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없는데 ‘부모 찬스’로 빌딩-아파트 구입…연소자 등 446명 세무조사

세종=송충현기자

입력 2021-09-30 14:48 수정 2021-09-3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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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30일 정부세종2청사 국세청 기자실에서 ‘’부모찬스 이용한 고액재산 편법취득 연소자 등 446명 세무조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세청은 부모로부터 재산과 창업자금 등을 변칙적인 방법으로 제공받고 세금신고를 누락한 혐의자 446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한 A 씨는 소득이 전혀 없는데도 신도시에 있는 고가의 상가빌딩과 아파트를 구입했다. 전자상거래 업체를 운영하는 아버지가 사업 소득 가운데 일부를 신고 없이 몰래 빼돌려 부동산 구입자금 명목으로 지원해줬기 때문이다. A 씨의 아버지는 다른 가족에게도 부동산 취득자금을 지원하다 세무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국세청은 A 씨는 물론 A 씨 아버지의 사업장, 어머니, 형 등 모든 가족의 부동산 자금출처를 조사하기로 했다.

B 씨는 유동인구가 많은 대도시 중심에 상가건물을 사들여 병원을 열었다. 국세청이 B 씨의 자금출처를 분석한 결과 부동산 임대업자인 아버지가 건물 구입비와 장비 매입비를 편법 증여한 혐의가 포착돼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이처럼 부모의 도움으로 고가 부동산 등을 편법으로 구입하거나 부동산 구입 과정에서 생긴 빚을 부모가 대신 갚아준 20대 이하 446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고 30일 밝혔다. ‘부모 찬스’로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을 늘리면서 증여세를 제대로 내지 않은 이들이 조사 대상에 대거 포함됐다.

주요 조사 대상은 △부모가 축적한 부를 물려받고도 이를 빌린 것처럼 꾸며 세금을 탈루한 자녀 △고액 자산가인 부모가 경영하는 기업의 주식을 무상 또는 저가로 받은 자녀 △자금을 증여받으며 신고를 누락한 자녀 등이다.

당국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부모가 매출을 누락하거나 기업 자금을 부당하게 유출해 자녀를 지원하면 해당 사업체까지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에 당국에 포착된 사례 가운데는 부모로부터 부동산 구입 자금을 받고도 이를 빌린 것처럼 가짜로 계약서를 쓴 뒤 만기에 빚을 갚지 않는 방식으로 증여 사실을 숨긴 경우도 있었다. 공개되지 않은 기업정보를 이용해 자녀에게 저가로 주식을 이전한 이들도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한편 유튜브 등 개인 인터넷 방송으로 높은 수익을 얻은 뒤 소득 신고를 누락하거나 가짜로 경비를 신고해 실제 소득을 숨긴 이들도 조사를 받게 됐다. 인터넷 1인 방송을 하는 C 씨는 개인 방송 및 화보 발행으로 연간 수억 원을 벌면서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수십억 원 규모의 아파트와 건물 등을 구입했다. C 씨 역시 자금 출처는 물론 그간의 사업 소득에 대한 탈루 여부를 조사받게 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공정 경쟁을 해치는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에 대해 더욱 엄정히 대응할 계획”이라며 “부모로부터 돈을 빌린 경우엔 자력으로 돈을 갚는지 여부를 끝까지 확인하겠다”고 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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