 인식도 차츰 변화했고, 온라인 공연에 열광하는 관객도 생겨났다.

제작사들도 고가의 촬영 장비 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EMK엔터테인먼트, CJ ENM 등이 선보이는 인기작의 경우 온라인 유료 공연 2, 3회로 1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공연 제작사 신스웨이브가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선보였던 뮤지컬 ‘태양의 노래’는 147개국의 관객 3만5000여 명을 끌어모았다. 곽기영 한국영상연합 대표는 “지난해에 비해 유료 온라인 공연이 세 배가량 늘었다. 제작사도 온라인 공연과 현장 공연을 병행하는 방법을 고민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온라인 공연이 수익을 내는 건 소수의 대형 뮤지컬에 국한되고 있다. 장르별 편차는 극복해야 할 과제다. 최정호 아르코예술기록원 공연 영상화 사업 총괄담당은 “온라인 공연이 현장 공연과는 또 다른 장르로 거듭났다. 특히 연극, 무용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도록 더욱 공들인 영상을 제작해야 한다. 플랫폼 다각화를 통해 수익을 내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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