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방치하면 최대 집값 40% 이행강제금 폭탄

황재성 기자

입력 2021-10-14 10:59 수정 2021-10-1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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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pixabay
앞으로 도시지역에서 유해한 형태로 방치되고 있는 빈집의 소유자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는 행정명령을 받았는데도 따르지 않으면 집값의 최대 40%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물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하 소규모주택정비법)’의 시행령 일부를 개정해 14일(오늘)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빈집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실효성 있는 관리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아파트를 제외한 전국의 주택 10채 가운데 1채가 ‘빈집’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을 정도로 빈집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빈집은 주택 및 공간자원의 낭비인데다 주변 지가 하락과 인근 주민의 안전 및 건강, 위생 등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 빈집 방치하면 이행강제금 폭탄 맞는다
국토부에 따르면 앞으로 지자체장은 관할지역의 빈집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기둥, 외벽 등의 노후 불량 상태와 주변의 경관, 위생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사해야 한다. 또 조사 결과를 토대로 빈집을 1~4등급으로 분류해 관리해야 한다.

이런 등급은 빈집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정비사업을 진행할 때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예컨대 1,2등급으로 분류되면 양호한 상태로서 정비를 실시하거나 간단한 보수 등을 거친 뒤 문화시설 등으로 이용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빈집 소유자에 대한 관리 책임도 강화된다. 지자체장 등이 안전조치 이행명령을 내렸는데도 따르지 않으면 건축물 시가표준액의 20%, 철거조치 명령 거부 시에는 건축물 시가표준액의 40%가 각각 부과된다. 또 이행강제금은 60일 이내 조치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소유자에게 1년에 2회까지, 조치명령이 이행될 때까지 반복 부과된다.

국토부는 또 국민 누구나 주변에서 유해한 형태로 방치되고 있는 빈집이 있다면 신고할 수 있는 공익신고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신고를 접수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현장을 방문해 소유자, 관리인 등과의 면담을 갖고, 필요한 행정지도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이번 조치로 도시에 방치된 빈집을 효과적으로 정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라며 “빈집 방치로 우려됐던 지역슬럼화나 안전사고 등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빈집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도 진행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은 이와는 별도로 다음달 12일까지 전국민을 대상으로 ‘빈집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도 진행 중이다. 올해 처음 열리는 이번 행사는 그동안 방치돼 있던 빈집을 새로운 자산으로 활용하기 위한 아이디어나 설계, 실제 운영사례 등을 모집하기 위해 마련됐다.

아이디어형은 빈집을 리모델링 또는 철거한 뒤 활용할 방안을 찾는 것이다. 설계형은 자율주택정비사업 등 다양한 사업과 연계한 빈집 활용모델을 제안하면 된다. 활용사례형은 빈집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 중인 실제 사례와 관련한 설계도나 영상 등을 제출하면 된다.

작품 접수마감은 다음달 12일 오후 6시까지이며, 접수창구는 한국부동산원이다. 서면평가와 현장실사 등을 통해 아이디어의 실현가능성과 창의성, 지속가능성, 확장성 등을 평가받게 되며, 우수 작품으로 선정되면 100만~200만 원의 상금과 상장을 받는다.

수상작은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 LX한국국토정보공사 등의 누리집(홈페이지) 등을 통해 홍보된다. 또 해당 지자체에서 빈집 정비계획 등을 수립할 때 적극 반영된다.

● 전국 주택 10채 가운데 1채는 빈집
정부가 이처럼 빈집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그만큼 전국 도시지역의 빈집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게 국토연구원이 최근 펴낸 보고서 ‘방치된 주거자원,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개선방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빈집은 2018년 말 기준 141만9617채. 이는 1995년(35만6455채)과 비교할 때 4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아파트를 제외한 빈집은 같은 기간 20만1110채에서 64만7335채로 3.2배 증가했다.

전체 주택에서 빈집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5년 3.87%에서 2018년에는 8.05%로 약 4%포인트 증가했다. 빈집 비율은 아파트를 제외할 경우 좀 더 높아져 3.50%에서 9.51%로 6%가까이 늘어났다. 이런 주택들 10채 가운데 1채는 빈집으로 방치되고 있다는 뜻이다. 아파트보다는 단독·다가구나 다세대·연립주택 등에서 빈집이 크게 늘었다.

빈집의 지역적 분포를 보면 빈집이 전국 차원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5년 기준 빈집수가 1620채 이상인 읍면동 지역은 전국에서 불과 4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8년에는 무려 95곳으로 24배 증가했다. 이 가운데에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도 다수 포함돼 있다.

빈집이 늘어나는 이유는 다양했다. 농어촌이나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지역 산업의 쇠퇴로 인한 일자리 감소, 주택 소유자의 고령화, 주택 상속 등이 주된 원인이었다. 대도시지역에서는 주택의 물리적 상태가 양호하고, 주택에 대한 임대수요가 있는데도 소유자가 재건축·재개발 등을 기대하고 빈집으로 방치하는 경우도 적잖았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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