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떼인 세입자 3명중 2명은 2030

김호경 기자

입력 2021-10-11 03:00 수정 2021-10-11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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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반환 3건 이상’ 악성 임대인 조사
젊은층 많이 사는 빌라서 사고 많아


서울 중구 남산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모습. 2021.10.5/뉴스1 © News1

2017년 서울 강서구의 신축 빌라에 전세로 입주한 A 씨(37)는 2년 전 계약 기간이 끝났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 거주하고 있다. 집주인이 전세금 1억9000만 원을 다음 세입자가 나타나야 주겠다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보증보험(전세보험)에 가입한 덕에 1억6000만 원은 HUG로부터 받았지만 나머지 3000만 원은 날릴 위기에 처했다. 그의 집이 경매에 부쳐져 이 돈을 경매로 회수해야 하지만 경매가 잇달아 유찰되고 있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HUG의 악성 임대인인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 8월 기준 임대인 129명이 세입자 보증금 4284억 원을 제때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HUG는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준 사례가 3건 이상이면서 그 액수가 2억 원 이상이거나 연락 두절 등으로 상환 의지가 없는 임대인을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로 분류했다.

악성 임대인에 의한 보증사고 피해자 절반 이상(54.1%)은 30대였다. 20대 피해자(13.5%)까지 합치면 피해자 3명 중 2명이 20, 30대인 셈이다. 젊은 피해자가 많은 건 보증사고 위험이 큰 빌라 세입자 상당수가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젊은층이기 때문이다. HUG 통계는 세입자가 보증금을 떼일 경우를 대비해 전세보험에 가입한 경우만 집계한 수치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례까지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빌라는 신축일지라도 매매가와 전세가가 거의 비슷하거나 심지어 전세가가 더 높다 보니 현금 한 푼 없이 세입자 보증금만으로 집을 사는 ‘무(無) 갭투기’도 가능하다. 실제 이런 수법으로 수백 채를 사들인 임대인이 적지 않다. 문제는 다음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기존 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20, 30대 보증사고 피해의 34.1%가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몰린 것도 화곡동에 신축 빌라가 밀집된 영향이 크다. 세입자 70여 명의 보증금 300억 원가량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한 일명 ‘세 모녀 갭투기단’도 화곡동 일대 빌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김 의원은 “갭투기꾼 공개법(가칭) 등을 마련해 세입자가 계약 전 임대인의 위험도를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작은 빌라 전세는 피하고 불가피하다면 전세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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