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메뉴-배달 앱 도입 제안… “코로나 시름 딛고 배달맛집 변신 중”

이청아 기자

입력 2021-10-08 03:00 수정 2021-10-0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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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식당 20곳 전문가 컨설팅… 메뉴-운영-홍보-시설 개선 도와
식당들 “포스트코로나 전략 배워”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먹자골목의 한 한식당에서 서초구가 진행하는 ‘우리동네 맛집 컨설팅’이 이뤄지고 있다. 이날 현장을 두 번째로 방문한 메뉴 컨설턴트(오른쪽)는 식당 주인에게 점심메뉴 개발안 및 포장 방법을 전달했다. 서초구 제공

“젊은 사람들처럼 멋지게 배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목표입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먹자골목에 있는 한 식당. 일흔을 넘긴 나이지만 손태옥 씨(71)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이날은 손 씨가 전문 메뉴컨설턴트로부터 네 번째 컨설팅을 받는 날이다. 손 씨가 만난 전문가는 차유림 유림스레시피 대표였다. 차 대표는 알아듣기 쉽게 식당 운영의 노하우를 하나하나 알려줬다. 손 씨는 메모장에 배달앱 사용법과 인터넷에 식당 정보를 게시하는 방법을 꼼꼼하게 받아 적었다.

손 씨와 차 대표의 만남은 서초구가 지원하는 ‘우리동네 맛집 컨설팅’ 사업의 하나로 이뤄졌다.

○ 신메뉴 개발하고 배달앱 사용도 ‘척척’
2003년에 문을 연 손 씨의 식당은 햇수로 18년째 방배동 먹자골목을 지키고 있는 이른바 ‘골목식당’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지면서 식당에 위기가 닥쳤다. 매출의 대부분을 저녁 장사로 올렸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로 영업시간이 단축되면서 단체손님도 눈에 띄게 줄었다. 매출은 예년에 비해 20% 이상 떨어졌다.

손 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컨설팅 사업에 참여했다. 지난달 13일 차 대표가 손 씨의 식당을 처음 찾아 현장을 진단하고 식당 운영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첫 만남 후 차 대표는 점심 메뉴 기획과 포장·배달 시스템 도입을 제안했다. 손 씨와 두 번째 만난 이날도 직접 포장용기 샘플을 가지고 와 메뉴별 포장법을 알려주고 덮밥과 볶음밥 등 메뉴를 함께 기획했다.

처음엔 손 씨의 아들이 말렸다고 한다. 나이가 많은 부모님이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 씨는 “코로나19가 끝난 뒤에도 이전과 똑같은 회식문화가 남아있을까 고민해 봤는데 ‘아니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비록 나이는 많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미리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변화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 전문가와 2 대 1 맞춤 컨설팅
올 하반기 서초구의 맛집 컨설팅에 참여한 건 손 씨의 식당을 포함해 모두 20곳. 한·중·일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과 분식점 등 종류도 다양하다. 서초구는 올 7월부터 서울신용보증재단, 한국외식업중앙회와 함께 전문가를 섭외한 뒤 식당별로 2명씩 배정했다.

전문가가 먼저 현장을 찾아 문제점을 파악하고 예비진단을 내리면 네 번에 걸쳐 현장 컨설팅이 이뤄진다. 개선안을 제시하는 단계에서 컨설팅이 끝나지는 않는다. 실제 컨설팅 내용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필요하면 시설 교체비까지 지원한다. 온·오프라인 홍보 콘텐츠도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다. 공식 컨설팅은 12월에 종료되지만 프로젝트에 참여한 식당은 내년에도 지원을 계속하고 식당 50곳도 추가 모집할 예정이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소상공인들이 시대 변화와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게 지속가능한 지원이 절실하다”며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자영업자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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