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집은 속세의 목욕탕 같은 곳, 지친 사람들이 잘 쉬게 도와야”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1-10-11 03:00 수정 2021-10-1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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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포교부장 선업 스님
온라인 명상지도자 양성 인기
포교 일선 명상상담으로 발전


7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만난 선업 스님은 “명상 상담을 발전시켜 지친 이들을 달래주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지난달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포교부장으로 임명된 선업 스님(56)은 종단의 대표적인 ‘치유와 상담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다.

선업 스님은 진철 스님을 은사로 통도사에서 출가한 뒤 동국대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 상명대 대학원에서 가족치료학을 전공했다. 1990년대 초반 해외 포교와 국제 불교에 관심을 쏟기 시작한 그는 특히 현대인들의 고민과 스트레스 해소, 마음 치유를 위한 명상과 상담에 힘쓰고 있다. 현재 불교상담개발원장과 교정교화전법단 지도법사, 통담선원 주지 소임도 맡고 있다. 7일 가을 국화가 흐드러진 서울 조계사에서 그를 만났다.

―총무원 생활은 어떤가.

“주변에서 ‘어쩌다 공무원’이 됐다고 한다, 하하. 주중에는 포교원, 주말에는 불교상담개발원을 오가면서 바쁘게 살고 있다.”

―포교부장은 종단 포교 일선의 책임자다.

“절집은 ‘목욕탕’ 같은 곳이다. 피로와 고민에 지친 이들이 잘 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인력과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이후 사람이 모이는 것이 어렵다.

“포교의 시대적 화두가 콘택트(contact)에서 언택트(untact), 다시 온택트(ontact)로 바뀌고 있다. 사회적 여건에 맞게 그 목욕탕은 이제 플랫폼이나 메타버스가 되어야 한다.”

―종단 신도의 노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조선시대나 일제강점기보다 어려울까. 뽑아내고 탄압해도 이겨낸 게 우리 민초(民草) 불교다.”

―포교 인력의 온택트 역량은 어떤가.

“불교상담개발원에서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으로 불교명상지도자 및 전문가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반응이 뜨겁다. ‘MTV 통합명상’을 통해 포교 일선에서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인력들이 잘 준비되고 있다.”

―MTV 통합명상이 무엇인가.

“대승불교를 뜻하는 마하야나(Mahayana), 상좌부 불교를 뜻하는 테라바다(Theravada), 금강승을 의미하는 바즈라야나(Vajrayana)의 머리글자를 딴 표현이다. 전통적인 명상에다가 현대적인 명상 기법을 접목했다.”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가.

“활성화된 명상 훈련을 명상 상담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런 우스개가 있다. ‘하와이 옆에 그래도(島)라는 섬이 있는데, 거기서 키우는 소가 괜찮소, 그 소가 쓰는 여물통이 바로 소통이다(웃음)’. 포교원의 역할은 명상 훈련을 잘 받은, 괜찮은 소들을 키워내는 일이다.”

―선업(禪業)이란 법명이 요즘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은사 스님이 평생 참선하며 살라고 사형제들 법명에 모두 선(禪) 자를 넣었다. 법명에 맞게 삶의 전공을 잘 찾은 셈이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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