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희의 젠틀맨 드라이버]벤츠 마이바흐 100주년 럭셔리의 정수를 선보이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입력 2021-10-01 03:00:00 수정 2021-10-01 12: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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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베를린 모터쇼서 첫 등장
올해 IAA행사서 콘셉트카 선보여
향후 SUV 전기차 모델 출시 계획도
탑승자 맞춤형 지능화 서비스 제공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1921년 9월 23일 독일 사람들은 오랜만에 열린 베를린 모터쇼를 관람하기 위해 베를린 서부에 새로 세워진 전시관에 몰려들었다. 베를린 모터쇼는 1897년에 처음 열린 이후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전시회가 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1921년의 모터쇼는 큰 의미가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중단된 이후 이어진 7년의 공백기에 마침표를 찍는 행사이자, 전후 어려웠던 독일 경제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사였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많은 자동차 업체가 그동안 공개하지 못했던 차와 신기술을 관람객 앞에 선보였다. 그런데 신생 업체가 내놓은 대형 고급 승용차가 관람객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사로잡았다. 두 개의 M자를 겹쳐 세모꼴 틀 안에 넣은 로고가 라디에이터 머리에 붙은 그 차의 이름은 22/50hp였다. 차를 내놓은 회사의 이름은 마이바흐 모토렌바우(Maybach-Motorenbau)였다.

100년 전 베를린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마이바흐의 첫 차 22/50hp.
22/50hp는 마이바흐가 생산해 판매한 첫 모델이다. 나중에 마이바흐 회사 내부에서 개발명으로 쓰이던 W 3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W 3의 특별함은 길이 5m에 이르는 웅장한 차체와 호화로운 꾸밈새, 시속 110km까지 낼 수 있는 성능에 그치지 않았다. 관람객의 찬사는 기계식 제동력 보조장치를 더한 네 바퀴 브레이크와 간단한 페달 조작으로 변속이 이루어지는 반자동 변속기 등 당시 자동차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최신 기술을 향했을 것이다.

W 3과 더불어 마이바흐는 1920년대 독일 자동차 업계에 새로운 럭셔리 승용차 브랜드로 화려하게 데뷔할 수 있었다. 이후 마이바흐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차량 생산을 중단하기 전까지 유수의 럭셔리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여 년간 마이바흐가 만든 차들은 모두 합쳐 1800여 대에 불과했다. 마이바흐가 소수의 특별한 사람들이 선택하고 구매한 차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브랜드는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마이바흐가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마이바흐의 전통을 잇고 있는 럭셔리 브랜드 메르세데스-마이바흐는 이를 기념해 IAA 모빌리티 2021 행사에서 새로운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이는 베를린 모터쇼의 계보를 이어받은 행사다. 럭셔리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개념을 담은 ‘콘셉트 메르세데스마이바흐 EQS’다. 이 차는 마이바흐 W 3 출시 이후 100년간 있었던 럭셔리 자동차의 변화한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을 모두 보여주는 좋은 예다.

처음 마이바흐가 소비자를 만났던 베를린 모터쇼는 이제 개최지가 프랑크푸르트로 바뀌었다. 올해에는 처음으로 뮌헨에서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행사의 성격과 이름도 달라졌다. ‘국제 자동차 전시회’라는 뜻의 독일어 머리글자인 IAA는 그대로지만, 이제는 글자 자체가 고유명사처럼 되어 행사 이름이 IAA 모빌리티가 되었다. 아울러 다양한 형태의 이동수단과 관련 기술이 전시되는 등 자동차는 행사의 중심이 아니라 일부가 되었다.

최근까지 마이바흐의 혈통을 이은 브랜드의 차들은 전통적인 세단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소유자의 재력과 권력을 드러낼 수 있는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스타일이 시장에서 가장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럭셔리 승용차 소비자들은 과거에 비해 재력이나 권력을 얻은 과정과 방식이 다양한 데다 라이프스타일의 스펙트럼도 넓다. 연령대의 폭도 보다 넓어졌다.

이와 같은 변화를 반영해 우리나라에서도 올해부터 처음으로 양산형 SUV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가 판매를 시작한다. 100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SUV라는 장르는 최근 들어서야 럭셔리 브랜드들이 내놓기 시작했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의 SUV 출시가 아주 이른 편은 아니지만, 소비자의 변화를 읽고 그들의 요구에 맞춰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콘셉트 메르세데스-마이바흐 EQS. 마이바흐 브랜드의 기술적 변화를 예고하는 콘셉트카다.
이번에 선보인 콘셉트 메르세데스마이바흐 EQS는 콘셉트카(실제 양산차가 아닌 향후 개발 방향을 볼 수 있는 시제차)의 모습으로 공개되었지만, 머지않아 실제로 구매할 수 있는 모델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다임러는 2022년에 이 모델의 설계와 구성요소를 바탕으로 메르세데스벤츠 EQS SUV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는 앞으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차들에 이루어질 변화를 예고한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가 현재 판매 중인 모델들은 모두 가솔린 엔진, 즉 전통적 내연기관을 동력원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새로 나올 차들은 전기 모터와 배터리로 움직이는 순수 전기 모델이 될 것이다. 앞서 선보인 여러 콘셉트카와 더불어, 이번에 선보인 콘셉트 메르세데스마이바흐 EQS도 그와 같은 브랜드의 발전 방향을 알리는 의미가 크다.

물론 지난 100년간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당대 소비자들이 자동차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안락함과 편리함, 멋과 여유를 제공한다는 철학이다. 콘셉트 메르세데스-마이바흐 EQS의 실내는 보고 느끼기에 풍요롭고 우아한 디자인, 색과 재질,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는 섬세한 세부 처리 등이 돋보인다.

콘셉트 메르세데스-마이바흐 EQS의 실내 모습. 첨단 기술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가득하다.
또 세 개의 대형 디스플레이로 이루어진 대시보드와 탑승자 취향에 맞춰 설정할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첨단 기술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도 가득하다. 나아가 탑승자의 자세나 기분 등에 맞춰 가장 쾌적한 실내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기능처럼 지능화된 서비스들도 제공된다. 이런 것들은 과거에 없던 최신 기술이지만, 기술의 혜택이 탑승자에게 전달되어 만족감을 얻도록 한다는 것은 옛 마이바흐 차들과 같다.

한편, 과거에는 단순히 자동차가 사람들과의 교류를 위한 도구로 쓰였다면 지금은 자동차가 사람들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연결고리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럭셔리 승용차 소비자들은 그런 경우가 많은데, 메르세데스마이바흐는 이들의 인적 교류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클 오브 엑설런스(Circle of Excellence)’라는 이름의 이 프로그램은 메르세데스마이바흐 소유자들이 서로 같은 관심사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브랜드 경험을 통해 자동차의 소유가 사회적 관계로 발전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개인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의 모습이 다양해지는 현대 사회의 특징을 반영한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같은 브랜드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 사이의 공감대가 있다. 달리 말하자면 과거 사교를 위한 클럽이 고정된 공간의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메르세데스마이바흐와 같은 럭셔리 승용차 브랜드가 ‘움직이는 사교 클럽’ 역할을 하는 시대가 된 셈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것이 바뀌기 마련이다. 지난 100년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람의 생활이나 경험과 관계되어 달라지지 않은 점을 찾기 어렵다. 사회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변화를 겪어온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외형, 기술과 같은 유형의 가치가 변하더라도 럭셔리 승용차는 타는 이에게 최상의 이동 경험과 소유의 만족감을 준다는 무형의 가치를 지켜나가고 있다. 100년의 역사를 이어온 메르세데스마이바흐 브랜드의 차들을 보면서 럭셔리 브랜드의 진정한 가치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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