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도 못 버틴 ‘반도체 대란’…삼성·LG에 ‘날벼락’

뉴스1

입력 2021-10-14 16:51 수정 2021-10-1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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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반도체 수급 문제로 아이폰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산업계에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14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계획한 아이폰13 생산량 9000만대 중 최대 1000만대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 부족 현상이 자동차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또 다른 주력 수출 업종인 전자제품 생산에까지 차질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관련 업계는 반도체 수급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이폰 생산 차질 삼성·LG 등 직접 영향권…‘위기이자 기회’라는 견해도
애플이 반도체 칩 공급 차질로 9000만대까지 계획했던 올해 생산량에서 1000만대를 감산하는 계획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13 시리즈 판매가 시작된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Apple 가로수길에서 고객들이 아이폰13을 살펴보고 있다. 2021.10.8/뉴스1 © News1

애플은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으로, 촘촘한 부품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이번 애플의 아이폰 생산 차질은 그만큼 반도체 공급난이 심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한국의 주요 전자 기업은 애플을 주요 매출처로 두고 있어 이번 애플의 생산 차질에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애플을 AVP일렉트로닉스, 베스트바이, 도이치텔레콤, 버라이즌과 함께 5대 매출처라고 밝히면서, 이들 5개 기업과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전체 매출액 대비 약 13%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애플은 LG이노텍으로부터 카메라모듈을 공급받는데, 애플과의 거래가 LG이노텍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13 생산 계획 축소는 통신칩, 파워IC와 같은 아날로그 반도체 공급 부족 때문으로 알려졌는데, 이같은 생산 차질 우려는 동남아시아에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변이 확산에 따른 셧다운, 중국의 전력난 소식과 함께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닛케이신문은 지난달 29일, 아이폰13에 사용되는 아날로그 반도체와 카메라모듈이 베트남에서의 코로나19 델타변이 확산에 따른 락다운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 애플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는 샤프 등이 위치한 베트남 하노이 지역의 경우 지난달 말 일시적 셧다운이 있어 공급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LG이노텍, LG전자, LG디스플레이 공장이 있는 베트남 하이퐁 지역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과 같은 빅테크 기업이 생산이 줄어들면 거래 기업의 매출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물량 감소를 상쇄할 대체 매출처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반도체 칩 부족사태가 한국에게는 위기이면서도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은 카메라모듈, 전자기판, MLCC와 같은 전자부품부터 가전, 스마트폰까지 완성된 제품에서까지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스마트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애플이 고객사이면서도 경쟁사라는 말하지 않느냐”며 “모바일용 D램 수요가 줄면 다른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늘려 매출 감소 등을 대응할 수도 있고, 삼성이 스마트폰 점유율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6일 서울 서초구 삼성 딜라이트샵에 삼성전자 폴더블폰인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가 진열돼 있다. 2021.9.6/뉴스1 © News1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S21 FE가 반도체 부족과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의 흥행으로 출시가 취소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최근 외신 등에서는 다음 주 ‘갤럭시 언팩 파트2’에서 공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수요를 감안할때 애플이 감산하는 수요는 삼성이나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이 차지할 수 있다”며 “이런 이유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점유한 모바일 D램 수요에 큰 영향은 안 미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스마트폰 아날로그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차량용 반도체 만큼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제조는 자동차용보다 훨씬 쉽고, 공정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들도 많다”며 “지금 제조라인에 차량용 칩 등이 부족해 그쪽으로 좀 더 물량을 늘려서 발생한 일시적 부족이지, 다시 스마트폰용 칩 생산 배정 물량을 늘리면 부족현상은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반도체 공급 대란 내년까지 이어질 듯…시름 더하는 자동차 업계


가뜩이나 반도체 공급 대란에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업계는 공급부족 사태가 확산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시름을 더 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AFS(Auto Forecast Solutions 올해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글로벌 생산 차질 규모가 1015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예상 수요 8728만6000대 11.6%에 달하는 수치다.

LMC Automotive도 반도체 수급 차질 영향을 반영해 올해와 내년 글로벌 신차 생산 전망치를 각각 6.2%, 9.3% 하향 조정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현대차 글로벌운영책임자(GCOO) © 뉴스1
실제 현대차그룹만 하더라도 인기 차종은 계약부터 출고까지 최대 1년이 걸릴 정도로 정체가 심각하다. 투싼 하이브리드나 싼타페 하이브리드 등은 주문 후 출고까지 6개월 이상,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출고까지 11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은 부평공장에서 50% 감산하고 있고, 르노삼성차와 쌍용차도 반도체 재고가 바닥이다.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운영책임자(GCOO)는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 때문에 지난 8~9월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그룹 내에서 우리만의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이 최악은 지났지만, 완전 해소까지는 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 투싼 © 뉴스1
특히 자동차 업계는 동남아시아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반도체 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대형 반도체 업체에서 만든 반도체는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있는 업체에서 테스트·패키지 하는 후공정 절차를 거치는데, 코로나19로 봉쇄조치가 이어지면서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인텔, 인피니언 등 차량용 반도체 공급사들은 2023년까지 수급 불균형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도 반도체 공급이 개선될 수 있지만, 완전 정상화는 내년은 되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인한 출고 지연이 이어지고 있다”며 “코로나19 등 변수로 인해 예측이 어렵지만, 공급 문제 해소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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