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식탁물가…4분기에도 도미노 상승 이어갈까

뉴시스

입력 2021-10-01 05:08 수정 2021-10-01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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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식탁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두부, 즉석밥, 통조림 가공식품 가격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인데 이어 최근에는 라면, 과자, 우유, 음료수 등 주요 제품군 가격 인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안오른 품목을 찾는 것이 힘들 정도다.

제품 가격을 올린 기업들은 한결같이 각종 식품 원부자재 가격의 상승이 지속되는데다 인건비 등도 늘어나 제품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이 늘어나 제품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4분기에도 식탁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품군 가격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우유, 밀가루, 돼지고기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주요 제품군 가격 인상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식재료와 해외에서 수입되는 곡물 가격이 지난해부터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식음료업계는 연초부터 통조림·즉석밥·음료수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잇따라 인상했다.

1월에는 음료수를 비롯해 두부, 콩나물, 통조림, 즉석밥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 동원 F&B는 올해 1월 즉석밥 7종 11%, 꽁치 통조림 13%, 고등어 통조림 16% 등을 인상했다.

동아오츠카는 편의점용 포카리스웨트와 데미소다, 오로나민C 가격을 평균 16.7% 인상했다. 풀무원은 주요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두부, 콩나물 가격을 각각 8~14%, 8~10% 인상했다. 샘표는 반찬 통조림 제품 12종의 평균 가격을 35% 올렸다.

2월에도 가격 인상은 이어졌다. 롯데칠성음료는 14개 음료 가격의 출고가를 평균 7.0% 인상했다. CJ제일제당은 햇반 가격을 6~7% 올렸고 고추장 5종의 평균 가격을 9% 인상했다. 대상은 청정원 고추장 제품 평균가격을 7% 올렸다.

3월에는 오뚜기가 즉석밥 가격을 7~9% 올렸고 SPC 삼립은 양산빵 20여종 가격을 9%, CJ제일제당은 국산꽃소금 가격을 9% 올렸다. 3월 이후에는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 7~8월 돼지고기 값 폭등에 따른 돈육 및 육가공 제품 가격이 올랐다.

육가공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은 육가공 제품 20여종에 대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평균 인상률은 9.5%다. 가격이 오르는 대표 제품은 스팸, 비엔나, 베이컨 등이다.

롯데푸드도 추석 연휴 이후 햄·소시지 등 전 제품의 가격을 평균 7.4% 인상키로 했다. 의성마늘 프랑크 6.8%, 로스팜 앤네이처 9.3% 수준으로 알려졌다. 런천미트와 로스팜 등은 유통 채널별 가격 인상 시점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 라면·우유도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라면업계는 오뚜기의 인상 소식 이후 농심과 삼양식품, 팔도 등이 인상 계획을 밝혔다. 농심은 지난8월 16일부터 신라면 등 주요 제품의 출고 가격을 평균 6.8%인상키로 했다. 오뚜기는 8월1일부터 주요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인상했다.

삼양식품은 9월1일부터 삼양라면, 불닭볶음면을 비롯한 13개 브랜드 제품의 권장 소비자 가격을 평균 6.9% 인상했으며 팔도도 라면 가격을 평균 7.8% 인상했다.

라면업계의 가격 인상은 밀가루를 사용해 만드는 제품들의 도미노 인상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서민적인 음식으로 꼽히는 라면도 가격을 인상했다는 인식 아래 가공식품군의 전방위적인 가격 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고 보면된다.

유업계도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섰다. 국내 유업계 1위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우유 제품 가격 인상을 결정한 이루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도 제품가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매일유업은 10월7일 매일우유, 소화가잘되는 우유 등 주요 제품군에 한해 평균 4~5%대의 가격 인상에 나선다. 남양유업은 10월 둘째주 주요 제품에 대한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유 제품 가격 도미노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치즈와 아이스크림, 빵 등 우유를 사용하는 주요 제품군 가격 인상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유 제품 가격 인상이 유제품으로 확산되며 우유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탄산음료와 주스 등도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LG생활건강은 다음달 1일부터 편의점에 납품하는 코카콜라·해태htb 제품 총 36종의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며 웅진식품은 하늘보리·아침햇살·초록매실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키로 했다.
4분기에도 가공 식품의 도미노 인상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밀가루, 우유, 돼지고기 등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제품군 가격 인상을 필두로 다양한 식품군에서 가격 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공 식품 가격 인상은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외식업계다. 치킨, 햄버거, 커피, 제빵 프랜차이즈 업계에서의 가격 인상이 본격화될 수 있다. 올초 가격을 조정한 업체도 있지만 추가적인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식품업계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수혜를 입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요 제품군 가격 인상을 조금 더 자제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효율적 원가 관리를 통한 제품 가격 유지를 적극 시도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많은 기업들이 수익을 보전하기 위한 쉬운 방법으로 제품 가격 인상을 실시하거나 검토하고 있지만 제품 가격 인상이 아닌 원가 관리를 통한 제품 가격 동결을 결정한 기업도 있다. 오리온이 대표적이다.

오리온은 해외에서 수입되는 주요 곡물 가격이 지난해부터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주요 제과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결정한 것과는 달리 착한 가격 정책을 고수키로 했다. 효율적 원가 관리를 통해 가격 동결이 가능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4분기에도 원재료 및 인건비 상승 부담 등으로 인한 제품가격 인상 러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유에서 시작된 유제품 가격 인상이 나타날 수 있고 돼지고기에서 비롯된 육가공 제품 인상도 예상된다. 밀가루 가격 인상에 따른 밀가루 가공 식품군도 인상 대열에 동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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