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가은의 한복, 유해란의 재킷[김종석의 TNT타임]

김종석 기자

입력 2021-10-07 09:29 수정 2021-10-0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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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장과도 같은 골프 우승 재킷
디테일 살려야 금상첨화
좋은 기운 받기 위해 돌려 입기도


송가은(21·MG새마을금고)은 최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처음으로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그것도 이번 시즌 최고 우승 상금인 2억7000만 원이 걸린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잊지 못할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시상식에서는 단아한 한복 재킷을 입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 한복은 부상으로 송가은에게 전달돼 소중한 기념품이 됐다.

우승자를 위해 준비한 한복 재킷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한복집에서 제작됐다. 한 벌에 들어간 비용은 100만 원. 대회 주최 측은 누가 우승자가 될지 알 수 없어 중, 대 사이즈 두 벌을 마련했다고 한다.

송가은은 인기 트로트 가수로 한복을 자주 입는 송가인을 떠올리며 멋진 장면을 연출했다는 평가다. 송가은은 “가수 송가인처럼 유명해지는 게 진짜 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송가은의 우승 대회보다 1주일 전에 끝난 KLPGA투어 엘크루 TV조선 프로 셀러브리티에서는 유해란(20)이 2차 연장 끝에 최혜진을 꺾고 우승했다. 당시 시상식에서 유해란은 우승 재킷이 잘 맞지 않아 애를 먹어야 했다. 결국 재킷을 몸에 걸친 채 트로피를 들어야 했다. 시상식을 지켜본 한 골프 관계자는 “주최 측에서 억지로 입히려다가 안 들어가니까 그냥 걸치게 됐다. 재킷 준비가 잘 안된 것 같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유해란은 2019년과 2020년 제주 삼다수마스터스에서 2년 연속 우승했을 때는 재킷을 잘 차려입고 시상식에 나설 수 있었다. 삼다수마스터스 대회 관계자에 따르면 시상식에 쓸 우승 재킷은 여성 사이즈 77, 88 두 가지로 준비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골프 선수는 체형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통상적인 77, 88 보다는 기장을 다소 짧게 만들었다”고 귀띔했다.

7일 개막한 K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도 우승자를 위한 재킷을 준비했다. 여성 사이즈 66, 77, 88로 제작된 세 가지 남색 재킷이 우승자를 기다리고 있다. 2019년 대회 때는 우승자 고진영이 재킷을 입고 트로피에 남긴 맥주를 마시는 장면을 연출했다.


2004년 LPGA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한복을 입은 박지은. 동아일보 DB
국내 골프 대회에서 우승 재킷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이후로 보인다. 특히 한국에서 최초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인 CJ나인브릿지 클래식은 3회 대회 때부터 우승 재킷을 제작하기 시작했는데 2004년 우승자인 박지은이 그 원조가 됐다.

이듬해 CJ나인브릿지 클래식에서 우승한 이지영도 한복 차림으로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이지영은 “유치원 이후 15년 만에 입은 한복이 잘 맞았다”며 활짝 웃었다.

이 대회가 제주를 떠나 경북 경주에서 열렸을 때는 신라 왕조를 떠올리며 우승자에게 여왕 복장을 제공하기도 했다.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이 그 주인공이 됐다.

대회 주최 측은 보통 시상식을 위해 한복 세 벌을 준비했다. 당시 관계자에 따르면 “150cm대의 김미현과 장정, 160cm대의 박지은, 170cm대의 로라 데이비스에게 맞춰 제작했다”고 전했다.


절친 홍란의 우승 재킷을 입어본 뒤 2008년 6승을 거둔 서희경.
우승 재킷은 좋은 기운을 지녔다고 여겨 선수들이 돌려 입는 경우도 있다. 2008년 5월 KLPGA투어 두산매치플레이에서 생애 첫 승을 차지한 김보경은 ‘절친’ 홍란에게 우승 재킷을 걸쳐주기도 했다. 그 효험이 있었던지 홍란은 2008년 2승을 거뒀다. 홍란의 재킷 효과는 단짝 서희경에게 전해졌다. 서희경은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달성한 뒤 홍란의 우승 재킷을 입어본 뒤 상승세를 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서희경은 2008년에만 6승을 거두며 국내 최강이 됐다.

마스터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그린재킷을 입은 타이거 우즈. 우즈 인스타그램
우승자에게 주는 재킷의 대명사는 ‘명인 열전’으로 불리는 마스터스의 ‘그린재킷’이다.

1934년 시작된 마스터스에서 그린재킷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37년이었다. 대회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의 회원과 일반갤러리(패트론)를 구분하기 위한 목적. 우승자에게 그린재킷을 입혀 주는 전통은 1949년 시작됐다. 전설의 골퍼 샘 스니드가 첫 주인공이다. 우승자에게는 전년도 챔피언이 그린재킷을 입혀 준다. 2년 연속 우승하면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 회장이 입혀 준다.

대회 주최 측은 3라운드 직후 우승권에 있는 선수들을 위한 그린재킷을 사이즈별로 준비해 시상식에서 사용한다. 그 후 우승자의 체형에 맞게 정확한 치수를 재서 다시 만든 그린재킷을 이름까지 새겨서 우승자에게 보내준다.

우승자는 그린재킷을 1년간 보관할 수 있으며 다음 해 대회 개막에 앞서 반납하면 챔피언스 라커룸에 영구 보관된다. 1961년 미국 이외의 선수로 처음 우승한 게리 플레이어(남아프리카공화국)는 그린재킷을 자국으로 가져간 뒤 돌려주지 않았다. 마스터스에서 두 번째 우승한 선수가 나오면 예전에 그가 갖고 있다 반납한 그린재킷을 다시 꺼내 준다. 통산 6차례 우승한 잭 니클라우스는 체형이 변하면서 재킷을 빌려 입거나 새로 맞추기도 했다. 그린재킷의 제작 원가는 250달러 정도라고 한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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