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어린이에 해 끼치고 분열 조장”…내부고발자 잇단 폭로

뉴욕=유재동 특파원

입력 2021-10-06 14:38 수정 2021-10-0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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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페이스북의 ‘내부 고발자’로 밝혀진 전직 직원이 미국 의회에 나와 페이스북의 내부 부조리를 폭로하고 나섰다. 페이스북이 오로지 수익을 내는 데만 몰두하고 이용자나 사회에 끼치는 해악은 모른척 했다는 것이다. 당장 의회에서는 ‘페이스북의 도덕적 파산’이라는 강도 높은 비난이 흘러 나왔다. 이를 계기로 페이스북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당국의 조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여 페이스북이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페이스북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근무했던 프랜시스 하우건(37)은 이날 상원 소비자보호 소위 청문회에 출석했다. 하우건은 모두발언에서 “나는 페이스북의 상품들이 어린이들에 해를 끼치고, 분열을 조장하며, 우리 민주주의를 약화시킨다고 믿는다”며 “회사 경영진들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천문학적인 이익을 사람보다 우선시했기 때문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우건은 이어 “의회의 행동이 필요하다. 여러분의 도움 없이 그들은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페이스북은 수익과 안전 사이에서 충돌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수익을 취하는 쪽을 선택했다”며 “페이스북이 이처럼 어둠 속에서 운영될 때 그들은 책임을 질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우건은 또 “마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람은 (회사에서) 그 자신밖에 없다”면서 회사 오너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도 저격했다.

앞서 하우건은 WSJ에 인스타그램이 10대 소녀들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도 어린이용 인스타그램 개발을 강행했다는 내용의 내부 문건을 제보했고 이는 지난달 연쇄적으로 보도가 됐다. 많은 10대 여성들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유명인사의 ‘완벽함’을 접하면서 자신을 비참하게 여기게 되고, 심지어 우울증과 자살충동으로 이어지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보도가 나온 뒤 페이스북은 어린이용 인스타그랩의 개발을 중단하기로 했지만 파문은 이어졌다. 하우건은 3일 CBS 시사 프로그램 ‘60분(60 Minutes)’에 나와 자신의 신원을 밝혔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관련 의혹을 추가로 폭로했다. 페이스북이 선거 때마다 횡행하는 가짜뉴스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아 정치 분열과 혐오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날 의원들은 하우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위원회 위원장인 리처드 블루먼솔(민주당) 상원의원은 하우건의 증언에 “역사상 가장 강력한 거대 기업에 맞서 증언해준 것에 진심어린 감사를 표한다”고 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도덕적으로 파산한 기업”이라고 칭하면서 저커버그 CEO가 의회에 나와 증언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하우건의 의회 증언에 대해 성명을 내고 “오늘 의회는 회사 재직 기간이 2년도 안 되고 임원들의 의사결정 회의에도 참여해보지 않은 전직 프로덕트 매니저와 청문회를 열었다”며 “우리는 하우건의 묘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저커버그 CEO도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우리가 안전보다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4일 세계 곳곳에서 시스템 장애로 애플리케이션이 5시간 이상 먹통이 되기도 했다. 경쟁 업체인 텔레그램의 파벨 두로프 최고경영자(CEO)는 5일 “페이스북의 접속 중단 후 7000만 명의 신규 사용자가 생겼다”고 밝혔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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