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 체험-골프 항공권-기내식 카페… 경영난 항공사 ‘부업 비행’

부산=변종국 기자

입력 2021-10-08 03:00 수정 2021-10-08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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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비행 시뮬레이터 서비스…에어서울, 골프 여행객 상품 내놔
교육 비행-무착륙 관광서 진화
“코로나 이전엔 상상못할 상품들 유지비용이라도 벌자는 심정”


제주항공은 서울 마포구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7층에 4만8000원을 내면 1시간 동안 비행 조종 시뮬레이션 체험을 할 수 있는 항공기 시뮬레이터(위쪽 사진)를 설치했다. 에어부산은 항공학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기내 승무원 실습을 할 수 있는 교육 비행을 운영하고 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의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호텔 7층. 이곳에는 미국 항공기 제작사 보잉의 B737MAX(맥스)를 직접 운전해 볼 수 있는 조종 시뮬레이터가 설치돼 있었다. 실제 항공기 조종석을 그대로 본떠 만든 것으로 기장들이 비행 훈련을 할 때 사용하는 시뮬레이터와 흡사했다. 조종석 창문에는 스크린이 설치돼 공항과 활주로, 비행 루트, 날씨, 소리 등을 임의로 설정할 수 있다.

기자가 약 50분 동안 조종간을 잡고 김포국제공항을 이륙해 경기도 일대를 돌다가 다시 김포로 돌아오는 비행을 해봤다. 미리 입력한 비행 루트대로 따라가는 비행이었지만 속도와 고도, 방향을 유지하면서 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비행기 앞머리(기수)를 너무 높게 든 나머지 비행기가 속도를 잃어 비행에 실패하기도 했다. 교관의 도움을 받아 조종석에 달려 있는 각종 버튼을 눌러 볼 수 있었고, 비행기 양력 조정을 위한 날개(플랩) 조정 및 착륙을 앞두고 랜딩 기어 내리기 등 실제 조종석에서 일어나는 모든 과정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이 시뮬레이터는 제주항공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설치했다. 애초 훈련용으로만 사용됐지만 4만8000원을 내면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다. 도심 속에 항공기 시뮬레이터를 설치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조금이라도 극복해 보려는 취지다.

경영 악화에 시달리는 항공사들의 부업이 활발하다.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사들의 연간 매출은 코로나 이전보다 80% 이상 줄어들었다. 임직원 유·무급 휴직과 자산 매각, 유상증자 등을 통해 버티고 있지만 업황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항공사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양한 부업에 나서고 있다.

제주항공은 시뮬레이터 개방 외에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사옥과 김포공항에 기내식 도시락과 음료를 맛보고 승무원 체험을 할 수 있는 기내식 카페 ‘비행맛’을 열었다. 비행을 못하고 있는 승무원들이 직접 서빙과 안내를 한다.

7일 에어서울은 골프 여행객들을 위한 ‘민트패스 골프’ 항공권을 출시했다. 가격은 편도 6회 이용 기준 14만9000원, 편도 10회 기준 19만9000원으로 김포, 제주, 부산 등 국내 노선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민트패스 골프 구매 고객에게는 추가 비용 없이 골프백(1개)을 실을 수 있는 서비스와 골프백을 가장 먼저 찾을 수 있는 우선 수하물 서비스도 제공된다. 그린피가 저렴한 지방 골프장 이용객들을 위한 상품으로 업계에서는 처음 출시된 골프 관련 상품이다.

항공사들은 올해 초부터 다양한 비행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국내 항공운항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기내 비행 교육 체험을 할 수 있는 ‘교육 비행’과 면세점을 이용할 수 있는 ‘무착륙 관광 비행’ 상품이 대표적이다.

에어부산은 부산 지역 학교와 연계해 항공사 사옥 투어와 승무원 체험, 비행 관광까지 할 수 있는 수학여행 상품을 내놨다. 진에어는 기내식을 도시락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으며, 대한항공은 퇴역한 항공기 기체를 활용한 ‘네임 태그(이름표)’를 만들어 팔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상품들”이라며 “큰 수익이 나는 건 아니지만 항공기 유지 비용이라도 벌자는 심정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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