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다 박쥐에 목 물린 80대 남성, ‘인간 광견병’ 걸려 사망
뉴스1
입력 2021-10-01 09:37 수정 2021-10-01 12:44
박쥐 사냥에 나선 연구원들. © 로이터=뉴스1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박쥐에 물린 한 80대 남성이 광견병에 걸려 한 달 만에 사망했다.
지난달 29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일리노이주 레이크카운티에 거주하는 80대 남성 A씨가 지난 8월 중순 잠을 자다 깨어났을 때 목에 앉아 있는 박쥐를 발견했다.
A씨를 문 박쥐는 즉시 포획됐고, 일리노이주 보건당국은 박쥐의 광견병 양성 반응을 확인했다. 보건당국은 A씨에게 광견병 백신을 맞을 것을 권유했으나, 그는 치료를 거부했으며 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 달 뒤 A씨는 목 통증과 두통, 팔과 손가락 마비, 언어 장애 등 광견병 관련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다 결국 지난달 중순 숨을 거뒀다. 이후 당국은 그의 집에서 박쥐 무리를 발견했다.
일리노이주에서 인간 광견병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 1954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위생국은 올해 들어 일리노이에서만 30마리의 박쥐가 광견병으로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일리노이주 공중보건 수의사인 코니 오스틴은 “인간 광견병의 경우,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위험에 노출됐다고 판단한 즉시 백신을 맞는 등 치료를 하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광견병 바이러스는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등 치명적이다.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뇌 질환을 유발한다”면서 가능한 한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매년 1~3건의 인간 광견병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약 6만 명은 광견병 바이러스에 노출돼 예방주사를 맞는다. 지난 7월에도 네브래스카주의 한 야생공원 관람객 186명이 광견병을 옮기는 박쥐에 노출돼 예방접종을 한 바 있다.
2019년 CDC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발생한 인간 광견병 사례 10건 중 7건이 박쥐 때문이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개에 물려 광견병에 걸린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반려동물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면서 관련 사례가 줄어들었다. 1960년대부터는 오히려 박쥐 등 야생동물과의 접촉으로 광견병 바이러스에 전염되는 경우가 늘었다. 실제로 CDC가 1938년부터 2018년까지 약 80년간 미국의 광견병 추세를 조사한 결과, 감염자 70%가 박쥐에게 물리거나 긁혀 바이러스에 전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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