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어린이과학동아 별별과학백과]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 미래로 떠날 준비됐나요?

이다솔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입력 2021-10-01 03:00 수정 2021-10-01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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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세계 연결된 온라인 가상 공간
접속만 하면 다양한 일상 활동 가능, 지난해엔 美가수 콘서트 열리기도
현재는 게임 속에서 즐기는 단계… 향후 확장현실 등 기술개발이 관건


미국 정보기술(IT) 회사 ‘모션립’이 손을 이용하는 컨트롤러로 방을 가상의 동굴로 바꾼 모습을 선보였다. 방 안에서 손바닥을 터치하고 손을 움직이자(윗쪽 사진) 벽이 동굴 벽으로, 의자가 바위로 바뀌며 방이 동굴 속 공간으로 변신했다. 유튜브 캡처

“우리는 수십억 명의 세계인이 함께 놀고, 공부하고, 일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확장할 것입니다.”

지난해 11월 미국 게임회사 로블록스는 자신의 비전을 이렇게 발표했어요. 장기적으로는 게임만이 아니라 공부와 업무 등 일상을 해낼 수 있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거죠. 로블록스는 사용자가 게임을 만들면 다른 사용자가 가상화폐를 지불해 즐기는 플랫폼이에요. 훗날 게임 대신 회의실과 교실 등을 만들면 가상공간에서 수업과 회의도 할 수 있겠죠. 실제로 지난해 11월 로블록스가 연 미국 가수 ‘릴 나스 엑스’의 가상 공연은 총 3000만 회 이상의 방문을 기록했어요.

‘메타버스’는 1992년 미국 소설 ‘스노 크래시’에 처음 등장한 단어예요. 소설 속 인물들은 아바타가 되어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를 체험해요. ‘메타버스’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활동을 현실처럼 할 수 있는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하지요.

하지만 실제 어떤 서비스가 메타버스인지는 다양한 의견이 있어요. KAIST 문화기술대학원의 우운택 교수는 “네이커Z의 제페토 등은 메타버스의 일종”이라면서도 “아직 엄밀한 의미에서 제대로 실현된 메타버스는 없다”고 말했어요. 지금의 서비스들은 현실과 끊어진 가상세계에만 머물러 있는 데다 사용자가 제페토와 로블록스 등을 따로따로 이용해야 해요. 반면에 진정한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와 긴밀히 연결되고, 여러 서비스가 하나로 통합돼 일상 활동을 온라인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할 수 있어야 한답니다. 우 교수는 “메타버스를 가상세계나 게임이라고만 생각하면 활용도가 축소된다”며 “앞으로의 핵심은 메타버스를 현실에 연동시키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어요.

○ 게임을 넘어 일상이 되려면
2018년 미국 정보기술(IT) 회사 ‘모션립’은 콘셉트 영상으로 미래 모습을 발표했어요. 손바닥을 다른 쪽 손가락으로 터치하자 컴퓨터가 주변을 인식하고, 손을 움직이자 벽은 동굴 벽으로, 의자는 바위로 바뀌며 방이 동굴 속 공간이 되는 모습이었어요. 모션립은 마우스와 키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손 인식 컨트롤러를 만들어요. 공중에서 손을 움직이면 컨트롤러가 손가락 마디까지 인식해 명령을 실행하지요. 모션립은 최근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 인기를 얻으면서 손에 쥐는 컨트롤러를 대체할 대안으로 꼽히고 있어요.

이런 영상이 현실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 교수는 “데이터와 네트워크, 디지털트윈과 인공지능, 확장현실(XR) 기술, 가상경제 시스템이 더해져야 한다”고 설명했어요. 여러 사람이 동시에 메타버스 플랫폼을 사용해도 끊기지 않을 정도의 안정적인 네트워크는 물론이고 가상환경과 가상물체 등을 구현하기 위한 데이터와 이를 처리할 인공지능 기술이 필요하다는 뜻이지요.


○ 알쏭달쏭한 XR·디지털 트윈·NFT
2018년 개봉한 공상과학(SF)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메타버스를 표현한 영화로 손꼽혀요. 영화 속 인물들은 고글 형태의 디스플레이(HMD)를 끼고 햅틱슈트를 입은 채 가상세계를 보고 느껴요. 이처럼 AR와 VR 등 현실과 가상을 연결하는 여러 기술을 통틀어 ‘XR’라고 해요.

올해 4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XR 체험 플랫폼을 공개했어요. 체험자는 가로 5m, 세로 5m 세트장에서 트레드밀(러닝머신)처럼 제자리를 걸으면 바닥이 움직이는 트레드밀 위를 걸어 무한한 가상세계로 이동해요. 촉감을 느끼는 햅틱슈트를 입고 중력을 느끼는 와이어 장비를 달지요. 주변 사물에는 터치 센서가 있어 사물에 주는 변화가 가상세계에도 반영돼요. 연구팀은 실제 종이컵을 움켜쥐면 가상세계의 종이컵도 변형되는 실험에 성공했답니다.

올해 2월에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간담회에서 제주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의 디지털 트윈이 소개됐어요. 디지털 트윈은 실제 사물과 똑같은 쌍둥이를 컴퓨터에 만들어 현실에서 발생할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결과를 예측하는 기술이에요.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드론으로 촬영한 풍력단지 실사 화면을 3차원(3D) 디지털 모형으로 만들었어요. 해상풍력발전단지는 바다에 설치돼 있어 관리가 어려운데 디지털 트윈이 있으면 컴퓨터로 이상 징후를 보이는 부품이나 데이터 오류 발생 가능성 등을 즉각 파악해 해결할 수 있답니다.

미술투자 기업 피카프로젝트는 올해 3월 마리 킴의 디지털 작품 ‘Missing and Found’를 6억 원에 판매했어요. 디지털 파일이 이처럼 고가에 팔린 배경에는 ‘NFT’(대체 불가능 토큰)가 있어요. NFT는 디지털 환경에서 소유주를 증명하는 증서의 역할을 해요. NFT 미술품은 복제하더라도 원본에 대한 정보가 ‘블록체인’이라는 디지털 거래 장부에 저장돼요. 블록체인은 누구도 수정할 수 없고 누구든 변경 과정을 볼 수 있는 거래 장부예요.

NFT에 부족한 점도 있어요. 강원대 산업공학과의 김상균 교수는 “NFT로 소유권이 생겨도 제페토에서 산 옷을 로블록스에서 사용할 수 없다면, 혹여 제페토가 문을 닫을 경우 사용자들의 재산이 보장되기 힘들다”며 “기업이 사용자의 소유권을 보호해주도록 정부 정책과 기업의 윤리강령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지요. 지금은 연구자들이 서로 다른 플랫폼 간 환전이 가능하게 하는 등의 대안을 생각하고 있답니다.

IT 발전에 대해 ‘15년 주기설’이라는 것이 있어요. 업무용 컴퓨터와 가정용 컴퓨터, 모바일 컴퓨터가 새롭게 등장하는 데 15년씩 걸린 거죠. 다음 15년째는 2022년이라 공학자들은 지금쯤 새로운 플랫폼이 소개될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메타버스는 어디로 튈지 몰라요.

어린이들이 이 새로운 세상을 맘껏 즐기면 좋겠어요. 실제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이다솔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da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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