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 매물 늘었는데, 전셋값은 ‘철옹성’ 왜?

뉴시스

입력 2021-10-19 08:09:00 수정 2021-10-19 08: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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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매물이 늘었는데, 전셋값은 그대로예요.”

지난 18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한강푸르지오 단지 내 공인중개업소의 한 직원은 주택 임대시장과 관련한 뉴시스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전세 매물이 조금 늘었다고 해서 전셋값이 하락하지 않았다”며 “전세 품귀 현상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서울 주택임대시장이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일부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전세 매물이 늘고 있으나, 신축 아파트 단지에선 여전히 품귀 현상을 빚으며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다.

재건축단지 조합원 2년 실거주의무가 백지화되면서 다시 전세 매물은 내놓는 집주인들이 늘어난 반면, 지은 지 10년이 안 된 신축 아파트 단지는 여전히 전세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전셋값이 50%넘게 급등했다. 특히 지난해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전셋값 상승이 뚜렷해졌다. 불과 4년 전 평균 4억원대였던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올해 들어 6억원을 돌파하는 등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전세 매물이 늘면서 일각에선 전셋값이 조정 국면으로 전환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전셋값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대기 수요가 전·월세 시장에 머물면서 예단하기 이르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5731건으로, 두 달 전(2만953건)에 비해 22.8% 늘었다. 통상 가을 이사철에는 이사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세 매물이 줄어든다. 몇 달 전까지도 전세 매물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었으나 최근 한 달 새 매물이 늘었다.

전세 매물이 늘었지만 전셋값은 요지부동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4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0.24% 상승하며, 전주(0.21%) 대비 0.03%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3% 올라 지난주(0.14%)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강남권에선 강동구(0.16%)는 암사동 신축과 명일동 대단지 위주로, 강남구(0.15%)는 학군수요 있는 대치·역삼동 위주로 올랐다. 송파구(0.15%)는 잠실·신천·문정동 대단지 위주로, 서초구(0.12%)는 서초·잠원동 위주로 상승했다.

강북권에선 마포구(0.18%)는 직주근접 수요 있는 공덕동 위주로, 서대문구(0.18%)는 남가좌·북아현동 위주로 올랐다. 종로구(0.17%)는 창신·무악동 상대적 중저가 위주로 상승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가을 이사철을 맞아 대체로 상승세가 지속됐으나, 그간 상승폭 높았던 일부 단지는 매물 증가하고 호가 하락하며 상승폭 소폭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전세수급지수도 하락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전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02.89로 지난해 7월 말 임대료 인상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와 임대차 계약이 만료됐을 때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이 본격 시행된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단기간 전셋값 급등에 따른 피로 누적과 전세대출 중단 우려가 겹치면서 전세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14일 전세대출을 총량관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주택시장에서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단기간에 하락세로 전환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새 임대차보호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전세 매물이 급감한 데다, 대규모 재건축 이주 수요가 겹치면서 수급불균형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보유세 부담 강화, 3기 신도시 청약 대기 수요 증가 등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전셋값 상승을 기대하는 집주인들이 사실상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전셋값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신규 공급 물량은 하반기에 더욱 줄어든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입주 예정인 서울 아파트는 1만3023가구다. 이는 2019년 하반기(2만3989가구), 2020년 하반기(2만2786가구)와 비교하면 1만 가구 이상 감소한 물량이다.

전문가들은 전세 매물이 일부 늘었으나, 전셋값 하락을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의 전세난과 전셋값 급등은 매물 부족에 따른 수급불균형이 장기화된 결과”라며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도 아파트 신규 공급이 줄면서 전세난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권 교수는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전세 매물이 조금 늘었으나, 여전히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수급불균형이 이어지고 있다”며 “일부 단지들의 전세 매물 증가로 전셋값 하락을 예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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