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휘발유 가격 급등…7년만에 리터당 1700원 넘어

세종=구특교 기자

입력 2021-10-17 16:54 수정 2021-10-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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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와 경유 등의 판매가격이 표시돼 있다. 뉴스1

전국 휘발유 가격이 7년 만에 L당 1700 원을 넘었다. 서울 강남 일부 지역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L당 2300원으로 올랐다.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동반 상승(원화가치 하락)하면서 휘발유 값이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달 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3%대를 넘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28.3원 오른 L당 1687.2원이었다. 휘발유 가격은 8월 셋째 주부터 5주 연속 하락했다가 9월 넷째 주부터 4주 연속 상승했다. 4주간 상승폭은 L당 0.8원, 1.9원 8.7원 28.3원으로 점차 커지고 있다. 전국 경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29.2원 오른 1483.6원이었다.

일간 기준으로는 14일 휘발유 가격이 L당 1700.95원으로 집계돼 2014년 12월 이후 7년 만에 1700원을 넘어섰다. L당 1300원대였던 휘발유 가격이 1년 만에 약 30% 가량 오른 셈이다. 14일부터 16일까지 L당 1700원대를 유지하면서 10월 셋째 주 휘발유 가격도 1700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에서는 서울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전주 대비 30.8원 오른 1772.5원으로 가장 비쌌다. 서울 강남구의 주유소 36곳 중 10곳은 휘발유 판매가격이 L당 2000원을 넘었다. 일부 주유소의 휘발유 값은 L당 2300원을 웃돌기도 했다.

국내 기름값 오름세는 선행지표인 국제유가가 급등해서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물은 1.19% 오른 배럴당 82.28달러였다. WTI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은 것은 2014년 10월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여기에다 120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 탓에 수입물가가 올라 휘발유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국제 유가와 환율, 시장 상황 등이 휘발유 가격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라고 밝혔다.

기름값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기 회복세로 원유 수요는 늘어나지만 산유국들이 생산을 제한하며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시사하며 달러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2012년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섰을 당시 국내 휘발유 가격을 고려하면 앞으로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2000원대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수입물가 등이 뛰고 있는 데다 지난해와 비교한 기저효과로 인해 10월 소비자 물가가 3%까지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대 물가는 2012년 2월(3.0%) 이후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 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기름값 등 전반적인 생활 물가가 오르면 고용 임금도 함께 오르게 된다. 경기 회복은 지연되는데 물가는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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