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노벨상’ 기습 통보…“장난전화인줄 알았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입력 2021-10-12 15:44 수정 2021-10-1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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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공동 선정된 3명의 미국 교수들은 모두 잠든 한밤중이나 이른 새벽 시간에 노벨위원회 측에서 ‘깜짝’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스웨덴에 있는 노벨위원회는 보통 한낮에 수상자를 발표하지만 이 시간대가 미국에서는 한밤중이기 때문에 이런 일은 거의 매년 일어나다시피 한다.

데이비드 카드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65)는 11일(현지 시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처음에 전화가 왔을 때는 어렸을 적 내 친구가 장난을 한 줄 알았다”며 “그 친구는 충분히 이런 장난을 할 만한 친구”라고 했다. 카드 교수는 그러나 이 전화가 스웨덴에서 온 것을 확인하고 친구의 장난이 아닌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휘도 임번스 스탠퍼드대 교수(58) 역시 수상 통보가 혹시 장난전화가 아닐까 걱정했다고 고백했다. 임번스 교수는 이날 별도의 간담회에서 “처음 온 전화는 내가 못 받았고 두 번째 전화에 잠에서 깼다”면서 “스웨덴에서 온 전화였는데 이게 진짜일까, 혹시나 매우 정교한 장난이 아닐까 걱정을 했다”고 말했다.

조슈아 앵그리스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61)는 “일어나보니 문자 메시지가 많이 왔고 스웨덴에서도 새벽 6시(미 동부시간)에 전화가 왔었다는 것을 알았다”며 “전화 온 것을 놓쳤지만 내가 주변에 노벨상 받은 친구들을 많이 알고 있어서 노벨위원회 전화번호를 얻어낼 수 있었고 결국 통화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원래부터 절친한 사이로 앵그리스트 교수가 임번스 교수의 결혼식에서 들러리를 맡기도 했다. 임번스 교수는 “이 상을 앵그리스트, 카드 교수와 같이 받게 돼서 기쁘다”고 했다.

임번스 교수는 이날 간담회에서 실제 정책에 적용될 수 있는 경제학 실험을 설명하면서 한국 등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기본소득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기본소득 등 보장된 소득을 주는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는 큰 관심사”라며 “사람들의 우려는 기본소득을 갖게 되면 일자리를 찾을 인센티브가 줄어들지 않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임번스 교수는 실제 기본소득이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20년 간 매년 2만5000달러(약 3000만 원)를 기본소득처럼 수령하는 복권당첨자들을 연구한 바 있다. 그는 “연구 결과 기본소득은 분명히 노동 공급에 영향을 줬지만, 그래서 이들이 얼마나 많이 일하는지는 별로 변하지 않았다”며 다소 유보적인 결론을 내렸다.

경제학계에 최저임금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카드 교수도 이날 관련 설명에 나섰다. 그는 1990년대 논문에서 당시 뉴저지주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를 유발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 카드 교수는 “나는 최저임금을 올리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임금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한 다른 방법들에도 주목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주의 이익은 줄어들기 때문에 둘은 이해상충(trade-off) 관계에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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