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학개미 ‘수수료 황금알’… 3년새 9배 커졌다

박민우 기자

입력 2021-10-11 03:00 수정 2021-10-11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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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에 낸 해외주식 투자 수수료, 2017년 538억 → 작년 4698억
올해는 상반기에만 3680억원… 동학개미 거래대금은 하락세
증권사들 서학개미 모시기 경쟁



증권사들이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서학개미’들로부터 받은 수수료가 3년 새 8.7배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대내외 악재로 박스권에 갇히며 그간 국내 시장을 떠받쳤던 ‘동학개미’들의 투자가 주춤하자 증권사들은 ‘서학개미 쟁탈전’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로 발생한 수수료 수익은 469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538억 원)의 8.7배 수준이다.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로 인한 수수료 수익은 2017년 이후 매년 300억 원가량씩 증가하다가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3500억 원 이상 크게 늘어난 4698억 원이었다. 올해 상반기(1∼6월)에만 3680억 원이다. 이런 추세로 증가한다면 올해 8000억 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서학개미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의 연간 해외 주식 결제액(매도와 매수 합산)은 지난해 237조1668억 원이었다. 2019년(48조9164억 원)의 5배 수준으로 증가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결제액은 248조4092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고 1∼9월 결제액은 345조5244억 원이나 된다.

반면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국내 증시 활황을 이끈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은 주춤한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9조3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들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코스피가 사상 처음 3,000 선을 돌파했던 올해 1분기(1∼3월)에 24조5000억 원이었지만 2분기(4∼6월)에는 20조2000억 원으로 줄었고 3분기에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권사들은 동학개미들에게 거둔 수수료 수익을 대신해줄 서학개미 잡기에 적극적이다. 삼성증권은 상반기까지 진행하려던 미국 주식 매매 수수료 할인 행사를 연말까지 연장했다. NH투자증권은 이달 말까지 신규 고객들에게 미국 주식 1주를 무작위로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국내 증시가 부진한 탓에 해외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며 “업계에선 새로 유입되는 서학개미들을 선점하기 위한 출혈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주식 투자자들에게 글로벌 주식 비중을 확대해 분산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특정 국가나 섹터에 집중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증시 전반에 고르게 분산해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한다”며 “일정 부분은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나 펀드 형태로 간접 투자하는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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