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현장식당, 싱크홀→땅꺼짐’ 우리말로 불러주세요”

황재성기자

입력 2021-10-06 12:51:00 수정 2021-10-06 13: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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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한글날 맞아 용어순화 선정

동아DB

“빗길 운전할 때 ‘포트홀’을 조심하세요.”

TV 등을 통해 일기예보를 접하다보면 흔히 듣는 얘기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말을 듣기 어렵게 됐다. 정부가 ‘포트홀’ 대신 ‘도로 파임’이라는 우리말로 바꿔 쓰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는 575돌을 맞는 한글날(10월9일)을 맞아 건설현장이나 도로 분야에서 관행적으로 사용돼온 불필요한 외래어나 어려운 전문용어, 일본식 한자표현 등 58개를 선정해 순화한 표현으로 바꾸고, 이를 8일자 행정규칙으로 고시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도로공사 건설현장에서는 일본어투의 표현이 많이 쓰이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를 위해 국토부와 도로공사는 최근 3년간 발표한 관련 보도자료를 분석하고, 국민공모전과 건설현장의 의견 등을 거쳐 노출빈도가 높은 246개 용어를 선정했다. 이후 국립국어원와 대한토목학회, 한국도로협회, 한글문화연대 등 유관기관 간담회와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심의회 등을 통해 58개 단어를 선정했다.

국토부 이윤상 도로국장은 “국민안전에 밀접한 도로분야의 용어를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개선하고, 건설현장에 만연한 일본어투 표현을 근절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다양한 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업해 이런 용어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외래어 순화= 싱크홀 대신 땅 꺼짐



이번에 순화대상에 오른 58개 가운데 25개(43%)가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꾼 것이다. 일상생활 도중에 조금만 의식하면 고칠 수 있는 표현들이 적잖다.

영화제목으로까지 사용됐던 싱크홀은 ‘땅 꺼짐’, 고속도로 교통상황 소개 때 자주 등장하는 램프는 ‘연결로’, 교통사고 현장 소개 때 흔히 사용하는 스키드마크는 ‘타이어 밀린 자국’로 바뀐 게 대표적이다.

다만 바리케이드는 ‘통행 차단 울타리 또는 차단울타리’라는 우리말 표현을 제시했지만 ‘바리케이드’도 허용하기로 했다.

안전펜스(안전 울타리)나 보틀넥현상(병목 현상), 인프라(기반 시설), 크랙(균열), 톨게이트(요금소) 톨비(통행료), 레커차(견인차) 등 이미 우리말 사용이 익숙한 단어들도 포함돼 있다.

● 전문용어 순화= 나대지 대신 빈터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되지 않는 한자어로 이뤄진 전문용어 16개도 순화 대상에 올랐다. 이 가운데에는 우리말 표현으로 바꿈으로써 뜻을 분명하게 만든 경우도 있다. 하지만 순화된 표현이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면 나대지(裸垈地→빈터) 벌개제근(伐開除根→수목 제거) 방현망(防眩網→눈부심 방지망) 제형(梯形→사다리꼴) 심도(深度→깊이) 연장(延長→길이) 삭초(削草→풀 베기) 도포(塗布→바름) 노견(路肩→갓길, 길어깨) 기점(起點→시작점, 基點→기준점) 공로(公路→공공 도로) 배면(背面→뒷면) 노폭(路幅→도로 폭) 등은 우리말이 용어의 뜻을 더 분명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주행차로(走行車路)를 ‘정속 차로’로, 상행선·하행선을 ‘00 방향’으로 바꾼 것은 원래 용어가 가진 뜻을 제대로 살린 표현으로 바꿨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 일본어투 표현 순화= 함바 대신 현장식당



“반장님, 여기 나라시(x) 좀 하고 오늘 시마이(x) 합시다.”

건설공사 현장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듣는 말이다. 이를 앞으로는 “반장님, 여기 고르기(0) 좀 하고 오늘 끝(0) 내시죠”로 바꿔 쓰는 게 좋다.

이밖에 공사 현장 등에서 자주 사용되는 일본어투 용어 17개가 순화 대상에 선정됐다. 대부분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들리는 표현들인 만큼 관심을 가질 만하다.

대표적인 게 단도리(채비, 단속) 데나오시/데나우시(재시공) 오사마리(마무리) 헤베(제곱미터·㎡) 루베(세제곱미터·㎥) 노가다/노가대/도가다(현장 근로, 현장 근로자) 시다(보조원) 함바(현장 식당) 시건(잠금) 등이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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