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비즈니스 스쿨, 미래경영자 오만함 막으려면 겸손 가르쳐야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앨투나캠퍼스 조교수 , 정리=조윤경 기자

입력 2021-10-06 03:00 수정 2021-10-06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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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대학, MBA-오만함 관계 연구
성공에 초점 맞추고 실패 간과
과도한 자신감 심어줄 가능성 지적
겸손 지도하는 교육과정 고민해야



경영자의 오만함은 그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회사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경영자의 오만함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MBA 과정과 비즈니스 스쿨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즈니스 스쿨의 주요 미션 중 하나는 미래 경영자를 육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MBA와 미래경영자의 오만함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영국 서리대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비즈니스 스쿨과 오만함의 관계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고 주장한다. 비즈니스 스쿨과 그 교육 프로그램이 미래 경영자들을 오만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오만함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먼저 비즈니스 스쿨과 MBA 과정이 어떤 방식으로 학생들의 자만심을 조장하고 오만함을 양산하고 있는지 지적했다. 비즈니스 교육과 오만함은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MBA 과정은 훌륭한 경영자가 불확실성이 큰 경영 환경에서도 조직 운영 전반을 잘 제어할 수 있다는 믿음을 전제로 한다. 한편 오만함은 높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굳게 믿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비즈니스 교육은 ‘경영자는 오만한 의사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비즈니스 교육 커리큘럼은 경영자들의 밝은 측면, 즉 그들의 성공과 무용담에만 초점을 맞추고 그들의 어두운 측면, 즉 실패와 탐욕을 간과하고 있다. 이 외에도 MBA 과정의 교육 방식은 학생들을 똑똑하고, 결단력 있고, 대단히 적극적인 사람으로 포장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MBA 과정에서 많이 사용되는 사례 연구(케이스 스터디)는 학생들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마치 아는 것처럼 영리하게 말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으며, 심층적인 경험 없이도 어떠한 문제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과도한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주장했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스쿨은 어떻게 미래 경영자들의 오만함을 방지할 수 있을까? 이들은 겸손함에 그 해답이 있다고 주장했다. 겸손함은 자신의 공헌에 대한 현실적인 평가, 타인의 공헌에 대한 인정, 그리고 자신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 행운에 대한 인식을 의미한다. 비즈니스 스쿨, 특히 엘리트 비즈니스 스쿨들과 이곳의 교수들은 비즈니스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이 복잡하고 다면적이고 상호의존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비즈니스 스쿨의 미션, 교육과정, 교수법 등에 겸손함을 담아낼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비즈니스 스쿨들이 지금까지의 방식을 고수한다면 우리는 경영자들의 오만함으로 비롯된 부정적인 결과를 계속해서 보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오만함의 가능성에는 개인의 성격과 성향이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오만함을 조장하거나 촉진하는 데 있어 개인이 속한 환경과 경험이 주요 전제 조건이라는 점에서 비즈니스 스쿨의 역할을 간과하긴 어렵다.



박종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앨투나캠퍼스 조교수 pvj5055@psu.edu
정리=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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