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엔 안 보이더니… 모기, 가을비-늦더위에 때아닌 극성

홍은심 기자

입력 2021-10-13 03:00 수정 2021-10-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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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모기 급증… 일본뇌염 ‘비상’

지난달 28일 창원NC파크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린 가운데 NC 관계자가 타석의 벌레를 쫓기 위해 모기약을 뿌리고 있다. 동아일보DB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가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가을 모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원인은 따뜻하고 습한 날씨 때문으로 분석된다. 모기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온도는 25∼32도 사이로, 32도 이상 오르면 모기 개체 수는 감소한다.

더위 꺾이고 잦은 비로 가을 모기 기승

올여름은 32도가 훌쩍 넘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모기의 활동이 주춤했다. 하지만 최근 더위가 한풀 꺾인 데다 잦은 비로 물웅덩이가 생기는 등 모기가 활동하기 좋은 조건이 됐다. 당분간 27도 안팎의 기온이 지속될 것으로 예고돼 모기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된다.

질병관리청이 전국 9개 축사 등 모기가 많이 발생하는 장소에서 채집·집계하고 있는 모기 수 통계를 보면 올해는 7월 초 짧은 늦장마와 7월 중하순의 폭염, 건조했던 8월 중순까지는 평년과 비교해 모기가 활발하게 활동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너무 더워도, 너무 비가 안 와도 모기가 살기 힘든 환경인 것. 그러나 비가 오고 폭염이 꺾인 8월 말부터 서서히 모기 수가 늘었다.

전북도 보건환경연구원도 지난달 중순 이틀에 걸쳐 모기 채집에 나선 결과 5453마리가 채집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채집했던 모기(1710마리)보다 5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통상 모기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8월 중순 이틀에 걸쳐 채집한 1540마리와 비교했을 때도 5배나 늘었다.

이번에 채집한 모기 중에는 ‘작은빨간집모기’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모기는 일본뇌염의 매개 모기이며 영·유아에게 매우 위험한 모기군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작은빨간집모기가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것은 6월 1일 전북지역이다. 8월 중순 평균 5마리 정도 채집됐는데 8월 하순에는 평균 25마리로 늘었고 9월 들어서는 채집 주기인 이틀마다 평균 50마리 이상 잡히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뇌염 매개 모기의 위험성이 대두되고 있다.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일본뇌염은 감염자 중 95% 이상이 증상이 없기 때문에 열을 동반한 가벼운 증상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바이러스가 침범하면 급성뇌염, 무균성 수막염 등 열성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일본뇌염 백신을 접종하는 게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흰줄숲모기는 낮에, 빨간집모기는 밤에 활동


주삿바늘처럼 생긴 모기 주둥이는 피부에 꽂자마자 침이 흘러나오면서 혈관을 뚫는다. 이때 지방분을 녹이고 피의 응고를 막는 침 성분으로 피부가 염증을 일으켜 가렵다. 모기에게 물렸다고 느끼는 순간 탁 쳐서 죽여도 모기 침의 일부가 피부에 남아 있기 때문에 한동안 가렵다.

고온다습한 여름철 극성을 부리는 모기는 대개 암컷들이다. 암컷 모기들은 산란을 앞두고 충분한 영양분을 축적하기 위해 동물들의 피를 먹으려고 행동이 매우 민첩하다. 이러한 암컷 모기들이 산란 후 사라질 때쯤 수컷 모기들이 나타나는데 이게 가을 모기다.

가을 모기는 사람의 피보다는 과즙이나 수액을 좋아해 음식물 쓰레기 주변에 주로 기생한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모기들이 암수 구분 없이 장수하면서 10월에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모기는 낮과 밤에 활동하는 모기가 다르다. 몸길이 3.5mm의 흰줄숲모기는 낮에, 5mm가량으로 좀 더 큰 빨간집모기는 밤에 주로 활동한다. 만약 모기가 밤에 활발히 활동한다면 빨간집모기일 확률이 높다. 그러나 낮에 잘 물린다면 숲에 서식하는 흰줄숲모기가 집 안으로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

주로 숲에 사는 흰줄숲모기라면 외부에서 모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충망 등을 확인해야 한다. 오래된 아파트라면 벽과 창틀 사이에 붙은 실리콘이 벌어지는 등 모기만 아는 길이 있을 수도 있다. 모기가 외부로 이동하기 곤란한 15층 이상인데도 집에 모기가 많다면 지하 정화조 등 고인 물이 있는 공간에 모기가 알을 낳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환풍구·배수관 등을 타고 가구 간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소독을 하는 게 좋다.


모기 매개 감염병 예방수칙
○ 야외 활동 시 밝은 색의 긴 바지와 긴 소매 옷을 입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한다.

○ 노출된 피부나 옷, 신발 상단, 양말 등에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고 야외 활동 시 모기를 유인할 수 있는 진한 향수나 화장품 사용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 가정 내에서는 방충망 또는 모기장을 사용하고 캠핑 등으로 야외 취침할 때도 텐트 안에 모기 기피제가 처리된 모기장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 매개 모기 유충의 서식지가 될 수 있는 집 주변의 웅덩이, 막힌 배수로 등의 고인 물을 없애 모기가 서식하지 못하게 한다.


모기 물려도 99%는 증상 없지만… 발생 땐 심하면 사망 이를 수도
일본뇌염이란?
회복돼도 신경계 합병증 가능성 커
유충 방제 철저히… 연중 예방접종



일본뇌염은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일본뇌염 매개 모기(작은빨간집모기)에 물렸을 때 감염될 수 있다. 혈액 안으로 전파되는 일본뇌염 바이러스가 급성으로 신경계 증상을 일으키는 감염병이다. 뇌염이 발생하면 사망률이 높고 회복되더라도 신경계 합병증 발생 비율이 높다.

Q. 일본뇌염 증상은….

A. 일본뇌염 매개 모기에 물린 사람의 99% 이상이 증상이 없다. 일부에서 열을 동반하기도 한다. 극히 드물게 뇌염으로 진행하게 되는데 초기에는 고열, 두통, 구토, 복통, 지각이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급성기에는 의식장애, 경련, 혼수, 사망에 이를 수 있고 회복기에는 언어장애, 판단능력 저하, 사지운동 저하 등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Q. 일본뇌염 매개 모기에 물리면 일본뇌염이 발생하나.

A. 모든 일본뇌염 매개 모기가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에 물렸을 경우에도 극히 일부에서 일본뇌염이 발생한다. 질병관리청에서는 매년 일본뇌염 매개 모기 감시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일본뇌염 매개 모기에 일본뇌염 바이러스가 있는지에 관해 검사한다.

Q. 일본뇌염 환자와 접촉하면 일본뇌염에 걸릴 수 있나.

A. 사람 간에는 전파되지 않는다.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를 일본뇌염 모기가 흡혈한 후 사람을 물었을 경우에 전파된다.

Q. 일본뇌염 매개 모기 유충은 어디에 사나.

A. 일본뇌염 매개 모기는 주로 논과 연못, 관개수로, 빗물이 고인 웅덩이 등 비교적 깨끗한 물에서 서식한다. 모기 구제는 성충보다는 유충구제가 더욱 효과적이므로 거주지 주변 웅덩이 등 고인 물이 없도록 모기 방제를 철저히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Q. 일본뇌염 예방접종은 언제 받나.

A. 매년 여름철에 받아야 하는 계절 접종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일본뇌염 예방접종은 권장 접종 시기에 맞춰 연중 어느 때나 접종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생후 12개월에서 만 12세 이하 어린이는 표준예방접종 일정에 맞춰 접종을 완료한다. 성인의 경우 과거 일본뇌염 예방접종 경험이 없는 성인 중 모기 노출에 따른 감염 위험이 높은 대상자와 일본뇌염 유행 국가 여행자에 대해서 일본뇌염 예방접종이 권장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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