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파업’ 한달째… 가맹점주 “도넛 판매량 20% 줄어” 한숨

박성진 기자

입력 2021-10-06 03:00 수정 2021-10-06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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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간 운행 짧은 코스 놓고 갈등… 민노총, SPC그룹 상대 파업 장기화
일부 지역 가맹점 수급 차질에 매출↓, ‘던킨 위생 논란’ 민노총 배후설
600여 던킨 가맹주까지 타격



5일 오후 서울의 한 던킨도너츠 매장 진열대에는 아직 팔리지 않은 도넛이 쌓여 있었다. 평소 같으면 식후 커피를 사러 온 손님들이 디저트용으로 함께 고르며 금방 동났을 제품들이다. 이 매장을 운영하는 가맹점주는 “‘던킨 위생 논란’이 발생한 이후 도넛 하루 판매량이 20% 가까이 줄었다”며 “민노총과 SPC 본사 간 갈등이 지속될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맹점주들이 안게 된다”고 했다.

○ 노조 간 갈등에서 격화된 ‘빵파업’
지난달 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화물연대 광주본부 2지부 파리바게뜨지회의 운송 거부로 시작된 이른바 ‘빵 파업’이 한 달째 계속되고 있다. 민노총과 SPC 간 갈등이 최근 SPC 계열사인 비알코리아의 던킨도너츠 위생 논란으로 불똥이 튀면서 중간에 낀 지역 가맹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빵 파업’ 사태의 발단은 노선 다툼이었다. SPC의 물류 자회사 SPC GFS가 올해 6월 호남지역 배송 차량을 2대 늘리면서 조정한 배송 코스를 두고 민노총과 한국노총 배송기사들이 서로 운행 거리가 짧은 코스를 차지하기 위해 갈등을 빚었다. 이후 민노총은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해 달라며 파업을 시작했다.

노조 간 갈등에서 시작된 파업은 한 달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SPC가 별도의 배송 차량과 대체 기사 투입 비용, 미출하된 제품 손해액 등 80억 원가량을 떠안으며 피해 완화에 나섰다. 하지만 전북 등 파업의 여파를 직접적으로 받은 일부 지역 가맹점은 빵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매출 급감 등의 피해를 입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언제 다시 수급 불안이 재연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상존한다. 부산의 한 가맹점주는 “수급 차질로 인한 불편함뿐 아니라 계속되는 논란 때문에 파리바게뜨 브랜드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매출 급감으로 이어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 던킨 위생 논란 더해지며 가맹점 피해 확산
최근에는 ‘던킨 위생’ 논란 관련 민노총 배후설 등이 제기되면서 600여 던킨 가맹점도 매출 급감 위기에 놓였다. 던킨 안양공장 직원이 도넛 반죽 위에 떨어진 기름때 등 비위생적인 모습을 촬영해 공개했다. SPC 측은 해당 공장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토대로 사건이 조작됐다고 주장하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제보자는 민노총 던킨 지부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쪽의 진실 공방이 격화되는 가운데 피해는 가맹점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위생 논란이 불거진 직후 던킨도너츠 매장의 고객이 급감한 것이다.

출구를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노총 화물연대는 파업을 푸는 조건으로 손해배상책임 면제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SPC그룹은 파업에 따른 본사 손해액과 가맹점 손해액을 모두 합쳐 끝까지 화물연대에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의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양측이 서둘러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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