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銀 ‘스태그플레이션’ 악몽…유일한 해법은 ‘무대응’

뉴스1

입력 2021-10-05 10:32 수정 2021-10-0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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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악몽을 떨쳐 내야 하는 똑같은 상황에 직면했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성장 둔화와 공급충격으로 유발된 인플레이션이 합쳐진 스테그플레이션 위협이라는 똑같은 ‘악몽’을 꾸고 있지만, 이를 헤쳐나가려는 대응은 제각각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많은 이머징(신흥국) 경제국들과 노르웨이는 이미 기준 금리를 인상했다. 미국과 영국의 중앙은행들은 긴축적 통화정책의 시동을 걸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과 일본은행은 현행 완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대미문의 보건위기에 따른 경제 위기는 그만큼 해결하기 매우 어려운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하버드대의 메간 그린 경제학 교수는 글로벌 경제가 성장둔화와 인플레이션 상승이라는 압박을 동시에 받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모든 중앙은행들의 “최악의 악몽”이라고 표현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경제적 수요를 끌어 올리거나 내려서 기능한다. 지출이 너무 빨리 늘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면 금리를 높여 대출비용을 인상해, 기업과 가계가 투자하고 지출하는 것을 억제하는 식이다.

하지만 공급망이 붕괴하고 에너지 가격이 오르거나 노동력이 부족하면서 발생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통하지 않는다. 이러한 충격에 대처하기에 통화정책은 부적합하다고 FT는 지적했다.

BCA리서치의 다발 조시 최고전략가는 FT에 “공급충격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위험하다”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7년 만에 최고로 오른 지금과 같은 공급충격이 직접적으로 유발한 인플레이션을 상쇄하려면 중앙은행들은 아무것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경제학의 기초라고 FT는 진단했다.

영국 중앙은행 영란은행의 총재를 지낸 앤드류 베일리는 “통화정책으로 반도체 공급이 늘지 않는다”며 “(풍력을 위한) 바람을 늘리지도 대형화물차량(HGV) 운전자를 늘리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영국에서는 북해에서 잦아든 바람으로 풍력발전이 부족해져 전기값은 급등하고 트럭운전자 부족으로 물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공급충격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금리 인상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오히려 치명적 정책 실수가 될 수 있다. 너무 일찍 긴축을 하면 경제 회복이 휘청이고 너무 늦게 긴축하면 인플레이션이 폭등해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불안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유발한 이례적 글로벌 경제 충격, 주요 경제국의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상승 속도,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서로 다른 해법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세계의 통화정책들은 우여곡절(twists and turns)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FT는 전망했다.

캐나다중앙은행 부총재를 지낸 진 보이빈 블랙록투자 전략가는 “수요가 밀어 올린 인플레이션 상황이 아니다”라며 “이번 상황에 대처하는 것은 일반적 인플레만큼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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