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 역대 최단으로 끝나나

임현석 기자 , 서동일 기자

입력 2021-10-15 03:00 수정 2021-10-15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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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용 D램 ‘DDR4 8G’ 재고 쌓여… 고정거래가 4달러서 하락 전망


‘메모리 슈퍼사이클(반도체 초호황기)’이 내년까지 길게 이어질 것이라던 전망이 사라지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D램 가격의 상승세가 꺾인 뒤 D램 가격 조정론에 힘이 실리면서다. 과거에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슈퍼사이클이 2년 정도씩 이어졌는데, 이번 초호황이 꺾이면 수개월 만에 반도체 경기가 꺾이며 역대 최단기간 슈퍼사이클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D램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합계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슈퍼사이클이 짧아진 건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완제품 출시가 늦어지고 D램 재고가 쌓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물류망이 막히고 원자재 가격 상승, 부품 공급 차질 등이 벌어지면서 D램 반도체가 있어도 다른 부분에 문제가 생겨 정보기술(IT) 관련 생산 및 출하가 안 되고 있다.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9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4.1달러로, 7월에 전월 대비 7.8% 급등한 4.1달러에 안착한 뒤 계속 같은 가격을 이어가고 있다. 7월에 고정가격이 2년여 만에 4달러대에 진입하는 등 상승세를 보이자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돼 시장이 중장기에 걸쳐 호황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가격이 떨어지는 ‘다운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주요 시장조사 업체에선 가격 하락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D램 가격이 4분기(10∼12월)에 하락세로 전환하고 내년에 본격적인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렌드포스는 “D램 가격은 올해 4분기에 전 분기 대비 3∼8% 하락한 뒤 내년 상반기(1∼6월)까지 하락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내년에 D램 평균 판매가격은 올해보다 15∼20%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슈퍼사이클은 5∼7년에 한 번씩 찾아왔다. 한번 호황이 시작되면 2년 정도 이어졌다. PC 수요가 급증한 1990년대 중반, 초고속 인터넷 보급이 활발해져 서버 투자가 집중된 2000년대 중반,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된 2010년대 초반, 인공지능(AI) 등 연구가 본격화된 2017, 2018년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엔 올해 초부터 가격 상승세를 보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온라인 경제가 활성화돼 주기가 앞당겨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은 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진입이 빨라지며 수요 조정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슈퍼사이클 진입 속도가 빨라졌지만 진정도 빨라지면서 수요 둔화가 생각보다 일찍 나타난 것이다.

공급망 쇼크도 영향을 미쳤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4∼6월) 삼성전자 및 TSMC 비메모리 팹 정전, 3분기(7∼9월) 베트남·말레이시아 제조 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주요 제조사에 메모리 재고가 많이 쌓였다”고 설명했다. 주요 D램 수요처인 애플이 공급망 차질로 아이폰13 생산량을 1000만 대 줄이기로 하는 등 세트 제조 부진으로 기업들의 D램 재고가 늘고 있다. 서버 부문에선 차세대 D램인 DDR5로의 교체를 앞두고 기존 재고 소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일각에선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보급과 서버용 저장장치 확대라는 대세가 견고해 반도체 겨울이 짧게 끝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합부 교수는 “D램 가격 하락은 주요 제조사 재고분이 늘어난 영향이나, 전반적으로 기업의 D램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보니 짧은 조정기를 거쳐 산업이 긴 호흡의 성장세에 들어갔다고 봐야 할 것”라고 지적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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