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성급한 ‘위드 코로나’… 서울 주말 이동, 4차 유행前 수준

조응형 기자 , 송진호 인턴기자 중앙대 응용통계학과 4학년, 정서영 인턴기자 고려대 사학과 졸업

입력 2021-09-30 03:00 수정 2021-09-3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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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이후 한달동안 이동량 줄더니… 9월 첫 주말엔 유행이전으로 회복
확진 3000명 넘겨도 5인모임 예사, “방역 둔감… 확진자 수 신경 안 써”
접종자 늘면서 일상 재개 영향도
전문가 “거리두기 정책효과 감소… 접종률 높이고 경각심 유지해야”


25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시민들이 돗자리를 깔고 피크닉을 즐기고 있다. 많은 시민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붙어 앉아 음식을 나눠 먹는 등 거리 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 목격됐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직장인 강모 씨(32)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발생한 7월 중단했던 축구 모임을 이달 중순 다시 시작했다. 강 씨는 매주 1, 2회 지인들과 새벽에 만나 소규모 축구 경기인 풋살을 즐긴다. 강 씨의 풋살 모임은 일일 확진자가 500명 남짓이던 올 초 한 달에 1, 2회로 줄었으나 연일 확진자가 2000명 넘게 나오는 요즘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모임 횟수가 늘어났다. 강 씨는 “멤버들이 대부분 백신 1차 또는 2차 접종을 했고, 마스크를 쓰고 운동하면 안전하겠다는 생각에 확진자 수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 확진자 느는데 서울시민 이동량은 증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들이 늘면서 강 씨처럼 미뤄왔던 취미 활동을 재개하거나 사적 모임을 늘리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백신 접종률이 고령층 90% 이상, 일반 국민(성인 기준) 80% 이상이 되는 10월 말∼11월 초를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시작 시점으로 보고 있지만 시민들 사이에선 이미 일상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서울시가 집계하는 인구 이동량 통계로 확인된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서울시가 공개한 ‘하루 최대 이동 인구 수’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방역당국이 4차 대유행을 공식화한 7월 7일 이후 11주간 이동량 증감 추이를 살펴봤다. 출퇴근 등 필수적 이동이 아닌 여가 활동 등 선택적 이동이 이뤄진 양상을 분석하기 위해 매주 토요일을 기준으로 삼았다.

첫 토요일인 7월 10일 서울시 하루 최대 이동 인구 수는 472만3983명이었다. 한 달 만인 8월 7일 431만8876명으로 약 8.6% 줄어들었다가 다시 늘어나 이달 11일에는 495만4569명으로 대유행 이전 수준까지 회복됐다. 이 기간 동안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는 1378명에서 2087명까지 꾸준히 늘어났다. 정부가 방역의 고삐를 바짝 죄던 초기에는 잠시 이동량이 줄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확진자 급증과 상관없이 시민들의 이동량이 늘어난 것이다.

경기 안산시에 사는 김모 씨(28)는 확진자 수가 3273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25일 집에서 친구 5명과 술자리를 했다. 이 중 백신 접종 완료자는 1명뿐이어서 최대 4인(접종 완료자 2명 포함)까지만 허용되는 방역수칙을 위반한 것이었다. 김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친구들끼리 법은 어기지 말자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가 너무 길어져 요즘은 둔감해진 것 같다”고 했다.


○ “위드 코로나 전환 신호” vs “방역 동참 여전히 필요”

전문가들은 거리 두기 정책의 효과가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이동량 증가는) 확진자 수에 대해 갖는 경각심이 줄어든 결과로 보인다. 생활 방역이 잘 이뤄지는 지금은 이동량 증가가 반드시 코로나 확산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동량 증가 자체를 억제하긴 어렵다. 오히려 접종률을 높여 하루빨리 ‘위드 코로나’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신호로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섣불리 경각심을 풀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접촉 빈도를 낮춰야 한다는 원칙은 ‘위드 코로나’ 이후에도 유효하다”며 “의료 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확진자 수를 조절하려면 방역 동참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했다.

일부 시민들은 일상 회복 분위기가 불안하다는 반응도 보인다. 신장 질환을 앓고 있는 50대 이모 씨는 부작용이 두려워 백신 접종을 미루고 있다. 전북에 거주하는 이 씨는 “코로나에 감염될까 봐 얼마 전 서울에서 열린 조카 결혼식도 안 갔다. 요즘 확진자가 3000명을 넘어가기도 하는데, 코로나 사태 이전처럼 모이는 사람들을 보며 불안감을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송진호 인턴기자 중앙대 응용통계학과 4학년
정서영 인턴기자 고려대 사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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