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메타버스 성공, 실감나는 ‘세계관’에 달렸다

조윤경 기자 , 이정민 트랜드랩506 대표

입력 2021-10-13 03:00 수정 2021-10-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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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잇는 메타버스 전략

가상세계에서 또 다른 나를 의미하는 ‘부캐’는 한 개인의 특성에 집중된 것이지만 메타버스 세계관은 인물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시공간과 주변인, 사회를 구성하는 상황과 사상을 모두 포함한다. 메타버스가 눈에 보이지 않는 ‘네버랜드’가 아닌 ‘기회의 땅’이 되게 하려면 메타버스가 품고 있는 세계관 전략을 이해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회사는 단연 ‘김갑생할머니김’이다. 시가총액 500조 원, 코스피 1위 기업인 김갑생할머니김은 그동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국내외 주요 행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최근에는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사전행사로 기획된 프레젠테이션에서 김갑생할머니김 미래전략실에서 근무하는 재벌 3세 경영인 이호창 본부장이 기업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전략을 공개하기도 했다.

혹시 이 글을 읽고서야 김갑생할머니김을 검색해봤다면, 대한민국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커다란 트렌드의 흐름을 놓치고 있는 셈이다. MZ세대 대부분이 알고 있는 김갑생할머니김의 이호창 본부장은 실존하는 인물이 아니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이 운영하는 콘텐츠 중 하나인 ‘김갑생TV’에 존재하는 인물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이해는 바로 김갑생할머니김과 이 본부장에 대한 이해로부터 설명할 수 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9월 2호(329호)에 실린 메타버스의 세계관 전략을 소개한다.

○ 일상에 스며든 메타버스 전략
‘초월하는’의 의미를 가진 ‘메타(meta)’라는 단어와 우주, 세상을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조합한 메타버스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메타버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즉 세계관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또 다른 나를 의미하는 ‘부캐’는 한 개인의 특성에 집중돼 있다. 반면 세계관은 인물뿐 아니라 그 인물을 둘러싼 시공간 그리고 그 주변인까지 하나의 독자적인 사회를 구성하는 상황과 사상을 모두 다룬다. 이 세계관이 있어야 가상공간에서 전개되는 스토리가 탄탄해지고, 이를 접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캐릭터와 그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

이런 세계관은 메타버스 플랫폼만 아니라 메타버스 세상에서 존재하는 모든 캐릭터에게 필요하다. 이호창 본부장은 정말 세상 어디에선가 존재할 것 같은 재벌 3세의 캐릭터와 그가 살고 있을 법한 세상을 완벽하게 그려내고 있다. 실제 김갑생할머니김의 신년사 영상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영상을 패러디해 제작됐다.

또한 메타버스 플랫폼은 느슨한 취향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다양한 협업을 이룰 수 있도록 구축돼야 한다. 대부분의 기성세대에게 친구는 학연, 지연, 혹은 직장 동료와 같은 실제 삶에서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있는 사람들이다. 반면 MZ세대, 특히 Z세대의 친구맺기는 다소 다른 면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페이스북에서 친구의 친구를 타고 소통을 해 왔던 MZ세대들은 온라인에서 소통을 이어가는 사람들과도 오프라인 친구와 같은 연대감을 느끼게 된다.

MZ세대의 이러한 친구 맺기는 메타버스 상의 느슨한 연결과 연대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된다. 현실세계에서 무엇을 하는 누구인지 잘 모르지만 메타버스 상에서는 나와 취향, 그리고 감성이 비슷한 사람과 함께 친구를 맺고 활동을 하며 목적한 바를 달성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틱톡에서 만나볼 수 있는 ‘크루(Crew)’ 개념이다. 틱톡 크루는 비슷한 취향과 감성을 갖고 있는 틱토커들을 말하는데 이들은 자신이 제작한 영상이 더 많은 추천과 조회수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틱톡이 제공하는 듀엣 기능은 하나의 영상 안에서 화면을 분할해 이미 제작된 영상과 컬래버레이션을 할 수 있는 기능인데, 이들의 ‘느슨한 연대’를 지원하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 온오프라인 경계 없는 믹스버스
메타버스가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유저들이 직간접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양면 혹은 다면 시장 구조를 가져야 한다. 대부분의 메타버스 플랫폼들은 사용자가 직접 게임이나 아이템을 만들어 파는 등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에 유저를 참여시키는 방법으로 자연스러운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MZ세대는 베이비부머 부모로부터 조기 경제교육을 받고, 당근마켓으로 중고거래를 하고, 토스를 사용해 스스로의 용돈으로 다양한 경제활동에 참여해왔다. 기성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찍부터 경제관념에 눈을 뜬 MZ 세대에게 자신의 활동이 직접적인 수익 창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은 확실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 외에도 메타버스에선 가상과 현실의 공간적 차이를 강조하기보다는 오히려 서로 다른 두 공간에서 얼마나 일체화된 경험을 제안하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미국의 힙합 스트리트문화 잡지 ‘콤플렉스’는 2020년 12월, 매년 개최해 오던 오프라인 페스티벌을 콤플렉스랜드(ComplexLand)라는 가상의 게임 공간에서 개최했다. 이 페스티벌에서는 가상공간 속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부스에서 제품을 구매하면 집으로 바로 배송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일부 지역 레스토랑과 연결해 게임 속 아바타가 주문한 음식을 집으로 배달받을 수 있게 했다. 메타버스 상의 아바타가 선택한 것을 현실 세상의 내가 사용하는 경계 없는 경험을 기획한 셈이다. 이러한 특성은 메타버스 세상을 더 현실처럼 만들어 유저와의 접점을 더욱 강화시킨다.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코로나 사태로 인해 더욱 빠르게 확산 중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메타버스 플랫폼을 사용해 보기는커녕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마치 피터팬에 나오는 네버랜드처럼 ‘어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세상 메타버스, 이 새로운 세계에 MZ세대가 반응하고 열광하는 이유를 파악하는 것은 앞으로의 변화를 예측하고, 미래의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한 첫걸음이다.



이정민 트랜드랩506 대표 mindy@trendlab506.com
정리=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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