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다다익선’ 브라운관 화재위험 커…LCD로 교체해야

뉴시스

입력 2021-10-12 06:27 수정 2021-10-12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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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이 고(故)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다다익선’ 복원을 추진하는 가운데, 안전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설치된 브라운관(Cathode-Ray Tube, CRT) 모니터를 모두 LCD로 교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다다익선 보존·복원을 위한 정밀진단’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작품을 구성한 CRT 모니터가 한계수명을 넘긴 채 사용되고 있어 화재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988년 9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중앙 현관에 설치된 비디오 타워 ‘다다익선’은 10월 3일 개천절을 상징한 1003대의 TV 수상기를 지름 7.5m의 원형에 18.5m의 높이로 한층한층 축소되는 모양으로 제작된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대표작이다.

현대미술관은 오는 2022년 전시 재개를 목표로 ‘다다익선 복원 3개년 프로젝트’를 지난 2019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당시 CRT 모니터 동일 기종의 중고품을 구하거나 수리하는 것을 우선으로 해 원형을 최대한 보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LCD(LED), OLED, Micro LED 등 최신 기술은 불가피한 경우 부분적 혼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현대미술관이 발주해 그해 12월 제출된 정밀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정밀진단 중에도 화재위험이 발견될 정도로 CRT 모니터의 노후화가 심각했다.

보고서는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수명이 한계 수명 이상에서 사용되고 있어 전체적으로 화재 위험이 큰 상태”라며 “화재위험은 매우 심각한 사고로 확산될 수 있지만 이를 통제할 현존하는 안전장치가 없다”면서 ▲내부 분진 ▲노후화에 따른 부품 열화 ▲기기 내부의 고전압 누설 ▲냉각장치 성능 미달 등의 위험성을 제시했다.

우선 장기간 전시로 인해 전원회로 부품의 노후화가 나타났다. 작품을 가동하기 위해 전원을 연결한 즉시 일부 회로에 문제가 발생했고, 지속적으로 타는 냄새가 난 것으로 확인됐다.

CRT 모니터가 고전압인 만큼 전시공간의 먼지 등 분진과 내부 절연물질의 흑연화 현상으로 전기화재 위험성도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외부 전원장치를 사용하는 6인치 모니터도 과부화시 화재 위험성이 컸다.

높은 화재위험성에 비해 소방설비는 태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자제품을 활용한 비디오 아트 성격상 하론가스를 살포하는 자동소화장치가 설치돼있으나, 다다익선이 설치된 로비가 개방된 공간인 만큼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소화 노즐도 작품의 하단부에만 설치돼 있어 효과가 제한적이었고, 별도의 화재감시 설비도 설치되있지 않았다. 높은 발열에 비해 냉각장치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안전한 전시환경을 확보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작품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디스플레이를 LCD 방식으로 교체할 것을 적극 추천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구형 TV 수상기의 외관은 유지하되, 내장 패널은 LCD 모니터로 교체해 화재 위험성을 방지하고 작품성 훼손도 최소화하자는 게 전 의원의 주장이다.

전용기 의원은 “다다익선이 작품성과 안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면 노후화가 심각한 브라운관 모니터를 LCD 모니터로 전면 교체하는 방법뿐”이라며 “백남준 작가 생전에 기존 제품이 단종될 경우 신기술을 적용해도 좋다는 의견을 밝힌 만큼, 작가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여 복원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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