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갈라파고스 상속세’ 개편 공론화 필요하다

동아일보

입력 2021-10-18 00:00:00 수정 2021-10-18 09: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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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1년 만에 상속세 개편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내달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국회 조세소위에서 상속세제 개편을 검토하기로 했다. 그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가 가업 승계를 막고 투자와 저축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부자 감세’라는 반대 여론과 약탈적 세금 개편이라는 논리가 충돌하고 있는 만큼,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달 초 “최고 50%인 현행 상속세율은 과도하며, 이미 소득세를 낸 자산에 다시 고율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 과세”라고 지적했다. 한국 상속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 다음으로 높고, 기업 최대주주에게 붙는 할증까지 더하면 최고 60%에 이른다. 과세 방식도 상속재산 전체에 매기는 ‘유산세’ 방식이어서 상속인별로 물려받은 만큼 내는 ‘유산취득세’에 비해 부담이 크다.

정부는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방안을 우선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OECD 38개국 가운데 상속세가 있는 24개국 중 한국 등 4곳만 유산세를 적용하고 있다. 현행 상속세제는 2000년 세법 개정 이후 20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자산 가격은 급등했는데 세제는 그대로여서 집 한 채 가진 중산층도 상속세를 걱정하는 처지다. 상속세 부담에 가업승계를 포기하거나 해외로 떠나려는 중소·중견기업도 적지 않다. 이래서는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한 100년 기업을 키우기 어렵다.

코로나 사태 이후 부(富)의 양극화가 심해진 상황에서 ‘가진 자’의 세금인 상속세를 손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글로벌 흐름과 경제 규모에 맞지 않는 세제를 그대로 둘 순 없다. 현실에 맞지 않는 세금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면 국민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 정부는 개편 틀을 국민 앞에 내놓고, 공론화를 통해 다양한 여론 수렴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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