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역화폐 지원 예산 1조 삭감에… 소상공인-지자체 반발

세종=주애진 기자

입력 2021-10-14 03:00 수정 2021-10-14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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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금액 20조 → 6조 줄어들 듯… 지자체장들, 국회에 예산증액 건의
홍남기 “3년 한시지원한 것” 선그어… 전국 232개 지자체 너도나도 발행
상품권깡-민간업체 수혜 잡음… 국회 심의과정서 예산 다시 늘수도



정부가 내년에 지방자치단체에서 발행하는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지원 예산을 올해 대비 약 80% 줄이기로 하면서 20조 원 규모로 불어난 지역화폐 시장이 30% 정도로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역화폐 의존도가 커진 자영업자와 지자체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악화된 자영업 민심을 달래려 정부가 손쉬운 현금성 지원을 지나치게 늘렸다가 다시 줄이는 과정에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지역화폐 지원 예산은 2403억 원(정부안)으로 편성됐다. 올해(1조2522억 원)의 19%에 불과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운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정부가 작년과 올해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대폭 늘렸다가 내년에 지원 규모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정부 지원이 이처럼 줄면 지역화폐 발행 규모는 20조 원에서 6조 원으로 줄어든다.

지자체가 발행하는 지역화폐는 해당 지역 내에서만 쓸 수 있는 일종의 상품권이다. 액면가보다 10% 싸게 살 수 있어 사용하는 소비자는 10% 할인받는 효과가 있다. 할인율 10%에 해당하는 금액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나눠 부담한다.

그동안 정부 지원 덕분에 지역화폐 발행을 늘렸던 지자체들은 중앙정부 예산 지원이 대폭 삭감되자 비상이 걸렸다. 인천시 대구시 등 지자체장들은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지역화폐 예산을 늘려 달라고 건의하고 있다. 소상공인 단체들도 6일 국회 앞에서 지역화폐 예산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재부는 예산 확대는 어렵다는 방침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주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은 완전한 지자체의 업무인데 코로나19 등으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워 중앙정부가 3년 정도 한시 지원해 준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필요하면 지자체에서 자체 예산으로 발행하라는 것이다.

이번 논란은 세금으로 지역화폐 지원을 급격하게 늘린 정부가 자초한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역화폐 발행 규모는 정부 예산이 본격적으로 투입되기 시작한 2019년 3조2000억 원(예산 844억 원)에서 2년 만에 6배 이상으로 불었다. 재정형편이 어려운 지자체들까지 뛰어들면서 지역화폐 발행 지자체는 2017년 56곳의 네 배가 넘는 232곳으로 늘었다.

지역화폐에 올해 1조 원 이상의 나랏돈이 투입됐지만 정작 그 효과에 대해서는 학계의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경제적 효과와 별개로 지자체 관점에서는 지역경기 활성화 등 정치적 이익 때문에 지역화폐를 발행할 유인이 커서 발행 규모를 줄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역 민심과 소상공인 표심을 의식한 여야 정치인들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예산을 다시 늘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발행 규모가 커지면서 ‘상품권 깡’ 등 불법 유통이 늘어난 것도 문제다. 정부 예산이 투입된 사업인데 일부 민간 운영대행사에 과도한 이익이 돌아간다는 비판도 있다. 경기, 인천, 부산 등 지자체 약 60곳의 지역화폐 결제를 대행하는 코나아이가 올해 1∼7월 얻은 수수료 수익은 416억 원이다.

전문가들은 지역화폐가 지역경기를 살리는 효과는 있지만 중앙정부 예산을 지원할 만큼 효율적인 정책인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면밀한 성과 분석에 근거한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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