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바람에… 탄소운반선, 조선업계 미래 먹거리로 ‘순항’

신동진 기자

입력 2021-10-14 03:00 수정 2021-10-14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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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고도화… 대형 운반선 시장 블루오션 떠올라
세계 최대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현대重, 설계인증 업계 첫 획득
대우조선, 美와 7만m³급 공동개발… 日-中 등 해외주도권 경쟁 가열



탈(脫)탄소 움직임에서 온실가스 주범으로 꼽히던 이산화탄소가 국내 조선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회수해 대기로 방출되는 것을 막는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이를 자원으로 삼는 대형 운반선 시장이 블루오션이 됐기 때문이다. 선박 배출 가스를 저감하도록 한 국제해사기구(IMO) 규제로 퇴출 기로에 놓인 화석연료 추진선의 수명을 늘릴 수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글로벌 인증기관 DNV로부터 액화이산화탄소(LCO2) 운반선으로 세계 최대인 4만 m³급 선박 설계에 대한 기본인증(AIP)을 업계 최초로 획득했다. 현재 운항되는 LCO2 운반선 최대 용량(약 3600m³)의 10배가 넘는 규모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미국선급협회(ABS)와 7만 m³급 LCO2 운반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암모니아수 흡수제를 활용해 선박 배출 탄소를 시멘트에 넣는 선박용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술도 국내 최초로 실증했다. 오염물질인 탄소를 처리해 화석연료 추진선의 수명을 늘리고 자원도 재활용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이산화탄소 해상 운송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석유화학업계에서 주원료인 납사(나프타)를 개질(형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일부가 식음료용 탄산가스, 드라이아이스, 비료 등에 쓰였지만 활용되는 게 소량에 불과해 상당량은 대부분 배출되는 실정이었다. 수요가 많지도 않아 수송선은 4000m³ 이하 소형 선박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가 온실가스 주범으로 지목되고 탄소배출권 가격이 치솟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기업들이 탄소배출량이나 비용을 줄이기 위해 탄소를 지질층에 묻어 봉인하거나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산화탄소를 수소와 반응시켜 메탄올 등 연료를 생산하거나 시멘트, 콘크리트 같은 건축용 자재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광물탄산화 작업이 대표적이다. 이산화탄소를 바닷속 현무암에 주입해 바위로 만들면 수십억 t 분량을 봉인할 수 있다는 연구도 나왔다.

미래 에너지인 수소를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는 ‘블루수소’도 탄소 포집·활용·저장이 주목받는 이유다.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그대로 두면 ‘그레이수소’이지만 이를 저장, 활용해 배출량을 줄이면 블루수소가 된다. 에너지조사기관 BNEF에 따르면 전 세계 탄소포집 용량은 현재 4400만 t에서 2030년 1억9300만 t으로 4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70년 세계 이산화탄소 저감분의 15%인 100억 t의 이산화탄소가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로 처리될 것으로 본다.

해상 탄소 포집·활용·저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각국 경쟁도 본격화됐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은 프랑스 토탈에너지와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중국 국영조선사 CSSC 산하 장난조선소는 올 8월 암모니아 추진 이산화탄소 운반선 설계를 공개하며 도전장을 냈다. 한국은 정부 주도로 현대중공업 등이 참여해 동해 가스전을 활용한 1조 원 규모의 탄소 포집·저장 통합 실증 사업을 추진 중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이산화탄소 운반선 수요가 없었지만 최근 친환경 규제 확대로 이산화탄소 저장 프로젝트나 활용 가능성이 늘면서 대형 운반선 문의가 늘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 격전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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