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효율성 좇아 은행 지점 함부로 줄이면 고객 떠나

동아일보

입력 2021-10-20 03:00 수정 2021-10-20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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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카네기멜론대 등 공동연구
대면 거래 유지하는 고객 적지 않아
직원이 디지털 뱅킹 등 설명해야
오프라인 ‘개점 효과’도 여전해



최근 비대면 거래 확대에 발맞춰 국내 은행들이 공격적으로 오프라인 점포를 축소하고 있다. 오프라인 점포를 통폐합하는 대신 디지털 뱅킹을 통한 거래를 확대하면 인건비, 임대료 등의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고객은 주택담보대출 등 복잡한 상품을 거래할 때는 오프라인 점포에서 대면 상담을 받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은행들의 오프라인 점포가 줄어드는 것은 고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카네기멜론대와 싱가포르경영대 연구진은 미국 은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오프라인 점포 수의 감소가 고객의 디지털 뱅킹으로의 이동을 가속화하는지, 아니면 오히려 고객의 불편을 키웠는지 분석했다. 연구진은 미국의 대형 은행과 협력해 2011∼2013년 고객 2만5000명의 개인별 오프라인 점포 및 디지털 뱅킹 거래 내역 85만 건과 이 은행의 오프라인 점포 폐점 및 개점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오프라인 점포를 폐점하더라도 같은 지역 내 은행의 다른 점포가 있는 경우 오프라인 전체 거래량에 영향이 없었다. 고객들이 폐점된 점포 대신 지역 내 다른 점포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폐점한 점포가 인근 지역 내 유일한 점포인 경우 오프라인 점포의 고객 거래량이 크게 감소했다. 또 단기적으로는 디지털 뱅킹과 콜센터,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이용이 크게 증가했으나 장기적으로 전체 거래량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연구진은 오프라인 점포의 폐점뿐 아니라 개점 효과도 측정했다. 그 결과 지역 내 기존 오프라인 점포가 있는데 새로운 오프라인 점포가 문을 열었을 때 오프라인 거래량뿐 아니라 디지털 뱅킹 거래량 또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객이 가까운 점포를 방문해 직원과 소통하면서 디지털 뱅킹의 다양한 기능을 학습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는 은행 고객들은 본인이 이용하던 가까운 점포가 문을 닫으면 교통비를 좀 더 들여서라도 지역 내 다른 오프라인 점포를 방문해 익숙한 대면 거래를 지속한다는 점을 입증했다. 이 연구 결과는 크게 세 가지 시사점을 준다. 첫째, 은행이 단순히 운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급진적으로 오프라인 점포를 폐쇄했다가는 고객을 잃을 수 있다. 디지털 뱅킹으로의 전환은 기존에 고객 대응 업무를 수행하던 직원들로 하여금 디지털 뱅킹을 통한 다양한 거래 및 기능을 설명하게 하는 점진적인 방식이 더 유리하다. 둘째, 오프라인 점포 폐쇄는 단기적으로 지역 내 다른 점포에서의 대면 거래와 콜센터를 통한 거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은 오프라인 점포 폐쇄에 앞서 인접 점포 및 콜센터의 인력을 확충하고 고객 응대 기능 역시 강화해 고객이 디지털 뱅킹으로 원활히 전환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지역 내 마지막 남은 오프라인 점포를 폐쇄할 때는 장기적으로 고객의 거래량 감소 및 이탈까지 초래할 수 있음을 감안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이동원 홍콩과학기술대 경영대학 정보시스템(ISOM) 교수 dongwon@ust.hk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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