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진의 경매 따라잡기]분양형 호텔 경매에도 ‘숨은 진주’ 있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입력 2021-10-22 03:00 수정 2021-10-22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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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휘말리기 쉬워 투자자 외면
계약 해지해 분양대금 돌려받거나
명도 받아 오피스텔처럼 사용 가능
잠재가치 포착하면 수익 낼수 있어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과거 분양형 호텔이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이 있었다. 한때 상가투자보다 수익률이 높았던 적도 있었다.

분양형 호텔은 객실을 호실별로 구분 등기해 마치 오피스텔처럼 수분양자에게 소유권 이전 등기를 별도로 해주는 호텔이다. 소유권은 별도로 이전하지만 호텔 운영은 시행사가 관리회사에 위탁하게 된다. 이 회사가 전체 수익 중 운영 비용과 수수료를 제외하고 남은 금액을 수분양자들에게 배당한다.

수익이 나야 배당해 주는 것이 원칙이지만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시행사가 무리하게 높은 수익 배당을 보장하는 구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분양형 호텔이 각종 분쟁에 휘말려 투자자에게 외면받고 있기도 하다.

경매시장에서도 분양형 호텔은 찬밥 신세다. 얼마 전 서울 중구 지하철 4호선 명동역 바로 앞에 위치한 전용면적 26m² 분양형 호텔 객실 하나가 경매에 나왔다. 오랫동안 패션 쇼핑몰로 운영되던 빌딩을 리모델링해서 600개가 넘는 객실로 쪼개 일반인에게 분양했던 호텔이다.

감정가는 약 4억5000만 원. 하지만 여러 번 유찰을 거쳐 감정가의 26%인 1억1700만 원까지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관광숙박업이 무너진 결과였다.

그러나 외면하기에는 입지가 좋았고 가격도 저렴했다. 그렇다면 분양형 호텔을 낙찰받아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을까. 먼저 분양계약을 해지하는 방법이 있다. 기존 계약을 승계한 낙찰자가 시행사에 수익률 보장 불이행이라는 책임을 물어 계약을 해지하고, 분양대금 반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1억2000만 원 정도에 낙찰받아 분양대금 4억5000만 원을 돌려받는다면 대박일 수 있다. 다만 분양대금 반환 주체인 시행사의 재정 상태가 열악하다면 분양대금을 반환하라는 판결을 받아도 판결문은 휴지 조각이 된다.

위탁관리회사와 맺은 계약을 해지하고 직접 명도를 받는 방법도 있다. 일단 명도를 받게 되면 등기부상 소유권자인 데다 실물을 점유하고 있으니 마치 오피스텔처럼 활용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위탁관리의 대상이 된 객실이라도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별도로 명도받아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위탁관리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분양자를 모아 별도로 위탁관리를 진행할 수도 있다. 대법원 판례는 하나의 분양형 호텔에 복수의 위탁관리업체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할청의 허가를 받아 독자적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본인이 직접 들어가 거주할 수도 있고, 세입자를 구해 임대를 줄 수도 있다. 면적이 비슷한 인근 오피스텔의 전세 시세는 대략 2억5000만 원 이상으로 형성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버틸 수만 있다면 숙박업소로는 최상의 입지 조건을 갖춘 물건이라 충분한 가치 상승이 기대됐다.

주변인에게 1억3000만 원 정도에 입찰을 권했지만 입찰을 포기했다. 이 물건은 결국 호텔을 분양했던 시행사가 낙찰을 받았다. 이 호텔의 미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시행사로서는 놓치기 아까운 물건이었을 것이다. 누구나 외면하는 경매물건이라도 그 속에 숨겨진 잠재 가치를 포착해 낼 수만 있다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 경매투자자도 부동산 전반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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